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강자 되려면 매력으로 모델링해야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8 08: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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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비즈니스에서도 필수적인 사회자본

세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수많은 나라들이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마제국이나 몽골제국에서부터 이름 모를 소국까지 말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강대국과 약소국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통상적으로 강자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강압에 의해 군림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언뜻 강자에게 얌전하게 순종하는 것 같지만 내심으로 불만을 가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둘째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면 마찬가지로 지시를 받지만 진정한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강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하나는 매력이다. 앞선 두 가지 조건은 정당하지 않거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방법이다. 매력은 누구나 노력하면 가능한 방법이어서 ‘매력’이 있는 것이다. 매력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 혹은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거나, 끌어들이거나 매료시키는 성질’로 정의한다. 하지만 나는 ‘상대가 나의 마음속에 있는 유일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으로 생각하고 있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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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은 한정돼 있지 않은 품질”

이처럼 매력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성립되는 사회적 자본이라 할 수 있다. 매력 있는 사람은 주변에서 그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조직행동학 교수 라이나 브랜즈(Raina Brands)의 말처럼 “매력은 한정돼 있지 않은 품질”이어서 확장성도 매우 크다.

따라서 권력과 큰돈으로 휘어잡을 상황이 아니라면 매력보다 더 좋은 ‘강자가 되는 방법’은 없다. 매력은 인간관계는 기본이고, 비즈니스 협력관계, 나아가 상호 경쟁관계에서도 필수적인 사회자본이다.

매력자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보편적 매력’으로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 같이 소위 안전지대(Comfort Zone)에서 필요한 매력이다. 다른 하나는 ‘생산적 매력’이다. 경쟁과 협력이 요구되는 사회활동, 비즈니스에서 작동하는 레드존(Red Zone) 영역에서의 매력이다.

‘보편적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공감’이다. 남의 감정이나 의견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이함은 잠시 제쳐두고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요즘 이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말을 자주 끊거나, 조크에 ‘썩소’하거나 대화 중에 휴대폰을 갖고 노는 등의 무례는 다반사다. 공감이란 게 별거 아니다. 미소로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면 된다.  

둘째는 ‘관심’이다. 상대가 했던 얘기를 기억하고 질문해 보자. 예상하지 못한 칭찬이 호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득실효과(gain-loss effect)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상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뒀다가 염려해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려가 깃든 관심, 그것만으로도 큰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인정(認定)’이다. 상대 의견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물론 진정성이 배어나야 한다. 어린아이나 치매노인을 케어(care)할 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이 바로 인정이라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통하는 매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생산적 효과, 즉 매력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매력이 생산적 자본이 되려면 언급한 보편적 매력에다 아래의 세 가지 매력 조건을 더 갖춰야 한다. 나는 이러한 매력을 ‘생산적 매력’이라고 규정한다.

첫째, ‘연결’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산을 연결해 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무리 보편적 매력이 있어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면 금세 시들해진다. 사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뭔가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적 능력이다. 최소한 상대에게 조언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아는 체’하는 병이 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물어보면 더욱 매력도가 높아진다. 선한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같은 말이라도 꼴→모양→모습 등으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좋은 스토리텔러’가 돼야 한다. 같은 문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면 훨씬 돋보인다.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은 제삼자를 헐뜯는 말은 만들어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된다. 돌아서면 그 화살이 상대에게 올 것이라고들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한다.

7월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코너스톤 온디맨드 한국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애덤 밀러 CEO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코너스톤 온디맨드 한국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애덤 밀러 CEO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매력의 3×3 효과’ 이해 필요

윈저효과(Windsor effect)라는 것이 있다.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를 통해 들은 바른 정보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개념이다. 소위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인데 나를 잘 아는 직접 관계자보다 제삼자 관계에 있는 사람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남의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제시한 매력의 조건 즉, ‘매력의 3×3 효과’를 잘 갖추면 강압하거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고마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낯설지만 자극을 반복해 접하면 호감이 생기는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로 얻어진 매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매력은 ‘가치를 나누는 관계에서 성립되는 호혜’이기 때문이다. 강자가 되려는 기업가가 ‘매력 있는 사람’으로 모델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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