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윤석열, 힘 세진 만큼 우려도 커져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3 11:00
  • 호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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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법조계 인물] 윤 총장 압도적 1위…조국 전 민정수석 3위

올해는 시사저널 창간 30주년이다. 1989년 창간과 함께 실시해 온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도 어느덧 서른 번째를 맞았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로 이렇듯 꾸준하게 장기 기획 보도를 이어온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관계뿐만 아니라, 재계·언론계·학계·문화계 등에서 해마다 본지 조사 결과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조사 역시 국내의 오피니언 리더들인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인·문화예술인·종교인 각각 100명씩 총 10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국내 최고 권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과 함께 조사를 진행했다. 6월24일부터 7월16일까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남성 74.8%, 여성 25.2% 비율이며, 연령별로는 30대 18.1%, 40대 37.0%, 50대 34.9%, 60세 이상 10.0%다.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시선이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쏠리고 있다. 윤 총장은 ‘2019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가장 영향력 있는 법조인 부문에서 지목률 39.8%로 1위를 차지했다. 

역시 법조계에서 검찰의 파워는 셌다. 올해 처음으로 조사된 법조인 분야에서 검찰총장은 대법원장을 압도했다. 윤 총장의 지목률은 2위에 오른 김명수 대법원장(13.9%)과 두 배 이상 격차가 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개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던 조국 전 민정수석은 3위(6.6%)를 차지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4위·4.9%), 박상기 법무부 장관(5위·3.7%), 유남석 헌법재판소장(6위·2.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체적으로 법조 관련 주요 기관의 수장들이 중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조 전 수석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 조 전 수석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기도 하다.

현재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위(0.7%)에 오른 것은 다소 의외다. 또 다른 면에서 법조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적 존재로 남아 있는 고(故)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공동 8위·0.6%)도 이름을 올렸다.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독립운동가의 변호인’으로 알려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으로 더 잘 알려진 법안을 발의한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공동 8위·0.6%)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공동 10위·0.5%)도 순위 안에 올랐다.

법조계의 3륜으로 불리는 판사·검사·변호사 가운데서, 국내 최대 로펌 김&장을 이끌고 있는 김영무 변호사도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순위권 밖이지만 미투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공동 13위·0.3%), 검찰 조직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임은정 검사(공동 17위·0.2%) 등 두 현직 여검사의 이름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윤 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윤 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들 환호가 차디찬 실망으로 돌아서는 건 한순간”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적폐 수사’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되면서 일찌감치 차기 검찰총장감으로 오르내렸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과 취임 직후 보여준 윤 총장의 행보는 다소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 총장은 시작부터 ‘강골 검사’라는 이미지와 맞지 않게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윤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부당 개입을 묻는 야당의 질의에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과거 인터뷰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윤 총장이 위증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윤 전 세무서장 사건은 지금도 윤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윤 전 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보수단체가 윤 총장을 청문회 허위답변서 제출 혐의로 고발한 사건 역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수사하고 있다.

윤 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는 인사에서 소외된 검사들의 줄사퇴 논란으로 이어졌다. 청문회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치켜세우며, 윤 전 세무서장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했다. 그러나 여당에서조차 ‘윤석열 사단’이라는 또 다른 기득권 세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역대 검찰총장 중에 ‘사단’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 있었느냐”면서 “윤석열 사단으로 특검에서 같이 일하셨던 분들, 중앙지검에서 현재 특수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지목된다. 윤석열 사단이 좋은 자리를 독식하지 않게 해 달라”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검찰에 대한 깊은 배려를 유념해서 깊이 새기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 총장의 답변과 달리 윤석열 사단은 대부분 중용됐다. 이 의원이 우려를 표명한 그대로 특검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이 대거 발탁된 것이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을 때 차장이었던 검사들이 대검으로 승진해 똑같이 윤 총장을 보좌하고, 그 빈자리는 특수부 부장들이 메우는 식이다. 다만 윤 총장이 “친형제와 같다”고 밝힌 윤대진 검찰국장(윤 전 세무서장의 친동생)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앉지 못하고 수원지검장으로 발령 났다. 윤 총장의 선배 기수로 최근 사직한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의 스타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옳든 그르든 자기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면서 “윤대진 수원지검장 역시 일단 이번 인사에서만 배제된 성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를 더 시끄럽게 만드는 것은 윤석열 인사에 반발해 옷을 벗는 검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총장은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공명정대한 수사를 천명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공교롭게도 현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대거 좌천됐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의 경우 “폭탄이 터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동부지검 한찬식 검사장,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형사6부장 검사는 좌천성 인사 이후 모두 옷을 벗었다. 

검찰 내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임은정 검사는 “(윤 총장은) 이제는 특수통의 보스가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을 이끄는 검찰총장이다. 검사장님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환호와 응원이 차디찬 실망으로 돌아서는 것은 한순간”이라면서 “정치검사들이 여전히 잘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나갈 거라는 걸 검찰 내부에서는 모두 알고 있다. 검사장님이 정치검사들의 방패막이로 소모되면, 국민들이 대한민국 검찰에 기대를 품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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