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과 분쟁 계속될 것…관광 전략 바꿔야 산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0 10: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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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일본의 경제보복 움직임이 한국과 일본 사이 하늘길과 바닷길을 막았다. ‘일본 여행 보이콧’으로 항공사들은 일본행 노선을 구조조정했다. 일본으로 가는 뱃길 노선도 승객이 줄면서 잇따라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도 ‘한국 여행 보이콧’을 선언했다. 상호 의존도가 높은 양국이 서로 관광을 보이콧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은 관광업계다. 여행 감소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일본이 더 크게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나왔지만, 일본의 보이콧 역시 우리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예고한 것은 사실이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돼 가는 현 추세를 볼 때 한국의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은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될지 모른다. 18년째 관광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 일본으로 인해 나라의 관광산업이 더 침체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지금, 한국 관광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그 답을 우리나라 대표 관광 전문가이자 차기 한국관광학회장인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에게 들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 시사저널 임준선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 시사저널 임준선

일본 여행 보이콧이 일본 정부에 실제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 일본은 시장 다변화를 꾀하면서 타격을 완화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대마도와 같이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관광은 숙박과 음식, 곧 1차 산업과 3차 산업에서 영향을 체감할 수 있는 분야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들도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대책을 요구할 것이다.”

 

일본인들의 반한 감정도 거세져 한국을 덜 찾지 않을까.

“당연하다. 과거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가던 곳은 중국이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이 급감한 것을 보더라도 국가 대 국가 관계는 관광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한·일 관계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관계는 급격하게 나빠졌고, 일본인 관광객 수도 급격히 줄었다. 그나마 작년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던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일어났다. 일본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일본인들도 ‘한국에 가면 환영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한국 관광산업에 일본인들의 비중과 영향력은 얼마나 되나.

“작년 기준으로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754만 명, 한국에 온 일본 관광객은 294만 명이다. 양국 여행 보이콧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일본이 더 크게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나왔지만, 어느 쪽이 더 손해를 볼 것이라는 관점에서 관광을 보는 것은 아쉽다. 단순히 손해를 따져보기엔 관광은 여러 영역과 연관돼 있다. 일본의 내년 최대 이슈는 도쿄올림픽이고, 우리도 호기로 봤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을 잘 활용해 한국에 오게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2022년 중국에서 열리게 될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다. 한·중·일 3국을 역내 관광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세 나라가 공통적으로 합의한 사안이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경제보복은 우리 관광산업에 있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일본 여행 보이콧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지속될까.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 통계적으로 보면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났을 때 1년 정도 관광에 영향을 미쳤고, 중국과 필리핀 분쟁은 8개월~1년 정도 영향을 미쳤다. 사드 사태 이후에도 1년 정도 지나면 영향이 미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한·일 관계에 따른 영향은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쪽 국가에 엄청난 피해가 될 것이다.”

 

일본 외에 다른 곳에서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타격을 줄일 수 있지 않나.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을 때 한국은 이미 동남아 시장을 개척했다. 여행 비율을 높여놨기 때문에 일부 대체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관광시장의 확장은 기본 시장을 기반으로 늘려나가는 것이다. 기본 시장을 잃고 대안 시장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 관광산업 목표치에 분명히 타격을 줄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당연히 일본에 대해 단기적으로 보이콧을 할 수 있다. 다만 ‘노 재팬’이 아니라 ‘노 아베’로 타깃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우리가 거부하는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측면과 아직도 남아 있는 제국적인 요소들이지 일본 전체 국민들이 아니다. 아울러 한국 사회가 이만큼 발전하는 데 국민들이 역동적으로 해외에 가서 보고 배운 것들을 쌓아올린 것이 중요한 자산이 됐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노 일본’에 대한 한국 정치권의 대처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일본이 길을 잃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이 시기에 ‘통 큰 정치’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일본 같지 않다’를 보여주자는 얘기다.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면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대처는 아쉽다. 외교 협상의 당사자들이 일본 정치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명동에 ‘노 재팬’ 깃발을 걸거나 지자체에서 일본 필기구를 버리는 퍼포먼스 등이 그렇다. ‘하수 정치’다. 정치와 문화는 분리해야 한다. 문화·인적 교류는 민간 차원에서 계속 활성화하고, 일본 관광객이 오는 것도 환영하고, 국민들이 일본에 가는 것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선언과 통 큰 자세가 필요하다.”

 

권여당은 지금을 전화위복 삼아 ‘국내 관광 활성화’를 말한다.

“애국심에 기대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려고 하면 안 된다. 계기는 마련할 수 있지만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여행 소비자들이 국내여행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만큼 서비스와 품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노력을 먼저 해야지 ‘일본 안 가니까 국내여행 가자’는 선언은 곤란하다.”

 

관광산업은 국제 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홀로서기를 할 방안이 있을까.

“관광은 문화적 현상과 욕구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기 때문에 분위기뿐 아니라 사건, 테러, 전염병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국가 간 분쟁은 영향이 오래간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우리 관광산업이 최소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전염병이나 9·11 사태 등 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5개월 정도 지나 반등했다. 반등이 되면 다시 성장 곡선을 이룰 수 있다. 지금처럼 국가 대 국가의 분쟁은 한반도 주변에 늘 있을 것이다. 전략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 와라’가 아니라 ‘부산에 와라’ ‘대구에 와라’라는 도시 중심적 마케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럼 상대적으로 정치와 외교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지역이 살아야 한국 관광이 전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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