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주장이 불편해지는 이유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6 14: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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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의 시시비비]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서울대 복직이 남긴 폴리페서 논쟁의 숙제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서울대 복직 문제를 둘러싸고 일련의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말 낯 두꺼운 사람들’이라는 사설을 통해 조 후보자를 이렇게 힐난했다. “조 후보자는 곧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고 한다. 그러면 또 휴직할 것이다. 좋은 자리는 돌아가면서 다 하고, 서울대 교수 자리는 보험으로 계속 갖고 있겠다는 계산이다.”

보수언론과 야당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조 후보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반박했다. “일부 언론이 이상을 교묘히 편집하여 나를 언행불일치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말을 바꾼 적이 없다.”

논쟁은 조 후보자가 과거 정치권을 기웃거리던 폴리페서들을 비판했던 자신의 말들을 바꾸고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인 것인지에 대한 진실공방전으로 전개되었다. 이색적인 것은 마찬가지로 폴리페서 소리를 들어온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이 논쟁에 가세해 “제 해석으로는 2004년 (조국 후보자의) 이 칼럼은 그의 폴리페서 비판 입장의 내로남불이 분명해 보입니다”라는 주장을 내놓은 광경이다. 똑같이 폴리페서 소리를 듣던 사람들 사이에도 커다란 입장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본질은 학습권 침해

하지만 논쟁의 흥미로움에 넋을 잃다보면 본질을 놓칠 위험이 있다. 우선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조 후보자가 폴리페서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니, 폴리페서의 문제들에 대해 유독 그에게만 추궁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 후보자가 항변했듯이 이전 정부의 장관들이 교수직을 내놓지 않고 장관직을 수행했을 때는 조용했던 언론이 그에게만 비판의 화살을 겨누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태도임에 분명하다.

폴리페서의 문제는 우리 대학들이 오랫동안 방치해 온 고질적인 문제로, 조 후보자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의 복직 문제가 논란거리가 된 상황에서, 일단은 쟁점들에 대해 시비를 가리는 일은 필요해 보인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조 후보자가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을 바꿔 내로남불을 했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그와 무관하게 조 후보자의 선택이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조 후보자가 말을 바꾼 것이 아님은 그의 설명이 사실에 좀 더 부합한다. 조 후보자의 설명대로 그가 2004년과 2008년 ‘대학신문’ 기고문을 통해 주장했던 것은 “교수들의 무분별한 ‘출마’에 대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조 후보자가 문제 삼았던 것은 ‘선출직’에 나가려고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이었지, ‘임명직’을 가리킨 것은 아니었음은 해당 글들을 읽어보면 확인된다. 그러나 어째서 선출직은 교수직을 유지하면 안 되는데 임명직은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두 가지 경우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조 후보자는 임명직의 경우는 ‘앙가주망’이라 해석하면서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까지 높이 평가했지만, 해당 교수가 휴직하는 동안 새로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되고 학사행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사실 매한가지다. 선출직과 임명직의 본질적 차이가 있느냐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한다는 사실에는 본질적 차이가 없다.

8월8일 서울대 교내에 조 전 수석의 최근 행보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담은 대자보가 나란히 붙었다. ⓒ연합뉴스
8월8일 서울대 교내에 조 전 수석의 최근 행보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담은 대자보가 나란히 붙었다. ⓒ연합뉴스

장기간 휴직은 사직 처리 등의 조치 있어야

두 번째로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기용이 확실한 상황에서 복직을 선택한 행위의 적절성 문제다. 인사청문회를 하고 장관으로 정식 임명되면 다시 휴직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부임 시 휴직도, 이번 서울대 복직도 모두 철저히 법률과 학칙에 따른 행위”임을 강조했다. 물론 교육공무원법이나 서울대 학칙에는 휴직의 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다. 그리고 복직을 신청한 지 1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휴직을 신청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률과 학칙을 위배하지 않았다는 것이 행위의 윤리적 적절성까지 판단해 주는 것은 아니다. 복직하고 나서 조만간 재휴직 신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은 편법의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법률과 학칙이 막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든 장관직과 함께 교수직을 유지해 나중에 돌아갈 곳을 남겨두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곧 재휴직하게 될 교수가 강의 계획조차 없는 복직까지 하면서 교수직을 지키려 한 모습이 매우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으로 비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조 후보자가 흔히 사용하는 “감수한다”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지켜보기가 불편하다.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은 조 후보자의 것이 사실에 더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조 후보자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도 강변이다. 휴직-복직-재휴직으로 이어질 장면이 상식적인 사람들의 눈에까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해야 할 문제다. 문제는 조국이라는 개인을 넘어 수많은 폴리페서들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가 향후 몇 년간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를 하는 것보다 검찰을 개혁하고 법무부를 혁신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라는 견해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수로서 대학과 학생들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여겨도 된다는 주장은 또 다른 문제다.

결국은 이러한 논란의 반복을 막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미 국회법 개정을 통해 선출직에 대해서는 교수직 겸직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임명직의 경우는 무한정 휴직을 반복해도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물론 임명직으로 가는 교수들이 무조건 사직해야 할 때 교수들의 앙가주망 자체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면, 보다 유연한 방식을 통해서라도 과도한 휴직은 통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재완 장관의 장기 휴직 얘기는 조 후보자를 통해 비로소 알려졌는데, 아무리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말한다 해도 그렇게 도를 넘는 상황은 막아야 대학 사회가 지켜질 수 있다. 임명직으로 가더라도 휴직 기간이 2~3년을 넘을 경우에는 사직 처리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폴리페서들의 처신에 대한 질서 있는 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방송에 출연하거나 정치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수업마저 취소하고 달려가는 교수들을 종종 지켜보아왔다. 대학 교수 자리로는 성에 차지 않아 다른 욕망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런 교수들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성실하게 연구를 하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는 한눈팔지 않고 공부만 해서 훌륭한 연구와 강의 실력을 갖추고도 비정규직 시간강사로 늙어가는 연구자들이 많다.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가. 대학 교수 자리는 연구와 강의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옳다. 조국 후보자의 복직을 둘러싼 찬반 논쟁과는 별개로,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수많은 폴리페서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통제가 필요해 보인다. “인간답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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