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빨간날을 휴가에서 빼는 그런 ‘장난’은 못친다
  • 노재찬 노무법인 해원 대표노무사 (bluesky2293@naver.com)
  • 승인 2019.08.16 16: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재찬의 노무궁금] 5회- 바뀐 근로기준법 연차 규정
설 연휴 기차표 예매 첫날인 2017년 1월10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시사저널
설 연휴 기차표 예매 첫날인 2017년 1월10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시사저널

여름휴가로 인해 서울시내 도로가 많이 한산하다. 주말 포함해 짧게는 5일, 길게는 9일 정도의 휴가를 두고 직장인들은 국내외 할 것 없이 많이 떠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살펴보자. 직장인들에게 1년을 기다려온 여름휴가가 어떤 회사에서는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어떤 회사에서는 연차휴가와 별개로 부여된다는 사실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지인이 "우리회사는 한 주 동안 여름휴가를 다녀오면 연차휴가가 5일 줄어드는데, 이게 맞아?" 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

오늘은 여름휴가를 비롯해 직장인들이 쉬는 날과 연차휴가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법적 유급휴일은 '일요일'과 '근로자의날' 뿐

연차휴가와 휴일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소정근로일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소정근로일이란 쉽게 말해 근로자와 사용자가 일하기로 정한 날을 의미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휴일(흔히 '일요일')과 근로자의 날(5월 1일)에 대해서만 유급으로 휴일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민간 기업에서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을 제외한 날을 소정근로일로 정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한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휴일(이하 '공휴일')을 보면 우리가 흔히 '빨간 날' 이라고 부르는 명절연휴, 현충일, 광복절 등의 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달력을 보면 빨간색으로 돼 있고 실제로 공휴일에 출근해서 일하는 직장인은 별로 없기 때문에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공휴일=쉬는 날' 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있다.  

청와대가 2월6일 경남 양산에서 설 연휴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들과 선친 산소를 찾은 뒤 주로 독서와 산책을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2월6일 경남 양산에서 설 연휴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들과 선친 산소를 찾은 뒤 주로 독서와 산책을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제공

중소기업 대표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하소연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대기업과 달라서 주말 2일과 공휴일 다 쉬고 법에서 정한 연차를 별개로 또 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얘기한다. 필자도 노무법인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소기업 대표들은 연차휴가 관련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문의를 많이 하는데, 답변은 사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상의 유급휴일을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로 규정하고 상술한 '공휴일'은 소정근로일로 정하는 것이다. 공휴일이 소정근로일이 되기 때문에 설, 추석, 현충일, 광복절 등 공휴일에 쉬게 되면 연차휴가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름휴가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비롯한 교섭력이 있는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에서는 법정 연차휴가 이외에 여름휴가를 별도로 부여하는 곳이 많은 반면, 노동조합이 없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여름휴가기간도 소정근로일에 쉬는 것이기 때문에 연차휴가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처리가 된다.

 

몇몇 중소기업 공휴일을 연차휴가에서 빼와

결국 공휴일 11~12일 정도에 여름휴가 3~5일 정도를 쉬게 되면, 연차휴가를 대부분 소진하는 상황이 발생해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은 별도의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적어도 2018년 5월 28일까지는 기업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연차휴가 일수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2018년 5월 29일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속기간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부여, 1년 이상 근무 시 발생하는 최초의 연차 유급휴가일수에서 과거 1년 동안 사용한 연차휴가일수를 차감하지 못하게 됐다. 회사는 직원 입사 후 1년이 되는 시점까지 발생하는 연차일수 총 11개와 1년이 되는 시점에 발생하는 총 15개의 연차휴가를 더해 총 26개의 연차휴가를 부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공휴일을 연차휴가 사용으로 처리하는 방법만으로는 연차발생일수가 많아, 중소기업으로서는 머리가 아픈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공휴일, 의무적으로 유급휴일 보장해야

지금까지는 민간기업에서 공휴일을 반드시 유급휴일로 처리할 필요가 없었으나 민간기업도 공휴일을 의무적으로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소기업 대표들의 탄식을 여기저기서 듣고 있으나,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단, 즉시 도입은 아니고 기업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근로자 300인 이상: 2020년 1월 1일, 근로자 30인~300인: 2021년 1월 1일, 5~30인:2022년 1월 1일)되므로 중소기업에서는 이점, 주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에는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직원 수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할 것이다.

세계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기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국가라는 오명을 개선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정부 주도로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제 중소기업 대표도 생각을 달리해 급변하고 있는 노동환경을 두고 한숨을 쉴 것이 아니라, 적극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pixabay
ⓒpixabay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