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런 정당정치에 계속 목매야 하나?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1 18: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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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14석에 불과한 민주평화당에서 10여 명이 탈당했다. 정동영 대표 등 1~2명만 남게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평화당만이 아니다. 바른미래당 역시 분열 직전이다. 손학규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긴장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제3당, 제4당의 현주소다.

양대 거대 정당의 기득권과 한계를 비판하며 등장했던 정당들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분열 재편된 국민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제3당으로 국민의 기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두 번에 걸친 분열 재편이 있었고, 또 한 번의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파행적인 정당 구조는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민주평화당의 당직을 맡는 정당정치 초유의 일을 만들기도 했다.

양극화의 대결정치에서 소수 정당의 입지가 어려운 정치 환경이다. 개편을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현행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소수 정당에 대한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성 제1, 2당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제3당에 대한 기대로 봐야 할지, 정당정치 자체의 한계로 봐야 할지 점검이 필요하다.

여야 5당 대표들이 7월17일 제헌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여야 5당 대표들이 7월17일 제헌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대안 야당 역할을 해야 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집권여당에 대한 반사 기대를 주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에서 잠깐 오차범위까지 추격하기도 했지만, 여당 지지율의 반 토막이다. 집권여당이 새로운 지지 동력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실망과 이탈을 초래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이후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 반대세력과 강하게 충돌했던 패스트트랙 정국 정도가 떠오른다. 20대 총선 직후 탄핵 정국에서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역할이 오히려 기억난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는 집권여당의 애매한 위상에다, 이견이 나오기 어려운 당의 분위기까지 가세하고 있다.

사실 여당 개념은 당이 책임지고 집권하는 내각제에 적합한 규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하는 대통령중심제, 그것도 아주 강한 대통령중심제다. 여당은 대통령에 종속돼 있다.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당정치는 그나마 야당 시절 집권하기 위해 성장하다가 집권여당이 되면 정체되거나 무기력해진다.

더구나 현재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의 경쟁에서 촉진되는 외부적 압력 동인도 약하다. 여야 상호 간의 경쟁 동력이 사라진 상황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이의 있습니다’로 상징되는 노무현 정신과는 반대로 충성과 침묵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그렇듯이 정당정치가 가져오는 장단점이 있다. 바람직한 정당정치는 당연히 부정적인 기능을 제어하고 긍정적인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정치적 의제화라는 정당의 전통적 기능은 이미 기존 미디어에 이어 인터넷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남은 정당정치의 핵심적인 역할은 책임정치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정부 형태에서 정당 책임정치는 작동되기 어렵다. 대통령이 통치하고 나중에 정당이 책임지는 구조다. 우려되는 부정적인 측면은 정치참여의 통로로서 참여를 왜곡하거나 봉쇄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정당들, 특히 거대 정당은 참여의 통로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맘에 드는 정당이 없다는 국민이 50%에 근접하고 있다. 독과점의 폐해가 크다.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폐해는 눈에 뜨인다.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오히려 폐해가 큰 정당 지지에 연동하는 비례대표제가 꺼림칙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정당정치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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