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수익률 ‘4%’로 자산 구성 바꿔야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7 10:00
  • 호수 15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혁신기업 주식’ 보유하고 ‘안전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은 장기금리가 마이너스(-)다. 미국의 10년 국채금리는 1.5%인 반면에 일본·독일·프랑스는 각각 -0.2%, -0.7%, -0.3%다. 독일 10년 국채를 들고 있으면 이자를 받기는커녕 연 0.7%의 돈을 주어야 한다. 채권자산을 매년 감가상각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1.2% 수준이며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1% 초반이다. 전 세계가 초저금리에 접어들었다.

초저금리는 자산 증식의 블랙홀에 빠졌다는 것을 뜻한다. 금리가 1%면 자산이 두 배 되는 데 70년이, 0.1%면 700년이 소요된다. 블랙홀에서 시간의 흐름이 멈추듯 초저금리에서는 자산 증식이 거의 되지 않는다.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장기로 두더라도 복리 효과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산 가격이 잘 오르지도 않는다. 저금리 이면에는 저성장이 있는데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저성장 국면에서는 자산 가격이 오르기 쉽지 않다. 이처럼 은행 이자로 자산 증식이 되지 않고 장기로 투자해도 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자산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3%대 올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 수익률을 6% 이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3%대 올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 수익률을 6% 이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예금·부동산 비중 낮추고 인컴 자산 늘려야

우선 자산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금융상품 몇 개 잘 선택해 꾸준한 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 과거와 다른 자산 구조를 가져야 한다. 기존의 ‘예금, 부동산, 국내 자산’ 구조에서 예금, 부동산의 비중을 낮추고 ‘인컴 자산(이자, 배당, 임대료와 같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자산)’을 높이고 국내 자산 위주에서 해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한다.

반면교사를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저성장·저금리 기간 동안 가계의 자산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1990년대 자산 가격이 급락한 트라우마로 인해 계속 예금, 연금 위주의 안전자산과 국내 자산에만 머물렀다. 이로 인해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가계 자산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둘째, 4% 수익률로 서식지를 옮길 필요가 있다. 1%대 수익률의 자산 구조를 4% 정도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짜야 한다는 것이다. 왜 4% 수익률인가? 안전성을 어느 정도 추구하면서 자산 증식의 블랙홀을 탈출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에서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일 때마다 자산 축적 속도는 가속적으로 빨라진다. 하지만 수익률을 높인다고 자산 축적 속도가 비례적으로 빨라지지 않으므로 적정한 수익률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1%에서 수익률이 1%포인트씩 높아질 때마다 원금이 2배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보면 1% 70년, 2% 36년, 3% 24년, 4% 18년, 5% 14년, 6% 12년, 7% 10년, 8% 9년이다. 축적 속도를 통해 알 수 있는 바는 적어도 수익률을 3%대로 올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과 그렇다고 해서 목표 수익률을 6% 이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목표 수익률을 높이는 데 따른 위험 증가를 고려할 때 목표 수익률은 3~5% 수준이 바람직하다. 4%를 중심으로 하고 위험선호에 따라 상하 1%포인트 다르게 하면 된다.

셋째, 4% 수익률 달성을 위해 인컴 자산을 포트폴리오(자산 구성)의 중심에 둔다. 인컴(income)이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이 아니라 이자, 임대료, 배당처럼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을 말한다. 인컴 자산으로는 채권, 수익형 부동산, 리츠(REITs), 배당주 등이 있는데, 현금 흐름 변동이 크지 않고 자산 가격도 변동성이 낮은 편이다. 예금과 주식의 중간에 위치한 중위험·중수익 자산이라 보면 된다.

4% 수익률을 만드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3%의 수익률은 글로벌 채권과 대체투자 등 인컴 자산을 적절하게 섞으면 가능하다. 글로벌 채권은 3%대 수익률이 가능하며 여기에 리츠와 같은 대체자산 수익률이 4~5%가 되면 수익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3%대 수익률은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주식 자산을 20% 정도, 안전자산을 10% 정도 포함시키면 된다.

넷째, 글로벌 자산을 갖는다. 좋은 인컴 자산은 글로벌 자산에도 많다.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낮지만 배당 수익률이 비슷하거나 높은 국가에 투자할 때는 환 헤지를 통해 수익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환 헤지는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낮은 나라의 자산에 투자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현재 엔화 자산을 매입하고 환 헤지를 하면 연 1.4% 프리미엄을 받고, 유로화 자산을 사고 환 헤지를 하면 1.6% 프리미엄을 받는다. 만일 4%의 배당수익을 주는 일본 부동산 펀드에 투자해 환 헤지를 하면 4%+1.4%가 되어 5.4%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유럽 배당주를 사서 환 헤지 하면 배당수익률 3.6%에 환 헤지 프리미엄 1.6%를 더해 5.2%의 수익률을 얻는다.

글로벌 자산엔 인컴 자산뿐 아니라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많다.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가 교차하는 시기에 이들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이자 기회비용이 낮아진 자산을 찾아야 한다. 달러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금리가 높을 때는 기회비용이 컸다. 금리가 10%일 때 예금 대신 금을 갖고 있으면 매년 10%의 기회손실을 본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낮을 때는 달러 예금을 갖고 있으면 기회손실이 그만큼 크다. 하지만 세계적 초저금리와 함께 우리나라 금리도 낮아지면서 이들 자산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낮아졌다. 자산 구성에서 이들 안전자산도 포트폴리오에 좀 넣어둘 만하다.

‘나’라는 인적 자본 가치를 높여라

마지막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일을 해서 버는 돈의 가치가 높아진다. 금리가 1%라는 가정 아래 10억원을 예금에 두면 한 달 90만원 이자를 받는다. 한 달에 일을 해서 90만원을 버는 사람은 10억원 예금에서 이자를 받는 사람과 같은 소득을 얻는 셈이다. 초저금리에 무엇보다 중요한 재테크는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것이다. ‘나’라는 인적 자본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초저금리 환경에서는 인컴 자산과 글로벌 자산을 통해 4%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자산 구조를 만든다. 글로벌 혁신기업 주식을 보유해 장기적으로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달러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기회비용이 낮아졌으므로 포트폴리오에 넣어볼 만하다. 초저금리에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사람의 가치는 올라가므로 ‘나’라는 인적 자산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