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본 전범기업 ‘수두룩’
  • 인천취재본부 구자익‧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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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 계열사 5곳…직·간접 자본·기술 투자
외국인투자기업 입주 혜택 누려…일부 영업이익·순이익 흑자행진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각종 범죄를 저지른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자본이나 기술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천시 송도국제도시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으로 손꼽히는 ‘미쓰비시’와 ‘미쓰이’, ‘스미토모’ 등의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송도국제도시에 투자한 것이다. 

인천시는 일본 전범기업들의 자본이나 기술을 ‘외국인투자’로 인정하고, 국·지방세 감면과 사업용 부지 조성원가 공급 등의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동원’과 ‘수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외국인 투자라는 ‘가면’을 쓰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219-3번지에 들어선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인천공장 전경. ⓒ구자익 기자

 

‘미쓰비시전기’, 송도 첨단산업클러스터에 현지법인 ‘우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와 ‘대동도어’, ‘경신’, ‘아지노모토제넥신’ 등은 일본의 전범기업으로부터 직·간접적인 투자를 받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정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입주했다.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2018년 3월27일 송도국제도시 첨단산업클러스터 1만8220㎡ 부지에 승강기 제조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준공했다. 투자 규모는 305억원이다. 미쓰비시전기가 54%를 투자했고, 나머지는 미쓰비시전기빌딩테크노서비스(26%)와 미쓰비시상사(20%)가 조달했다.

당시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미쓰비시전기의 투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세계적인 기업들의 투자처로 최적임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미쓰비시전기를 치켜세웠다.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2001년 12월에 설립됐다. 일본의 미쓰비시전기가 우리나라에 승강기 사업부분만 진출시킨 현지법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SK텔레콤과 63빌딩, 현대차R&D센터, 삼성그룹 서초타운, 해운대 위브 더 제니스, 롯데월드타워, LG마곡사이언스파크 등에 각종 승강기를 납품했다. 현재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해운대 LCT 더샵 랜드마크 타워’ 초고속 승강기 2대 등 65대의 승강기를 설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의 2001~2018년까지 누적 매출액은 2조6448억원이다. 연매출은 2001년에 62억9000만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2431억3000만원으로 무려 38.6배 이상 뛰었다. 영업이익은 2004년부터 흑자행진이다. 누적 영업이익은 398억5000만원에 달한다. 순이익도 2003년부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 순이익은 272억3000만원이 넘는다.   

미쓰비시전기와 미쓰비시상사는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대일항쟁기위원회)’가 확정한 전범기업이다. 미쓰비시전기는 1921년에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분리·독립하는 형태로 출범했고, 미쓰비시상사는 제1,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미쓰비스중공업이 생산한 각종 군수물자를 무역했다.

미쓰비시중공업도 전범기업이다. 대일항쟁기위원회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1943~1945년까지 영화 ‘군함도’도 알려진 ‘하시마 섬’ 탄광에 조선인 500~800여명을 강제로 동원했다. 이밖에 미쓰비시금속과 미쓰비시신동, 미쓰비시제강, 미쓰비시창고, 미쓰비시화학 등도 조선인 강제동원 전력이 드러나 전범기업 명단에 포함돼 있다.

미쓰비시 그룹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나 보상, 배상을 외면하고 있다.

반면, 미쓰비시 그룹은 2015년 7월24일 미쓰비시머티리얼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강제로 노역한 중국인 노동자들에 사죄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대상자는 3765명이며, 보상금은 1인당 10만위안(약 1870만원)이다. 앞서 미쓰비시머티리얼은 2015년 7월20일 미국 LA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900명을 강제노동에 동원한 것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219-2번지에 들어선 아지노모토제넥신 인천공장 전경. ⓒ구자익 기자

미쓰이·스미토모·아지노모토’, 송도 입주기업에 기술·자본 투자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대동도어’와 ‘경신’도 일본의 전범기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받아 송도국제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대동도어는 2017년 7월4일 송도국제도시 첨단산업클러스터 1만7947㎡ 부지에 ‘자동차 도어 자동개폐시스템’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제조·연구시설을 준공했다. 이를 위해 ‘미쓰이금속 ACT’로부터 자동차 도어래치 제조 기술을 이전을 받았다. 이 회사는 대일항쟁기위원회가 지정한 일본의 전범기업 ‘미쓰이금속광업’이 100% 출자한 기업이다.

미쓰이금속광업이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한 사업장은 일본 15곳과 한반도 1곳, 미크로네시아 18곳, 사할린 4곳 등 총 28곳으로 조사됐다.

경신은 2004년 12월에 경신홀딩스와 일본의 스미토모 재벌그룹 계열사 2곳의 자본 합작법인이다. 경신홀딩스가 50% 지분을 갖고 있고, ‘스미토모전기공업’이 30%, ‘스미토모와이어링시스템’이 20%를 보유하고 있다. 2012년 12월에 송도국제도시 지식정보단지에 입주했다.

스미토모전기공업은 대일항쟁기위원회가 지정한 전범기업이다. 경신은 2008~2018년까지 총 379억3000만원을 배당했다. 지분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총 배당금의 50%(189억6500만원)는 전범기업과 전범기업의 관계회사가 챙겨간 모양새가 됐다.

아지노모토제넥신은 세계 최초로 조미료를 개발한 일본의 식품기업 ‘아지노모토’와 우리나라 바이오벤처기업 제넥신의 합작법인이다. 2014년 5월 송도국제도시 첨단산업클러스터 1만1000㎡ 부지에 무혈청 세포배양배지 제조시설을 준공했다. 아지노모토가 75%(268억원)를 투자했고, 제넥신이 25%(89억원)를 투입했다. 아지노모토는 조선인 강제동원 전력이 밝혀진 전범기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시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아지노모토의 글로벌네트워크 및 첨단기술력을 송도로 유인함으로써 송도의 글로벌 위상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인천경제청은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와 경신, 아지노모토제넥신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정하고, 공장부지 등을 분양가보다 훨씬 저렴한 조성원가에 공급했다. 또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 관세, 취득세, 재산세 등을 수년간 감면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했다.

인천경제청은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일본의 전범기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받았다는 것을 고려하거나 검토하지도 않고 각종 혜택을 지원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당시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외국인투자기업 혜택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고려나 검토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교흥 더불민주당인천시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은 “강제동원 등 전범기업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따져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며 “전범기업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부터 하고 한·일간 경제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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