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3색 “완벽한 보수대통합은 쉽지 않을 듯”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9 14: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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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른미래·우리공화 3각 구도의 보수대통합 시나리오 세 가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월14일 국회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보수 대통합’ 의지를 밝혔다. “자유 우파의 통합은 꼭 필요하고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다짐한 것이다. 며칠 전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에 이어 보수 세력의 중심 격인 한국당에서 연이어 보수 대통합이란 화두를 띄운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유승민계 통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공화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보수 대통합 시나리오는 좀 더 세분화되고 있다. 매일같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는 등 소위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발언도 등장한다. 우리공화당의 전신인 대한애국당 시절에 발표한 5대 강령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법·조작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담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7대 강령’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한국당 내 대표적 친박 의원인 홍문종 의원이 우리공화당에 합류했다.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도 사실상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 우리공화당의 분위기는 매우 고무된 표정이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일으킨 ‘친박연대’의 돌풍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 있다. 당시 선거에서 친박연대는 14석을 확보하며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에 맞서는 또 하나의 보수정당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우리공화당은 내년 총선을 위해 현역의원을 더 영입할 것이란 얘기를 하고 있다. 

우리공화당의 몸집이 불어나면서 보수 대통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국내 정치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안철수계, 그리고 우리공화당 등 세 세력의 통합 내지는 연대 가능성을 각각 짚어봤다. 전문가들은 보수 대통합론에 대해 대체적으로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1. “3당 연대 가능성도 의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공화당의 존재가 오히려 ‘보수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사실상의 양당제인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우리공화당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우리공화당으로 옮기면서 잠시 세력이 불어나는 ‘착시 현상’이 올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가 좋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당 입장에서는 2석을 가지고 있는 우리공화당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며 “결국 함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현재 보수정치계에서 가장 고민이 많을 사람이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라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유 전 대표는 현재 정치적 기로에 서 있다. 바른미래당에 남아 ‘제3세력’을 이끌 것인가, 한국당으로 들어가 대권을 노릴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가 한국당에 복귀한다면 사실상 ‘투항’ 이미지가 생길 것이고, 한국당 내 친박계와 우리공화당 측은 유 전 대표를 절대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우리공화당이 결국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소멸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총선은 어떻게 치르더라도 이후에는 갈라지거나 소멸할 수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너무 극단적인 정치 세력은 오래가기 힘들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유승민계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권을 위해 중량감 있는 주자들이 모두 모여 대안적 정치를 내세우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최진 소장은 우리공화당의 총선 영향력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당인데, 국회의원을 1석이라도 만들어내거나 떨어트릴 수 있는 영향력은 아직 있다”고 봤다. 결국 독자 노선을 걸을 것이란 전망이다.

 

2. “한국·우리공화 연대 가능성 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당이 바른미래당보다는 우리공화당과 연대·통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연령대나 지역별 영향력을 봤을 때, 바른미래당보다는 우리공화당이 장년층이나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 영향력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총선뿐만 아니라 총선 이후 대선에서도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연대·통합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한국당 내에서 친박 성향이 강한 우리공화당에 반발하는 인사들이 바른미래당 쪽으로 이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즉 한국당이 더욱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중도층 세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또 “현재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이 계속된다면, 한국당 입장에서는 우리공화당으로 가는 표마저도 아쉬울 수 있다. 다만 선거 전에 여권에서 악재가 터져나온다면 한국당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우리공화당과의 연대를 미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장은 한국당의 여러 가지 정치적 확장성 부재가 결국 우리공화당과 같은 우익에 더 가까워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소장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최근 말실수나 정치적 경험 부족에서 오는 미스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로 인해 한국당 내 리더십이 상당히 무너진 상태”라고 진단하며 “이 때문에 중도에 대한 확장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우리공화당과 같은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는 유승민계 의원들을 영입하려 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공화당 입장에서 유 전 대표는 ‘제거 대상’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유 전 대표가 한국당 소속으로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우리공화당의 투쟁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영 소장은 총선 이후에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이 함께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공화당이 수도권에서 2석 정도를 달성할 수 있다면 영향력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3석 정도를 달성한다면 보수 통합 논의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총선이 끝난 후 대선 정국이 열리면 세력 개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공화당이 보수 연합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공화당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공화당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3. “유승민·안철수, 한국당과 함께할 것”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관계를 보면, 보수 분열에 있어 상징적 존재가 될 수 있다. 또한 보수정치 재편에 있어 우리공화당의 참여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공화당이 만약 야권 재편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결국 보수 세력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안철수계의 연합 정도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우리공화당이 오히려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치적 자산으로 한 우리공화당을 한국당이 포함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선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소장은 결국 우리공화당이 보수 대통합 과정에 함께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바른미래당의 유승민계나 안철수 전 대표 측을 껴안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극우 내지는 친박 성향이 강한 우리공화당이 보수 대통합 과정에 함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까지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보수 통합정당, 우리공화당 등 4개의 큰 정치 세력이 등장하게 될 것 같다. 이 경우에는 범진보 세력이 크게 승리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우리공화당의 지지율이 10% 가까이 올라간다면 여기서 또 한 번 보수정치 재편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보수 대통합 논의에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뭉친 우리공화당 입장에서 유 전 대표는 ‘배신자’나 마찬가지고, 유 전 대표 역시 친박계 인사들과 화학적 결합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 이후에야 본격적인 ‘보수 정계개편’의 큰 판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많았다. 총선 이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반문(반문재인)연대’ 내지는 ‘보수 대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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