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소녀상 제작자 “소녀상은 반일의 상징 아닌 평화의 상징”
  • 강성운 독일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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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 김운성 작가 “극우주의자들, 와서 작품 보고 얘기하라”

지난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된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시(戰時) 여성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가장 논쟁적인 예술 작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아이치 트리에날레의 ‘표현의 부자유: 그 후’ 특별전시관이 폐쇄되고, 주독일 일본 대사관이 독일 내 ‘평화의 소녀상’ 전시·설치에 집요하게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해외 언론도 ‘위안부’ 문제 입 막기에 급급한 일본 정부의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8월8일,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지난 6월 독일에서 일어난 이소 마사토 뒤셀도르프 총영사의 도르트문트 탄광박물관 전시 개입 경위와 아이치 트리에날레 사태에 대한 견해 등에 대해 물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시사저널은 이소 마사토 총영사 및 개입 사실이 확인된 독일 내 일본 대사관과 영사관 측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2018년 8월14일부터 약 6주간 독일 함부르크 내 복지시설 ‘도로테 죌레 하우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풍경세계문화협의회
2018년 8월14일부터 약 6주간 독일 함부르크 내 복지시설 ‘도로테 죌레 하우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풍경세계문화협의회

지난 6월 도르트문트 전시 이후 이소 마사토 뒤셀도르프 총영사가 탄광박물관을 관장하는 지방자치기구 LWL의 대표 마티아스 뢰브와 면담을 했다. 어떤 말들이 오갔나.

“탄광박물관 관계자를 만나 ‘왜 독일에서 한·일 양국 간 문제를 다루느냐’는 요지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들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한국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2015년 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다’라고 주장하고, 강제징용 문제도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통해 해결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한 독일 탄광박물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려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고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알고 있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 관계자(마티아스 뢰브 LWL 회장)는 ‘독일과 일본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들었다.”

이소 총영사가 탄광박물관 관계자의 면담을 요청한 사실을 어떻게 보는가.

“도르트문트 전시는 독일 교회연합 주최로 열렸고 우리는 초청을 받았다. 전시 주최도 아니고, 전시 기관도 아닌 일본 영사관 측이 강압을 하면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선 것은 무례하며, 적반하장 격이다.”

이소 총영사가 이 자리에서 “8년 전부터 한·일 간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됐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일부 작가들이 속한 한국의 ‘극단주의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그들(소녀상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이 극단적이다. 작품을 만들어 보여주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것은 작가가 하는 일이다. 작가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작품의 뜻도 알아보지 않고 극단주의자라 하다니, 그 표현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 모르겠다.”

2015년 한·일 협정의 4개의 이면 조약 중 2개가 평화의 소녀상에 관한 것일 정도로 일본 정부는 평화의 소녀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 국가가 한 작품에 대해 이 정도로 반응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일본 아베 정부는 소녀상을 ‘반일의 상징’으로 보지만, 아니다. 소녀상은 '평화의 상징'이다. 소녀상을 실제로 보면 어디에도 반일을 나타내는 요소가 없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이 아이치 트리에날레 전시장을 찾았을 때 소녀상 주위를 돌며 찬찬히 작품을 살펴보았다. 만약 소녀상에 반일을 상징하는 내용이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그런 요소를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평화의 소녀상을 공동 제작한 김서경·김운성(오른쪽) 작가
평화의 소녀상을 공동 제작한 김서경·김운성(오른쪽) 작가 ⓒ사진=연합뉴스

“일본인들 전시 관람 태도 매우 성숙”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지는 아이치 트리에날레 전시관 폐관이 “현재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가 현저히 위축돼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진단에 동의하는가.

“평화의 소녀상은 이미 일본에서 한 차례 전시가 중단된 적이 있다. 2012년 동경도 미술관에서 작은 소녀상을 전시했는데 사흘 만에 철거됐다. 비슷한 시기 니코 박물관에서 열리기로 계획됐던 안세홍 작가의 ‘위안부’ 초상 사진 전시회도 취소됐다. 이 일을 계기로 평화의 소녀상과 안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 2015년 도쿄의 한 작은 갤러리에서 ‘표현의 부자유-지워진 것들’ 전시가 열렸다. 사설 갤러리라 정부 기관이 어떻게 하지 못했다. 전시는 호황을 이뤘고, 사람들이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섰다. 너무 좋았다. 그 후속으로 2019년 아이치 트리에날레에 ‘표현의 부자유, 그 후’가 기획됐다. 일본인들의 전시 관람 태도는 아주 성숙하다. 어린 아이부터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조용히 관람한다. 이번 전시 중단 사태는 우리가 아는 일본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사건이다. (정부가) 예술을 탄압하고 억압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 관람객의 반응은 어떤가.

“나는 항상 극우주의자들에게 와서 작품을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접 보니까 어떤지 물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감을 표현한다. 소녀상의 손을 잡고, 쓰다듬거나 우는 사람들도 있다. 같이 사진을 찍어가기도 한다. 이 작품이 왜 반일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 도무지 알 수 없다.”

시민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악의적 선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낸다. 어떻게 생각하나.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장이 2016년에 소녀상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가 항의 전화와 이메일, 항의 방문을 받고 2주 만에 손을 들었다. 이후 이 동상은 2017년 레겐스부르크의 한 사유 공원에 세워졌다. 그런데 뮌헨의 일본 총영사가 공원 소유자를 4차례나 직접 방문해서 ‘제발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공원 소유자가 이를 거절하자 ‘그럼 비문 문구만이라도 치워 달라’고 했다. 그래서 공원 소유자가 한국 대사관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한국 대사관측이 ‘상관없다’고 대답했고, 결국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를 설명한 비석이 철거됐다. 한국 대사관은 한국인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외교관들이 (소녀상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2017년 3월8일 독일 남부 도시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유럽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3월8일 독일 남부 도시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유럽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동경에 소녀상 세우고 싶다”

처음 소녀상이 설치된 2011년부터 지금까지 한․일 양국에서 정권 교체가 있었다.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해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했는지 궁금하다.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2015년 협의안에 한국 정부가 소녀상 해외 설치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데, 애초에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고 (현 정부가) 10억 엔을 일본에 돌려주겠다고 한 것은 굉장한 발전이다.”

소녀상으로 인해 다른 작품 창작이나 일상에 지장은 없는지 궁금하다.

“다른 작품들도 만들고 있다.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환경, 여성, 평화를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강제 징용 문제를 다뤘고, 베트남 문제와 관련해 사죄 조형물도 제작했다.”

만약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방해가 없어진다면, 어디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은가.

“처음 소녀상을 세울 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한 말이 있다.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할 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그 때까지 같이 할 것이라고. 김복동 할머님께서도 아베가 반성할 때까지 항의하자고 하셨다. 만일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일본 동경의 전시관이나 교육 기관 등에 소녀상을 하나 세우고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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