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달콤한 ‘NO 재팬’, 그러나 유효기간은 짧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2 17:00
  • 호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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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정권 지지율 상승 위한 ‘NO 재팬’ 카드, 궁극적인 해결책 못 돼

한·일 관계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의 연이은 경제보복 조치에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도 파기하자는 주장이 일반 국민들과 여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정체 모를 위협 무기를 쏘아대고 있다. 보통 때 같았으면 경제 불안과 안보 불안에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을 법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 국면이다. 무슨 이유일까. 외부의 위협이 있는 경우, 국민들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는 이른바 ‘애국중심현상’의 결과로 이해된다. 역대 대통령도 이런 트렌드와 거리가 멀지 않았다.

먼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독도 방문’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2012년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였다. 임기 중반 ‘친서민중도실용’ 정책으로 지지율을 부양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가 등장하면서 이 대통령의 주도권은 차기 대선후보에게 넘어가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지지율은 비상이었다. 임기 마지막 해 지지율은 10%대로 접어들 정도로 ‘레임덕’ 현상이 완연했다.

2016년 9월3일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아베 일본 총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서로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9월3일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아베 일본 총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서로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 연합뉴스

‘레임덕’ MB, 독도 방문으로 기사회생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는 경우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선택한 반등 계기는 ‘독도 방문’이었다. 일본이 우리 민족 감정을 계속 자극하는 데다,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는 데 일본만 한 소재는 없었다. 2012년 8월10일 이 대통령은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일본 본토로까지 논란은 확산되었고 일본은 강력한 항의를 우리 정부에 해 왔다. 여러 정치적 부담이 있었지만 지지율만 놓고 보면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 

한국갤럽의 당시 지지율 추이(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를 보면,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기 직전인 2012년 7월30일~8월3일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17%에 불과했다. 부정평가는 무려 64%였다. 그러나 독도 방문(8월10일) 직후 실시된 조사(2012년 8월13~17일)에서 긍정평가는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껑충 뛴다. 그리고 8월말 조사(27~31일)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28%로 독도 방문 전보다 11%포인트 올라간다(그림1). 임기 마지막 여름의 지지율 기준으로 볼 때 나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다르지 않았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덕을 보면서 한때 주춤하던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최연소 총리로 등극했지만 1년여 정도만 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베의 정치적 영향력이 끝났다고 생각했겠지만, 불사조처럼 2012년에 부활한다. 2012년 12월26일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는데 문제는 그 후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국가들에 민감한 장소인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것이다. 자신의 취임 1주년인 2013년 12월26일이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취임 1주년을 맞는 시점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대선 관련 악재에 시달렸다. 국정원의 대선 댓글 개입 의혹에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 때문이었다. 경찰의 허위 수사 의혹까지 불거지며 따뜻한 연말이 되지 못했다. 당시 만약 대선 댓글이 대통령 투표일 이전에 사실로 발표되었더라면 박근혜 후보를 찍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 기사까지 나왔다.

그러나 돌파구는 바다 건너로부터 전해졌다. 아베 총리가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고조되었다. 정부는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같은 시점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기 직전인 2013년 12월16~1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48%, 부정평가는 41%였다. 큰 차이가 없었다. 갖가지 의혹으로 자칫 데드 크로스(긍정과 부정 평가가 뒤집어지는 현상)가 발생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과 우리 정부의 고강도 대응은 지지율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야스쿠니 방문 직후 실시한 조사(2014년 1월20~23일)에서 박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54%, 부정평가는 37%였다(그림2). 국내 정치 문제로 궁색해졌던 지지율은 반일 분위기에 올라타며 상승세로 뒤바뀌었다.

文 대통령, 각종 악재에도 지지율 상승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올라갔다. 일본이 주요 반도체 핵심부품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기 전인 지난 6월25~2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 결과를 보면, 긍정 46%, 부정 45%로 긍정과 부정이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된 직후 실시된 조사(7월2~4일)에서 문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49%로 올라가고, 부정평가는 40%로 내려왔다(그림3).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할 때 의미가 다르다. 각종 악재가 쏟아지는 중이다. 북한은 계속 발사체를 쏘아대고 있다. 경제는 성장률을 낮춰야 할 정도로 전망이 어둡다. 한·일 간 대결 국면에서 입는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고되고 있다. 수많은 악재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오죽했으면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에서 일본을 향한 강경한 대응이 내년 총선에 유리하다는 취지의 분석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문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들은 이른바 ‘NO 재팬’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지지율 상승이라는 결과를 맛보았다. 하지만 그 맛은 유효기간이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궁극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임기 초반 지지율 위기 국면에서 ‘NO 재팬’ 덕을 보았지만 최순실이 망쳐놓은 국정농단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얼마나 효과를 볼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경제지표 악화 등 계속 쏟아지고 있는 각종 악재가 일본 이슈로 무마되지는 않는다. 결국 하나하나씩 풀어야 하는 당면한 문제다. ‘NO 재팬’은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는 말로 감동을 대신했다. 너무 꼬여 풀리지 않는 한·일 관계의 긍정적 도약을 위한 작은 한 걸음은 어디에서부터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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