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섬의 날’ 3일 행사에 24억원 써 혈세 낭비 논란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고비호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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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가기념일…“참여·관심 뜨거워” vs “돈이 아까워”
체험은 없고, 영상으로 바다, 섬, 모래, 뻘 배워 ‘빈축’
대부분 시설 사흘 만에 철거 “예산낭비 전형적 사례”

전남 목포 삼학도 일원에서 열린 제1회 섬의 날 기념,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이 10일 폐막했다. ‘섬의 날 행사’는 지난해 8월 8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후 올해 처음으로 목포에서 열렸다. 주민 삶의 터전으로 동고동락해 온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조명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사람, 만남, 평화, 연결, 꿈, 자연, 행복, 미래 등 섬이 지닌 8가지 가치를 제시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섬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의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행사에 국민세금 24억원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단발성 졸속행사 지적

전남 목포 삼학도 일원에서 8~10일 사흘간 열린 제1회 섬의 날 기념,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 행사장 전경 ⓒ미디어포유 김용은
전남 목포 삼학도 일원에서 8~10일 사흘간 열린 제1회 섬의 날 기념,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 행사장 전경 ⓒ미디어포유 김용은

섬의 날 기념행사를 주관한 전남도는 11일 보도자료를 내 무더운 날씨에도 참여와 관심도 뜨거웠다고 평가했다. 도에 따르면 행사에는 전국 53개 지자체, 기관, 단체와 103개 섬 주민이 대거 참여했다. 15만 방문객을 불러 모았다. 특히 전국의 섬 주민 400여 명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섬에서의 삶의 애환과 성공스토리 등을 이야기하고 섬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섬 주민대회와 학술대회도 열렸다. 

섬의 전통 문화 계승을 위해 섬 주민들이 참여하는 섬 민속 경연대회와 섬 특산품 홍보를 위한 경매 이벤트에선 행사 기간 모두 완판되는 ‘과외 소득’도 챙겼다.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그동안 전남도에서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국립 섬발전 연구기관’을 설립할 계획임을 밝혀, 숙원사업이 일시에 해결되는 성과도 거뒀다.


취지는 사라지고 불꽃·K팝 공연으로 ‘환심 자극한 행사’ 혹평도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지자체가 마련한 홍보 부스 앞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지자체가 마련한 홍보 부스 앞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그러나 전반적인 마스터플랜 부재 속에 ‘졸속 행사’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성공적이었다’는 전남도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섬의 날, 썸 페스티벌’은 천편일률적인 축제가 갖는 내용상 취약점을 메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남도는 애초 섬의 날 행사가 기존 단순 기념식 위주로 진행되는 국가기념일과는 달리 섬 주민은 물론 국민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형 ‘썸 페스티벌(한여름밤의 축제)’ 형식으로 선보인다는 구상이었다. 도의 계획대로 행사가 페스티벌로 진행되면서 종래 기념식이 갖는 ‘딱딱함’은 사라졌지만 실상 섬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험하기 위한 ‘본질적 행사’는 적었던 것이다. 

섬 민속 경연대회와 학술대회, 요트 체험, 해양직업 체험관 등을 제외하고는 전국 어린이 그림대회・동요대회, 스타셰프 푸드쇼, 유명가수가 출연하는 케이팝(K-pop)콘서트, 관광과 함께하는 노래자랑, 선물받기 이벤트 등 부대행사가 주를 이뤘다. 

이로 인해 ‘본말전도’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오후 삼학도 주 행사장, 섬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행사장은 아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전국 지자체에서 차린 부스 앞에 선물을 타기 위한 관람객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부 지자체는 홍보 실적을 쌓기 위해 ‘선물 공세’에 나서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웬 한여름 폭염에 페스티벌?…관중석 ‘텅텅’

8월 10일 오후, 연일 33도를 웃도는 폭염 탓인지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 메인 행사장인 400석 규모의 공연장이 텅텅 비어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8월 10일 오후, 연일 33도를 웃도는 폭염 탓인지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 메인 행사장인 400석 규모의 공연장이 텅텅 비어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공연장도 텅텅 비었다. 전남도의 ‘성황’ 주장과는 달리 주말인 이날 오후 공연장은 믿겨지지 않을 만큼 한적했다. 메인 행사장이기도 한 4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탓인지 눈으로도 관람객을 셀수 있을 만큼 적었다. 그마저도 목포시민으로 보이는 노년층과 공연 관계자, 질서요원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가족과 함께 섬 축제장을 찾은 어린이와 청소년 관람객들은 모래도, 뻘도, 바다와 섬도 모두 영상으로 배워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바닷물과 갯뻘을 공수해서 뻘 체험장을 조성해 놀게 하고 바로 인근 수영장으로 뛰어들게 하거나 아예 섬 하나를 소형 모형으로 만들었어야 했다며 많이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K팝으로 학생들을 불러들이고 불꽃놀이와 이벤트성 선물 제공으로 어른들의 동심과 환심을 자극한 행사라는 혹평도 나왔다.

무엇보다 혈세 낭비 논란이 거세다. 이번 행사에 국비 17억원과 지방비 7억원 등 모두 24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막대한 세금이 ‘알맹이 없는’ 단발성 1회성 행사비로 불과 사흘 만에 허공으로 사라졌다면서 “돈이 아깝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의 시설이 사후 활용을 외면당한 채 3일 만에 철거된 점을 염두에 둔 말이다. 목포 삼학도 해경부두에 가건물로 설치된 두 동의 메인 행사장은 행사 마지막 날인 11일 늦은 오후부터 일찌감치 철거작업에 들어가 예산낭비의 전형적 사례라는 지적을 받았다. 

섬의 날 행사를 목포에 유치한 지역출신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비 17억원을 확보하며 목포시에 삼학도보존협의회와 협의해 기왕이면 행사장 시설 등에 대한 보존차원의 준비를 요구했으나 전남도나 목포시가 귀뜸이나 협의 한번 없이 1회성 행사비로 24억원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목포 삼학도 해경 부두에 건립한 행사장의 자재비를 목포시가 부담해 보존한 뒤 해양문화축제와 항구축제 등 목포항의 멋을 살리는 행사장으로 사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당부했으나 행정관청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일각 “그들만의 행사…돈이 아깝다” 

국비와 지방비 등 24억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간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 행사장 시설을 불과 3일 만에 철거하자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포유 김용은
국비와 지방비 등 24억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간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 행사장 시설을 불과 3일 만에 철거하자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포유 김용은

프로그램도 행사 10여일 전에서야 겨우 공개되는 바람에 ‘그들만의 깜깜이 행사’였다. 예산 내역도 일부만 살짝 공개하고 비밀에 부쳐졌다. 전남도는 언론의 문의가 잇따르자 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대 및 부스제작 2억원, 프로그램 7억원이 소요된다고 일부만 밝혔을 뿐 상세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예산의 부적절한 편중 지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작 섬의 날 행사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섬 주민대회와 학술대회에는 수천만원의 지원에 그치고, 대부분의 예산이 불꽃놀이와 공연 등에 집중 투입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에 일부에선 보여주기식 ‘행사 행정’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전남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섬 전문가들은 “섬의 날의 핵심은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중요성을 알려 섬사람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행사의 초점을 단순히 관람객 수 등 흥행에만 맞춘다면 섬의 날 개최와 국고 지원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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