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주목하는 아시아나 인수 후보는 ‘정유·유통社’
  • 김도현 시사저널e 기자 (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22 10: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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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CC 부상으로 FSC 입지 좁아져···‘항공유 판매’ SK·GS, ‘관광 연계’ 롯데 주목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하다. 산업은행이 처음 매각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하반기 M&A(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지만, 하마평에 올랐던 모든 기업이 “관심 없다”고 일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애경그룹만이 현재 인수전에 뛰어들 계획을 공언한 상태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여전히 흥행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인수 자격이 제한된 까닭에 인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기업이 함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항공사업법 9조 1항에 따르면 외국인이나 외국정부 및 외국법인, 이들이 절반 이상 소유한 법인 등은 이번 인수전 참여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아시아나항공 발행주식 31.07%(6868만8063주)의 가격만 2조원에 육박하고, 기존 7조원의 부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 대기업들만이 인수전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1969년 대한항공공사(현 대한항공) 민영화 이후 50년 만의 항공사 매물이다. 채권단 등은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며 인수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국적 항공사 3곳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 됐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국적 항공사 3곳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 됐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기존 인수 후보자들 “관심 없다” 일축, 왜?

문제는 항공업계 상황이 만만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토가 방대하고, 기차보다 비행기 값이 저렴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LCC들이 각 업체의 거점공항 등을 중심으로 주요 도시들을 연결한다면, 국내 LCC들은 인천·부산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근거리 국제선을 핵심 수익원으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항공사(FSC)의 입지가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FSC의 입지와 경쟁력이 악화되는 상황이기에, 항공사업과 시너지가 없는 그룹이 인수할 경우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시장에서도 항공사 인수를 통해 기존 사업들과 확실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업체들이 참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적인 업체들이 SK그룹, GS그룹, 롯데그룹 등이다. 인수 및 부채 부담을 안을 수 있는 자금력뿐 아니라, 사업 연계성이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SK와 GS의 연계사업은 정유업이다. 이들은 각각 SK에너지와 GS칼텍스를 통해 해당 사업을 영위 중이다. 두 업체는 국내 경질유 시장점유율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2위 업체다. 지난해의 경우 SK에너지가 32.1%를, GS칼텍스가 24.5%의 점유율을 각각 보였다. 정유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접점은 ‘항공유’다. 항공유 구입은 항공사에 필수적이다. 영업비용 중 가장 높은 지출 비중을 차지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연 항공유 구입비용은 2조원 안팎이다. 달러로 구입이 이뤄지는 탓에 환율·유가 등의 요인으로 해마다 차이가 크다. SK그룹과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차지한다면 안정적인 항공유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유통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항공기-숙박-면세점 쇼핑-백화점 쇼핑-테마파크’ 등을 아우르는 연계성이 한층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면세사업의 경우 최근 미주·동남아·호주 등 해외 확장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상태여서, 가장 확실한 홍보 수단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관련 사업들을 영위하는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리츠를 통해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다. 롯데백화점 부동산을 매각하고 이를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롯데쇼핑이 확보한 현금만 1조원을 웃돌고 있다. 현재 롯데쇼핑의 현금보유고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유통사업 특성상 단기적 현금 동원력 또한 뛰어나다. 인수 후 자금운용도 수월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 세 그룹에도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세 그룹은 모두 지주사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추가적으로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를 거느리릴 경우 100%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그 계열사들까지 따라온다는 점이다. 금호와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및 관련 계열사 통매각을 바라고 있다. 어지간한 규모의 ‘중견그룹’을 매각하는 것과 같은 규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6개 계열사를 뒀다. 에어부산(44%)과 아시아나IDT(76%) 등 두 곳은 완전 자회사가 아니다. 다른 그룹으로 편입됐을 때 증손회사에 해당될 경우 관련법 위반이 된다. 에어부산의 경우 해당 지자체와의 합작사업인 관계로 100% 지분 확보가 불가능한 곳이다.

 

“지주사 체제로는 자회사 동원 한계” 지적도

이 때문에 인수를 위해선 각 그룹의 지주사가 인수 주체가 돼야 한다. SK그룹의 경우 손자회사 SK하이닉스가, GS그룹이나 롯데그룹의 경우 자회사(GS칼텍스·롯데쇼핑)의 현금보유고가 높은 상황이다. 지주사 자체의 현금보유고는 다소 부족하다. 이들 세 그룹이 인수전에 참전하기 위해선 현금 동원 외에도 지배구조를 펼쳐놓고 고심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각 그룹 오너들의 의지가 아시아나 인수에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 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공식 석상에서 인수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들의 참전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관심이 없진 않은 것 같다”면서 “복수의 기업들이 현재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인수전 참전 시 소요비용 및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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