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인터뷰③] “유머는 원가 하나도 안 들고 세금도 안 붙어” 
  • 김지영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0 14: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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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주년 특별기획 ] 대한민국, 길을 묻다(27)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이야기 《그분을 생각한다》 펴낸 ‘인권변호사’ 한승헌

한승헌 변호사는 ‘소식(小食)’과 ‘유머’를 건강비결로 꼽는다. ‘인권변호사’라고 하면 그 언행이 항시 엄숙하고 진지할 것만 같다. 하지만 한 변호사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은 안다. 그가 우스갯소리 잘하는 ‘유머리스트’라는 걸. 그동안 《유머산책》 《유머기행》 《유머수첩》 등 유머 책만 3권을 쓴 유머작가이기도 하다. ‘한승헌과 유머’는 지난 7월31일 인터뷰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한 변호사의 유머론(論)은 이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한승헌 변호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한승헌 변호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머 책도 세 권이나 내셨습니다. 유머에 대해 별도로 구상하시는 게 있나요.

“때로 머릿속에서 떠오르긴 하지만 그걸 구상이란 말까지 붙일 건 없죠. 유머는 그냥 떠오르는 생각이어야지, 그걸 심사숙고하거나 연구하면 유머 아닌 철학이 나오지요. 일상의 어려움이나 각박함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융통성 있게 생각하다보면, 유머가 저절로 떠오르지요. 야구로 말하면 직구만 던질 게 아니라 변화구로 보는 사람들도 재밌게 하는 게 유머입니다. 유머는 여러 사람에 대한 정감과 너그러움, 생각의 폭, 기지가 없으면 절대 안 나옵니다. 또 유머는 원가(原價)가 하나도 안 들어서 참 좋고, 또 아무리 즐겨도 세금이 안 붙으니까 더 장려할 만합니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과 유머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변호사님께서 보셨을 때, 요즘 정치인 가운데 유머 감각이 뛰어난 분이 있으신가요.

“정치인들이 요즘 유머 아닌 막말을 많이 하는데, 왜 막말을 하냐. 막말을 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언론에 이름과 얼굴이 나오게 하려는 건데, 때론 가소로운 것도 많지요. 막말을 쓰면 일시적으론 관심 대상이 될지 몰라도 길게 봐선 마이너스입니다.”

정치인의 유머 가운데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1985년인가. 미국에 망명 중인 김대중 선생께서 당시 대통령 전두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국을 강행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선생의 귀국 비행기엔 외국 언론인, 외교관, 정치인, 학자 등이 동승했습니다. 그때 정부에선 ‘김대중은 많은 외국 사람들과 몰려다니는 사대주의자다’라고 비방했어요. 이에 대해 김대중 선생은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내가 그 사람들 따라다녔으면 사대주의자지만, 그 사람들이 나를 따라왔는데 왜 내가 사대주의자냐’라고. 그렇게 해서 또 한 번의 역습이 대승을 거두고 화제가 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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