‘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는 국내 프로야구 스타들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9 15:00
  • 호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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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메이저리그 진출한 선수들, 한계 절감하고 속속 ‘복귀’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개막했을 때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모두 5명으로 출발했다. 맏형 추신수를 필두로 류현진·오승환·강정호·최지만 등이 모두 개막전 로스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시즌이 3분의 2 지난 현 시점에서 오승환과 강정호는 소속 팀 콜로라도 로키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각각 지명 할당이 되며 실질적으로 팀과 결별하게 됐다. 이로써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3명으로 줄었고, 특히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로는 류현진이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2013년 LA 다저스와 6년 계약을 맺고 진출한 류현진은 첫해 14승을 거두며 연착륙을 했다. 그리고 2년 후 강정호가 피츠버그와 계약하며 KBO리그 출신 야수로는 첫 진출을 했다. 그 역시 첫해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7에 홈런 15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그 이듬해는 103경기에서 21개의 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확인했다. 이들의 성공으로 메이저리그 팀들이 KBO리그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생겼고, 국내 프로야구의 스타급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는 급상승하게 된다.

결국 2016년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이대호·오승환·김현수 등이 일제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그다음 해는 황재균 역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며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게 됐다. 더불어 이들을 향한 미국 현지의 기대치도 한없이 높아졌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우선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는 시즌 초반 주전 1루수를 꿰차며 장거리 홈런을 펑펑 터뜨리는 등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5월부터 슬럼프에 빠지며 1할대 타율로 떨어졌다. 마이너로 강등되며 이후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결국 2018년 국내 무대로 유턴하고 말았다.

(왼쪽)오승환 (오른쪽)강정호 ⓒ AP 연합· 연합뉴스
(왼쪽)오승환 (오른쪽)강정호 ⓒ AP 연합· 연합뉴스

2016~17 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 르네상스 시대 열어

국내 야구를 평정하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4년간 정상급 활약을 보였던 이대호도 34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대호는 시즌 초부터 주로 좌완투수를 상대하는 플래툰 선수로 뛰며 104경기에 출장, 타율 0.256에 14개 홈런을 기록하는 대체로 평이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끝내 플래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벤치를 지키느니 국내에서 안정된 출장을 보장받는 쪽을 1년 만에 선택하게 된다.

한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계약을 맺은 김현수는 국내 최고의 타격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범경기의 극심한 부진으로 벤치에서 시즌을 맞는다. 하지만 특유의 콘택트 능력이 서서히 발휘되며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주전 좌익수로 기용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95경기 출장으로 경기 수는 많지 않았지만 0.302의 타율은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2017 시즌은 주전으로 출발을 예상했다. 하지만 김현수 역시 플래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며 들쑥날쑥한 경기 출장으로 부진을 거듭해 결국 시즌 후반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되고 그 역시 국내 리턴을 선택했다. 황재균은 201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 후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시간을 보냈고, 빅리그에서는 18경기에서 0.154의 타율에 홈런 1개라는 부진함을 보인 끝에 바로 다음 해 KT 위즈와 계약 후 KBO리그로 복귀하고 말았다.

이들 중 그래도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오승환이었다. 국내 리그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활약하고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서 2년 연속 세이브 1위를 차지한 그는 미국 마운드 평정을 위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진출한다. 명성에 걸맞게 첫해부터 주전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차며 19세이브 1.92의 뛰어난 평균 자책점을 보였다. 이듬해에도 20세이브를 거뒀지만 4점대로 평균 자책점이 치솟으며 불안함을 노출해 결국 주전 마무리 자리를 내준다. 2018년에는 토론토와 콜로라도에서 2점대 평균 자책점을 보이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올해 초반 9점대 평균 자책점을 보이고 팔꿈치 부상까지 겹치며 방출되고 말았다. 그리고 최근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 복귀가 확정됐다.

결국 KBO리그 출신 선수 중 현재까지 버티고 있는 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그리고 국내 리그를 호령하던 스타 선수들이 줄줄이 실패하자 국내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꺼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국내 선수들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각도 까다로워졌다. 이렇듯 국내에서 내로라했던 선수들이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속속 보따리를 싸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진짜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은 점점 더 퇴보하는 것일까.  

 

추신수 “동기 이대호·오승환, 좀 더 일찍 왔더라면”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실패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교 졸업 이후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마이너 시절부터 19년째 현지 생활을 하고 있는 추신수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 자체는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준이라고 했다. 문제는 한국이나 일본 프로 스타일과 판이하게 다른 현지 적응 여부라고 지적했다. 한국 프로에서 수년간 뛰면서 기량과 경험을 쌓았고 스타로 대접을 받았지만, 현지에서는 당장 내일 경기에 뛸지 안 뛸지를 모르는 신세가 된 것도 이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마이너를 거치고 올라온 어린 유망주가 아니다. 오히려 바로 경기에 투입되어 팀 승리에 일조를 해야 하는 즉시 전력감으로 간주된다. 슬럼프가 길게 이어지거나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팀으로서도 오래 기다려줄 수 없는 것이다. 즉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해 바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용병 선수들과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마디로 굴러 들어온 돌이 기존의 박혀 있는 돌을 밀어내야 주전으로 인정받고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는데, 이런 경쟁 상황도 이들에겐 익숙지 않다.

거기에 긴 이동거리와 타이트한 일정 등 극복해야 하는 경기 외적인 요인들도 많다. 강정호의 경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절정의 기량을 보여줄 2년간의 세월을 허비하고 말았다. 또 추신수는 본인의 동기들인 이대호나 오승환이 조금 더 젊은 나이에 넘어왔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애초에 일본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넘어왔다면 적응이나 버티는 힘이 더 강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물론 메이저리거로서의 성공만이 야구선수로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고, 그 속에서 시야를 넓히는 것은 선수로서는 물론이고 향후 지도자로서의 가치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WBC 3회와 4회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연속으로 1라운드 탈락을 경험했다. 이런 흐름은 자칫 국내 선수들의 자신감 저하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조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실제 빅리그에 도전하고 활약하는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추신수의 홈런과 류현진의 탈삼진 장면을 보면서 선수들은 강한 목표 의식과 준비성을 키울 수 있다. ‘눈은 높은 곳을 바라보라’란 말이 새삼스레 다가오는 최근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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