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과 산청 고구마 ‘맛 배틀’ 누가 이길까
  • 부산경남취재본부 허동정 기자 (sisa5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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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지역 전국 최고 맛 자부...농민 농담삼아 "어디서든 맛대결 하자'
산청군, 덕천강 옆 사질토 생산한 알밤맛이자 ‘지리산 맛’ 강조
통영시, 해풍·일조량 풍부해 '명품'으로 불리는 '태평양 맛’ 강조

지리산을 낀 덕천강 사질토에서 자란 경남 산청 고구마와 태평양 해풍을 산비탈에서 맞고 자란 경남 통영 욕지도 고구마가 ‘맛 배틀’을 하면 누가 이길까.

최근 두 지역 햇고구마 출하가 한창이다. 내륙과 해양성 기후를 대표하는 두 지역 고구마 맛은 경남을 넘어 대한민국 ‘넘버 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양쪽 공무원과 재배주민은 흙과 생태환경, 소비자 만족도 등을 들어 ‘다른 건 몰라도 맛만은 절대 양보 사절’이란 견해였다.

그렇다면 어떤 쪽이 더 맛날까. 산청군 주장을 들으면 산청이 맛있는 것 같고, 통영 쪽 이야기를 들으면 또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먼저, 산청군 고구마 브랜드 ‘햇밤고구마’다. 산청군은 이 고구마를 8월 딱 1개월 간 생산해 판매하므로 희소성까지 강조한다. 생산지는 지리산을 타고 흐르는 덕천강 옆 단성면 지역이다. 황토가 아니라 모래땅 노지에서 생산하므로 덕천강 토질과 지리산 바람, 땀으로 일궈낸 것이 산청 고구마의 특징이란 것이다.

‘고구마맛=토질’이란 것이 산청군 관계자의 거듭된 설명이고, 설명을 하면서 맛있다는 표현을 그냥 ‘알밤맛’이라고 했다. 가격은 택배비 포함해 3㎏ 1만2000원, 5㎏ 1만8500원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황토가 아닌 모래땅 재배가 중요한 이유는 물빠짐이 탁월한 만큼 고구마맛도 깊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산청 고구마는 파근파근한 맛을 낸다”고 강조했다. ‘파근파근한 맛이 뭐냐’는 물음에 “고구마를 삶으면 파삭파삭 알밤처럼 부서지는 식감과 함께 알밤맛이 난다”고 알송달송하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청 햇밤고구마는 단골층이 있다. 먹어본 소비자는 또 찾는다. 소비자가 말해야 1등이겠지만 당연히 산청 고구마가 맛으로는 전국 1등”이라고 말했다. 군은 산청군 쇼핑몰 ‘산엔청쇼핑몰’ 등에서 햇밤 고구마를 판매하고 있다.

산청 고구마의 자부심을 영 섭섭(?)해 한 이들은 통영 욕지도 고구마 작목반 농민이다. 경남 통영시 욕지섬 고구마밭은 70% 이상이 경사지로 이루어져 물 빠짐이 좋다. 일조량이 워낙 풍부해 고구마 재배 최적 환경을 갖추었다. 여기에 바다가 고구마를 키웠다고 해 ‘해풍 맞고 자란 고구마’라고 불린다.

‘타박타박’ 씹힌다고 ‘타박 고구마’로 불리고, 식감에 맛까지 기가차니 재배농민도 “명품”, 언론도 고구마 앞에 “명품”이란 단어를 꼭 붙인다. 품종은 신율미로 일반 고구마에 비해 7월 조기출하하고, 8월 현재는 비닐 멀칭한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가격은 농가별로 따로 받지 않고 작목반 지침에 따라 택배비 포함 3kg 2만5000원, 5kg 3만5000원, 10kg 6만5000원을 받는다.

맛으로 특히 유명하다보니 ‘없어서 못 파는’ 일이 매년 반복된다. 주민 스스로는 ‘태평양급 맛 고구마’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은근 세다.

통영 욕지도 옥동농원 박명군(68)씨는 “욕지 고구마는 비싸도 사먹는다”며 “먹어보고 안 사먹을 수가 없다. 고구마로 유명한 ○○지역과 ○○지역 보다 맛있고 어디든 맛대결을 해도 1등”이라고 웃었다. 이와 함께 “다른 지역 고구마들은 무조건 욕지고구마에 1등을 양보해야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 씨의 아내 한외점(66)씨는 ‘욕지고구마가 맛있느냐’는 질문에 “아이고~”라고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욕지고구마는 진짜 맛있다”를 서너 번 반복했다. 그리고는 “진짜 전국 1등은 욕지고구마다. 산청사람들은 자기들이 1등이라고 하지만 우리한테는 2등이지”라고 했다. 부창부수였다.

 

산청군 고구마 농민들이 수확한 고구마를 들고 자랑하고 있다.
산청군 고구마 농민들이 수확한 고구마를 들고 자랑하고 있다. ⓒ산청군

 

산청군과 통영시 고구마 농민들이  자신이 키우고 생산해 수확한 고구마를 들고 자랑하고 있다.
통영시 욕지도 고구마 작목반 농민들이 생산해 수확한 고구마를 들고 자랑하고 있다. ⓒ 통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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