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결함으로 인한 피해, 항공사 책임 무겁게 인정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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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항공 ‘필리핀-인천 긴급회항 사건’ 소송 맡은 법무법인 예율 김지혜 변호사

지난 6월에 발생한 제주항공 ‘필리핀-인천 긴급회항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승객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8월8일 제주항공 승객 46명은 비행기 기체 결함으로 인한 회항 때문에 입은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주항공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100만원~5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승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예율 김지혜 변호사는 항공사의 안전운항의무 위반 등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항공 관련 소비자 소송을 전문적으로 대리하고 있다. 또 항공기 연착, 비상착륙,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보상 청구를 위한 사이트 ‘유어라이트’를 개설해 항공 소비자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항공기 관련 사건은 단순한 인적 과실이 아니라, 항공사들이 안전투자와 정비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롯된 사건이 다수”라며 “항공사는 항공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체 정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안전 운항할 의무가 있다. 기체 결함으로 인한 지연∙회항∙비상착륙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무겁게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예율 김지혜 변호사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예율 김지혜 변호사

 

이번 소송의 쟁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전망하나.

“이번 사건은 비행기의 ‘급하강’으로 인한 것이다. 급하강할 경우 비행기의 압력 등이 변화하면서 승객들의 신체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 회항 사건이 아니라, 기체결함으로 인한 비행기의 ‘급하강’, ‘긴급회항’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한 항공사의 책임 인정 여부, 그리고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인 몬트리올 협약 해석상 정신적 손해도 손해배상의 대상인지의 여부 등이 소송의 쟁점이 된다.”

 

항공사 측은 보통 기체 결함으로 인한 지연은 '안전 운항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면책이 된다고 주장한다. 제주항공의 주장대로 ‘센서 이상’이거나, 승객들에게 안내한 대로 ‘여압장치 고장’이라면 기체 정비와 점검 상 과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데.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뒤늦은 기체결함 발견으로 인한 지연, 회항, 비상착륙 등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면책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혹은 제조사에서 마련한 정비 매뉴얼과 국토부에서 인가한 정비 절차에 따른 정비점검을 수행했다면 면책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는 그러한 항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러나 항공기 정비·점검 내지 기체 결함의 예방은 항공운송인의 관리·지배 하에 있다. 실질적인 통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숙련된 충분한 정비 인력 및 정비 시간 확보, 자체적으로 정한 정비 매뉴얼, 정비·점검 주기 및 부품 교체 주기, 예비 부품 구비, 운항일정 관리 등 ‘항공운송업의 운영적 요소’에 의해 기체 결함에 의한 지연이 발생하고 그 지연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지, 외부로부터 발생되는 근원적인 자연력에 의한 사건 혹은 제3자의 행위로부터 파생된 비운영적 사건으로 볼 수 없다. 부품 제조상 결함이거나 조류 충돌이나 제3자의 행위에 의한 기체 손상이라는 입증이 없는 한, 항공사의 책임이 인정돼야 한다.”

 

지연이나 결항∙비상 착륙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기체 결함으로 인한 항공기 사고는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미리 충실한 항공기 정비·점검을 하지 않고 비행 중 기체 결함을 발견할 경우, 안전운항의무가 있는 항공사의 ‘책임가중사유’에 해당한다. 뒤늦은 기체결함 발견으로 인한 지연, 회항, 비상착륙 등의 사건에서 항공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쳤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는 항공소비자들이 소송비용 등을 고려하면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항공기 정비·점검에 투자해 기체 결함으로 인한 지연과 회항 사고 등을 줄여야 할 항공사가 부족한 정비인력과 정비시간, 노후된 부품과 기체로 무리하게 운항노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항공운송업을 하는 것이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식이라는 판단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단순한 인적 과실이 아니라, 항공사들이 기체 정비 인력을 충원하거나 오래된 부품을 교환하는 등 안전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항공기 정비·정검절차 등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된 사건이 다수다.”

 

신체적 손해가 아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도 가능한가.

“이번 사건에는 몬트리올 협약 제17조 승객의 부상에 관한 규정 및 제19조 지연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항공사에서는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입증된 경제적 손해만 배상 가능하고 정신적 손해는 배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하급심 판례는 엇갈린다. 그러나 몬트리올 협약은 배상 책임의 한도(각 4150SDR=한화 700여 만원)만 규정하고 있으며, 정신적 손해 배상 가부는 국내법이 적용돼야 한다. 그렇다면 입증 곤란한 손해를 참작한 위자료 배상이 필요하다.”

 

국내 항공사의 지연 및 결항, 회항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소액이라도 금전 보상한다. 그러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은 해당 항공사를 다시 이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양도도 불가능하고 오프라인에서만 사용 가능한 바우처(고객우대권, 쿠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의 경우 보상 범위가 어떤가.

“유럽연합 규정(항공편의 탑승거부, 취소 및 장시간 지연 시 여객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을 규정하고 있는 EU 261/2004 규정)을 예로 들어 보면 유럽연합 내 출∙도착하거나 유럽연합을 출발하는 항공편은 여객운송 지연 시 운항 거리, 지연 시간 등을 고려하여 3시간 이상 지연의 경우 각 250~600유로(약 한화 80만원)를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별도로 지연 시간동안의 식음료, 숙박, 통신, 교통비용 등을 지급하게 돼 있다.”

 

현재 국토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 측의 과실로 기체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이 적발될 경우 어떤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가.

“소송 과정에서 제주항공 측의 의무위반행위가 발견되면, 업무상 과실치상 등에 대해 형사 절차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지연, 결항, 회항 등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자원이 많은 항공사를 상대로 다퉈 정당한 보상을 받으려면, 항공 소비자들이 연락처를 공유하고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단체 대응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승객들이 공항에 모여 있을 때 연락처를 공유하고 단체채팅방을 개설해 같이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추가적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항공사는 항공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체 정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정시 운항의무와 안전운항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익성을 쫓아 위험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또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기체 결함으로 인한 지연∙회항∙비상착륙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무겁게 인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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