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광주·나주, 사사건건 ‘으르렁’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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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나주시, 각종 사안 놓고 상생커녕 소모적 싸움
이번엔 빛가람복합혁신센터 건립 두고 ‘쩐의 전쟁’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광주·나주의 화약고’로 부상

각각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인 광주시와 나주시는 서로 경계를 마주하는 등 가까운 ‘이웃사촌’이자 의기투합해 공동으로 혁신도시까지 조성하는 등 상생의 이웃 도시였다. 하지만 이제는 각종 현안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불편한 이웃’이 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광주SRF 나주열병합발소 반입 다툼을 비롯해 빛가람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배분, 나주농촌버스의 광주 진입 노선 조정 등 현안을 둘러싸고 반목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갈등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광주시와 나주시가 또 다른 화약고를 건드렸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내 복합혁신센터 건립사업 국비 교부를 놓고 두 도시가 맞붙은 것이다. 이번엔 ‘쩐의 전쟁’이다. 광주시가 정부에 ‘분리 교부’를 요청하자 나주시가 이를 두고 “어처구니없는 투정”이라고 맹비난한 것이다. 이 같은 양측 간 갈등을 한꺼풀 벗기면 그 뒤엔 복합혁신센터 건립 주도권 다툼이 있다. 

 

광주시, 정부에 “국비 반반씩 쪼개달라” 공문에 나주시 강력 반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전경 ⓒ한국전력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전경 ⓒ한국전력

광주시와 나주시에 따르면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에 국비와 지방비 등 총 490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6층 전체면적 2만㎡ 규모의 빛가람 복합혁신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큰 규모다. 이곳 센터에는 주민 숙원시설인 실내수영장을 비롯해 체육시설, 동아리방, 청년창업지원센터, 혁신도시발전재단 등이 들어선다.

나주시는 지난 2014년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2019년 7월 타당성조사를 완료했다. 올 9월 행안부에 재정투자심사를 마치면 건축 설계를 거쳐 내년 3월 착공해 2021년 12월 준공할 계획이다. 복합혁신센터 운영주체가 될 ‘발전재단’은 현재 광주시와 전남도, 국토부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 “공동 추진” 취지 절반씩 분리 교부 요구

하지만 최근 광주시가 행안부와 국토부에 나주시의 일방적인 사업 시행자 지정 등을 지적하며 국비 190억원을 광주와 전남에 반반씩 나눠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광주시는 6월 26일 발송한 공문에서 센터 건립과 관련된 전남도(나주시)의 일방적인 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시행방식, 사업 타당성 조사 진행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복합혁신센터 사업 취지를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국비지원금의 분리 교부를 요청했다.

복합혁신센터건립 추진 과정에 ‘양 시·도가 사업시행자와 시행 방법을 함께 논의해 결정하라’는 국토부 지침이 있는데도 전남도와 나주시가 복합혁신센터 건립 절차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게 광주시의 주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동혁신도시의 취지에 맞게 서로 협의해 복합혁신센터 건립을 추진해야 하는데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양 시·도가 국비를 반반씩 확보한 뒤에 애초 취지에 맞게 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나주시 “숟가락 얹기, 어처구니없는 투정” 원색적 비난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나주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나주시는 지난 6일 강인규 나주시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상생과 협력이 바로 이런 것이냐” “어처구니없는 사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는 것” 등 수위 높은 표현도 서슴지 않으며 광주시를 비판했다.

나주시는 이날 입장문에서 “나주 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을 개선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눈물겹고 지난한 과정을 거친 나주시로서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기도 모자라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광주시의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나주시는 이어 “복합혁신센터 건립과 관련해 지난해 7월부터 전라남도와 나주시가 광주시에 수 차례에 걸쳐 협의 요청을 했음에도 묵묵부답하다가 이해 당사자도 아닌 행안부와 국토부에 사상 초유의 공문을 보낸 행위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정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공동발전기금 문제를 거론하며 광주시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상생과 협력이 바로 이런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며 “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조성을 비롯해, 광주SRF반입, 버스노선 조정 문제 등 지자체 간 갈등 요인 해결을 위한 광주시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난에 광주시는 답답해하면서도 반박 입장을 내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혁신도시 현안을 놓고 전남도, 나주시와의 갈등이 커지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럼에도 나주시의 이번 입장문 발표로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혁신도시의 상생 취지가 흔들린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동발전기금 조성·광주SR 반입·버스노선 조정 등 곳곳 ‘갈등 전선

앞서 광주시와 나주시는 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조성 문제를 놓고서도 5년여 동안 대립해 오고 있다. 2006년 광주와 전남이 공동혁신도시를 조성할 당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16개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로 공동발전기금을 조성해 지역발전에 활용하자고 광주시-전남도-나주시 3자 간 합의했다.

광주시는 2006년 약속한 성과공유협약서를 토대로 이전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 전액을 공동발전기금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나주시는 혁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공공시설 마련과 인근 악취 문제 해결 등 정주 여건 개선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당장 기금조성이 어렵고, 기관들이 납부한 지방세 가운데 일부만 기금으로 내놓겠다며 맞서고 있다.

또 두 도시는 나주 농어촌버스와 광주지역 시내버스의 노선 조정을 둘러싸고도 수년째 갈등을 겪고 있다. 나주지역 시내버스인 999번 버스를 두고서다. 나주시는 지난해 말 나주교통 999번 버스의 광주지역 승하차 정류소를 현재 15곳에서 39곳으로 확대해 달라는 변경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지난 2015년 6월 이후 네 번째 대립이었다. 나주시는 그해부터 이 같은 입장을 국토부에 3차례 건의했으나 기각되거나 수정·인용됐다. 

반면 광주시는 농어촌버스의 광주지역 운행에 따른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농어촌버스의 운행 거리를 현행 30㎞에서 5㎞로 축소해 달라며 맞대응했다. 국토교통부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조정위원회는 지난 2월 나주교통 999번 버스노선 조정안 심의를 보류하고 공을 지자체에 돌리면서 진척이 없는 상태다.

광주 SRF쓰레기의 나주 반입 문제도 각자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나주시의 법정 다툼으로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어 갈등이 봉합될 지는 미지수다. 한전공과대학 유치를 두고도 두 도시는 일합을 겨뤘다. 

이들 사안 모두 ‘돈’과 ‘지역발전’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빚어진 첨예한 대립이라 불씨가 쉽게 사그라질 분위기가 아니다. 특히 두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조성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도시 성장과 발전의 중요한 자양분으로 대두되면서 ‘광주·나주의 화약고’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한 나주지역 주민은 “동일 생활권, 같은 정서를 갖고 있는 하나의 지역에서 상생은커녕 두 시가 서로 소모적 싸움을 하는 것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장기적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역 간 협력과 양보의 자세로 공동번영을 이뤄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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