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곧은소리] 명성교회가 거듭나는 길
  •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1 16: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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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재산 몽땅 팔아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장애인 돕고 교육에 바쳐야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한국은 경제, 기술, 연예, 스포츠 등 열심히 노력해 성취할 수 있는 분야에서 대부분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 윤리, 교양, 질서, 환경보호 등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분야들에는 부끄러운 후진국이다. 이익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한국의 투명성지수(부패인식지수)가 45위로 일본, 대만, 홍콩은 말할 것도 없고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 더 부패한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일본의 14배나 되고 사고로 입원하는 사람은 일본의 8배나 된다.

한 사회의 도덕문화는 그 사회의 지배적인 종교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최대 종교는 기독교와 불교인데 두 종교가 도덕적으로 매우 타락했다.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사회의 지탄을 받는다. 특히 한국 기독교는 세계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가지 추문이 폭로되었지만 최근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 대형 교회의 세습이다.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시사저널 박은숙

유독 한국에서 교회세습이 일어나는 이유

세습은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북한 김씨 가문의 정권세습, 재벌들의 기업세습, 그리고 대형 교회의 목회세습으로 세습이 부정적인 함의를 갖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갖고 싶고 누리고 싶은 것들을 세습하는 것은 평등과 공정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성경은 세습을 금지하지도 않고 기독교 역사가 긴 서양에서도 세습이 큰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유독 한국에서 교회세습이 일어나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한국 개신교가 세속적인 기준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과거 신자가 적고, 교회가 가난했을 때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세습이 일어났고, 그것은 고난의 세습이기 때문에 오히려 칭찬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그런 세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초대교회 신자들과 목회자들이 순결하고 헌신적으로 전도활동을 했고 희생적인 삶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기독교는 급속하게 성장해 한국의 최대 종교가 되었다.

그러나 돈과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자 신앙의 순수성이 약해지고 세속적인 가치에 대한 유혹이 커지게 되었다. 성공이 실패의 원인이 된 것이다. 액튼 경의 경구 “모든 힘은 부패할 경향을 가지고 있고, 절대적인 힘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가 한국 기독교에 그대로 증명되었다. 세습이 주로 대형 교회에서 일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돈이나 정치적 영향력이 아닌 다른 명분을 내세우지만 모두 구차한 변명일 뿐 설득력이 별로 없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전통적인 효(孝)문화가 만들어놓은 가족 연고주의다. 공자는 논어에서 아비의 잘못을 자식이 숨겨주고, 자식의 비리를 아비가 숨겨주는 것이 정직이라고 가르쳤다. 가족의 범죄를 고발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교회세습이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도 비난받지 않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이 일어나고 비난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가족 연고주의가 공정성에 위배되고 특히 부정 은폐의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세습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동반할 수 있는 부정의와 부정 은폐의 가능성 때문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세습반대 TF 관계자들이 8월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를 둘러싼 교단 재판국의 재심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로회신학대학교 세습반대 TF 관계자들이 8월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를 둘러싼 교단 재판국의 재심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혹 자체만으로 한국 기독교에 큰 상처

현대사회에 물질주의가 판을 치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돈이 우상이 되어 있기 때문에 돈이 많고 교인 수가 많은 교회의 세습은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명성교회에 대해서는 온갖 종류의 부정적인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런 의혹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명성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기독교에 커다란 상처를 준다. 교회가 오해를 받을 수 있으나 적어도 돈, 권력, 명예, 성 같은 하급욕망과 관계해서는 철저히 깨끗해야 한다.

종교는 돈과 거리가 멀면 멀수록 좋다. 기독교가 순수하려면 적어도 돈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예수님이 가장 경계한 것이 재물에 대한 탐심이고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 역사적으로 위대한 신앙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가난했다. 교회가 물질적으로 넉넉했을 때 대부분 타락했고 순수성을 상실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란 성경의 가르침은 두고두고 사실임이 증명되었고 한국 교회가 가장 심각하게 들어야 할 경고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역사적으로 두고두고 위대한 교회로 남을 수 있는 길이 하나 있다. 과감하게 교회 재산을 몽땅 팔아 국내외의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장애인 복지와 교육에 다 바치면 된다. 그러면 그동안 교회, 교인들, 특히 김삼환 목사 부자가 받았던 모든 오해와 비난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제까지 누렸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명예와 존경을 받을 것이며 기독교 역사에 남는 쾌거가 될 것이다. 예수님이 가장 기뻐하시고 모든 사람들이 기독교를 위대한 종교로 인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까지 명성교회가 성취한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모든 교인들에게 진정하고 순수한 자부심을 갖게 할 것이다. 이는 명성교회와 교인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특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순수한 신앙을 가진 더 많은 분들이 교회를 찾을 것이고 명성교회의 명성은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다. 이 특권을 꼭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 교회에 핵폭탄급 충격을 줄 것이고, 그 충격은 한국 교회가 근본적으로 개혁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그것은 돈에 찌들어 저급하게 타락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엄청난 교훈을 줄 것이고 특히 매우 시급한 인성교육에 멋진 공헌이 될 것이다.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지금처럼 계속 총회 재판에 불복하고 현 상태의 세습을 유지하려 한다면 이는 한국 교회, 기독교, 하나님의 명예와 영광에 먹칠을 가하는 지극히 부끄럽고 치졸한 대응으로 두고두고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교인들도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며 자존심과 명예에 큰 손상을 받을 것이다. 자녀의 인성교육에 관심을 가진 자존심 있는 교인들은 하나둘 교회를 떠날 것이고 머지않아 교회가 매우 약해질 수도 있다. 부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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