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로 ‘소매 종말’ 시대 극복하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4 16:00
  • 호수 15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시적으로 비워진 점포 활용 모델…팜업플랫폼 통해 자영업 생태계 시프트도 가능

‘소매 종말(Retail Apocalypse)’이란 경제 용어가 있다. 아마존닷컴, 알리바바 등 거대 자본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등장으로 입지 소매업들이 대거 퇴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스위스의 국제금융 서비스 기업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는 지금 남아 있는 미국 상가의 25%가 2022년까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음식점은 60만 개에 달하는데, 누적 폐업자 비율은 연간 30%에 이른다. 음식점 창업자의 5년 생존율도 29%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음식점 수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0만 개다. 폐업자 비율도 연간 30%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인구 격차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자영업 포화 수준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증가하면서 비워진 점포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인 팝업스토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미국 버거 브랜드인 ‘인앤아웃’의 팝업스토어 모습 ⓒ 연합 뉴스
자영업자의 폐업이 증가하면서 비워진 점포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인 팝업스토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미국 버거 브랜드인 ‘인앤아웃’의 팝업스토어 모습 ⓒ 연합 뉴스

음식점 창업자의 5년 생존율 29%

이렇듯 소매 종말, 대규모 폐업, 여기에다 영업부진 등으로 심정적 폐업을 원하는 사업자까지 합치면 일시적으로 비워진 점포 수는 현재 상상을 초월한다. 바로 이 틈새를 노려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팝업스토어(Pop up Store)가 그것이다.

사례를 보자. 오프라인의 빈 점포를 단기 임차해 팝업스토어를 하는 일본의 ‘가코쿠(河谷)셔츠’가 있다. 이 회사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다. 그런데 왜 팝업스토어를 열었을까? 패션은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 인터넷으로는 그 욕구를 채워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이즈는 기본이고 질감, 색상 등 모니터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욕구 충족을 위해 일시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연 것이다. 일종의 움직이는 피팅룸인 셈이다. 이렇게 채널 하나를 더 가동하자 매출은 35% 넘게 올랐고 반품은 제로에 수렴했다. 쇼핑몰 사업자는 고객 분석을 통해 고객 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팝업을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될 듯하다.

‘술 응원단(Nihonshu Oendan)’은 일본의 각 지방에서 생산된 사케를 모아 팝업을 통해 판매한다. 수입원은 주류 제조업체의 후원과 현장 판매수익 등이다. 한정 판매하는 술에다 술잔 세트까지 끼워주면 선물용으로 인기가 그만이다. 주류업체는 홍보를 대신해 줘서 좋고, 소비자는 싼값에 덤까지 얹어줘서 대만족이다.

팝업스토어의 본고장인 런던에서는 자동차 전시장을 팝업으로 활용한다. 이곳에 와인회사가 들어와 이벤트를 연다. 자동차 고객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에게도 개방한다. 자동차회사는 잠재고객을 끌어들이고, 주민들의 평판도 높아져서 좋다. 와인회사 역시 폼 나게 홍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이러한 팝업스토어는 지난 1990년대 초 런던, 뉴욕 등에서 플래시 소매점(flash retailing) 혹은 임시소매점(temporary retail)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용어에서 보듯이 처음에는 소매점 중심으로 확산되다가 2009년부터 음식점으로 확장됐다. 일반적으로 임대기간은 3일~3개월이다. 판매가는 최저가여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일본에는 ‘이동 공작소’가 있다. 공작에 필요한 도구들을 풀어놓고 마음껏 사용하게 한다. 일종의 소규모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로 보면 된다.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한 이벤트로 해커톤(Hackathon)을 연다. 정해진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경쟁하는 게임 형태다. 주로 부모와 함께 오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팝업스토어는 단지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을 넘어 체험을 함께 묶으면 더욱 빛난다. ‘크레팜(Crefarm)’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먼저 고객들에게 제품을 고르게 한다. 머그잔부터 티셔츠까지 그림을 새길 수 있는 제품 중심이다. 그런 다음, 그 제품에 새기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 바로 그 그림을 제품에 프린팅해 주는 서비스 모델이다. 199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잠시 인기를 누렸던 실사 프린팅 서비스업 같은 모델이다.

‘리틀레모네이드’는 파티용품을 팝업으로 판매한다. 여기에 어린이들이 생일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 준다. 파티용품점은 주로 일부 지역에만 있기 때문에 거리상 이용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손뜨개 팝업도 고려해 보면 좋다. 털실도 팔고, 손뜨개도 지도해 준다면 태교가 필요한 임신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서비스업·계절상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가능

사실 팝업은 입지사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동편집부’라는 서비스업의 팝업오피스가 일본에 있다. 주로 이미지를 편집해 책으로 낸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지역에다 팝업을 낸다는 점이다. 이미지는 그 동네 사정에 밝은 초보 포토그래퍼들이 발굴한다. 보통 3~4명이 조를 짜서 서로 연출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작품이 책에 실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KBS에서 방송 중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명품수선, 애견미용 같은 서비스 업종이나 수영복, 핼러윈 상품, 캐시미어 같은 계절상품, 그리고 중고 명품, 중고 장난감, 유기농 문신 등 다양한 업종으로 접근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개별 팝업스토어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눈을 크게 떠보면 팝업을 하려는 창업자들에게 빈 점포를 연결해 주는 팝업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미칠 것이다. 만일 팝업플랫폼이 활성화된다면 실험 창업자들은 물론이고, 비워진 점포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 계약기간 내에 폐업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퇴로가 막혀 있는 자영업자들, 포화시장의 구조조정이 절대적인 시점에 팝업플랫폼은 자영업 생태계를 전향적으로 바꾸는 혁신모델이 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