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에 ‘골드바’ 날개 달았다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22 08: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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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당 금 가격 첫 6만원대 진입…하반기도 안전자산 선호 예상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증시 폭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스피는 2000선이 무너진 가운데, 대내외 악재들이 계속 터지면서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국제 경기 역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외에도 미·중 무역충돌이 심화되며 분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은 금이나 은 등 안전자산에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13일 기준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금 현물 99.99 1㎏ 종가 기준)은 6만1300원(1돈 22만9875원)을 기록했다. 8월1일 이후 13.24%나 올랐다. 금 시세는 8거래일 연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1g당 금 가격이 6만원대를 기록하며 금 시세는 2014년 KRX금시장이 개설된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바야흐로 증시 불안정에 따른 금 가격 상승 시대의 서막을 올린 셈이다.

국내 증시의 폭락이 계속되면서 금 1g당 가격은 6만1300원으로 2014년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진은 신한은행에 있는 골드리슈 펀드에 투자되고 있는 골드바 ⓒ시사저널 이종현
국내 증시의 폭락이 계속되면서 금 1g당 가격은 6만1300원으로 2014년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진은 신한은행에 있는 골드리슈 펀드에 투자되고 있는 골드바 ⓒ시사저널 이종현

일부 금 사재기 움직임도

값이 상승하면서 금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이 최근 크게 증가했다. 4개 은행의 골드바 총 판매액은 3월 34억5000만원에서 4월 87억7300만원, 5월 171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매달 골드바 판매가 두 배가량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6월과 7월 들어서도 각각 89억1200만원, 73억6900만원을 기록하며 골드바 판매액은 크게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 금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제 금 가격(금융정보업체 텐포어 공시 기준)은 1월2일 트로이온스당 1286.64달러에서 8월13일 1523.16달러로 18.4% 상승했다. 금 가격이 1500달러를 넘어선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금값이 크게 오르자 은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분위기다. 한국금거래소의 은 1돈(3.75g) 가격은 8월1일 2560원에서 8월13일 2820원으로 10.15% 올랐다. 8월7일 기준으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8월물 은 시세는 온스당 17.156달러로 6월말(15.301달러) 대비 12.12% 상승했다.

은값이 오르면서 은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은 선물 ETF’는 8.0%의 수익률로 전체 종목 가운데 월간 수익률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ETF 시장의 수익률은 -2.43%를 보였다. 은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의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16.4%,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16.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과 은값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있다”며 “최근 국내외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러 악재들을 만나면서 약화됐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금이나 은 등 안전자산으로 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하반기에도 금과 은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간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로 국내 증시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는 위안화 변동성에 따라 요동치는 분위기다. 달러당 위안화는 10년 만에 7위안을 상회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적인 위안화 약세도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원화 값이 위안화 가치와 연동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원화 약세 압력이 상승하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은 더 커지고 있다.

8월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8월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대외 악재로 금·은 가격 지속 상승 전망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미·중 관세 및 환율전쟁과 맞물리면서 종가 기준으로 7월31일 달러당 1183.1원에서 8월13일 1223원까지 치솟았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대를 기록한 8월5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전거래일 대비 각각 2.56%, 7.46% 하락했다. 대신 금 가격과 달러, 엔화 등이 강세를 보였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증시 폭락은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재촉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원화 약세로 한국 증시에서 거둔 달러 환산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대로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날 공산이 커지게 된다. 국내외 악재들에 코스피가 유독 심한 변동성을 보인 탓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8월13일 기준으로 10거래일 동안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폭락장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빼내간 자금은 총 1조7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은 7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더불어 홍콩 시위 격화도 위안화 약세와 국제 증시 하락의 중요 변수로 꼽힌다. 홍콩 시위는 최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안에 반대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하면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시위는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홍콩 증시뿐 아니라 미국 주요 지수들과 유럽 증시들이 영향을 받아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증시 역시 국제 증시 악화에 따라 약세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 위안화 가치 하락, 일본의 수출규제 지속에 따른 한·일 간 보복 조치, 홍콩 시위 등으로 금·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 가격은 지난 4월 이후 우상향을 보였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금 가격 역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며 “국제 정세가 안정화되면 증시가 회복하겠지만 반등을 모색할 만한 상황이 쉽게 오기 힘들어 보인다. 투자자들도 앞으로 신중한 투자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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