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율조작국 지정’에 숨겨진 트럼프의 계략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7 1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룸버그 “환율조작국 지정, 타깃은 연준”…연준과 대립해온 트럼프, 금리인하 압박?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짜 타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란 분석이 나왔다. 외부의 적인 중국을 흔들어 내부의 독립기구를 주무르려 한다는 것이다.

7월31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발표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연합뉴스
7월31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발표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8월6일(현지시각) 논평을 통해 “환율조작국 지정이 의미하는 바는 미미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위해 정책 입안자들을 윽박지르는 데엔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책 입안자’는 연준이다. 금리 조절 권한을 지닌 연준은 미국 정부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성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손을 잡고 환율에 개입하게 된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불공정 경쟁 우위를 없애기 위해 IMF와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위안화 절상을 위해 외부 압박에 의존하는 방안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며 “새로운 딱지(환율조작국)는 중국에게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질적 대처를 위해선 달러를 풀어 위안화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있다. 이 방안을 쓰려면 연준이 움직여줘야만 한다. 금리를 낮춰 통화량을 늘릴 수 있어서다.

실제 백악관의 연준 압박은 계속됐다. 대통령에 이어 이번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까지 나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0.75%포인트나 1%포인트 낮춰야 한다(8월7일 폭스뉴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정치인들의 인질이 됐다”고 표현했다. 

8월6일자 블룸버그 논평 '트럼프의 진짜 타깃은 중국이 아니라 연준' ⓒ 블룸버그 캡처
8월6일자 블룸버그 논평 '트럼프의 진짜 타깃은 중국이 아니라 연준' ⓒ 블룸버그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과 줄곧 각을 세워 왔다. 경제 부양을 위해 저금리가 절실했지만 연준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다. 그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결국 7월31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10년 7개월 만에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파월 의장은 늘 그렇듯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확실히 나는 연준으로부터 도움을 못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폭이 0.5%포인트가 돼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8월5일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공식 발표되기 약 10시간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때리기는 이어졌다.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렸다. 연준은 보고 있느냐”고 비꼰 것이다. 

외신은 연준의 독립성이 침해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이들은 “미국은 독립적인 연준이 필요하다(월스트리트저널)” “왜 연준의 독립성이 경제에 중요한가(야후 파이낸스)” “중앙은행은 포퓰리스트의 쉬운 희생양(인도 매체 라이브민트)” 등의 논평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직무는 트럼프로부터 경제를 지켜내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급기야 연준의 전직 수장들까지 나섰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연준 전 의장 4명은 8월6일 언론 공동기고문을 통해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나 국내외적으로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건전한 경제 원칙과 데이터에만 의존할 때 경제가 강하게 최상으로 흘러가는 것을 봐 왔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