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미국에 중재 요청 안했다…청구서 날아올까봐”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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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라디오 인터뷰서 한·일 갈등 관련 자신감 내비쳐
“안보 분야도 강화해야…외부 의존도 높으면 부품·소재처럼 문제 생길수도”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방미 기간 동안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보 분야도 소재·부품 분야와 같은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며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차장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한 중재를 요청하러 미국에 갔다는 식으로 국내 언론에는 보도가 됐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제가 미국에 가서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차장은 중재를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오고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 뻔한데, 제가 왜 중재를 요청하겠느냐"며 "제가 (미국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 그것(중재)을 요청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중재라는 것은 둘 중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미국으로부터) 청구서도 들어올 것이고, 과거에 우리가 중재 요청한 다음에 거절 당해서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연합뉴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연합뉴스

그는 미국 방문 목적에 대해 "한국 입장을 객관적인 차원에서 설명하는 것이었다"며 "우리나라에는 삼권분립이라는 게 있고, 대법원 판례가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뒤집는 게 아니다. 우린 이것을 존중한다(고 미국에 설명했다)"며 "(일본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선 아직도 (개인) 청구권이 남아있다는 것을 대법원 판례에서 확인한 것 뿐이라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차장은 한·일 갈등이 본격화 하던 7월12일 3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김 차장의 미국 방문을 두고 미국의 중재를 요청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김 차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우리가 검토해 보니까 지금 전략물자가 일본에서 1천194개가 된다. 1천194개에서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게 몇 개인가 봤더니 손 한 줌 된다"며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다. 일본 같은 경우는 28%밖에 안 된다. 무역을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나라다"며 "부품·소재나 전자제품, 4차 산업혁명 기술 측면에서 우리가 일본을 캐치업하거나 일본보다 앞장서는 게 가장 좋은 조치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보 분야에서도 외부 세력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부품·소재 분야처럼 똑같은 문제가 안 생긴다는 법이 없다"며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우리가 지금 정찰용 인공위성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저 궤도에다가 적어도 정찰용 인공위성을 5개, 아니면 25개(를 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과제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 투자 확대 △국방력 강화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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