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상장사 2분기 영업이익 '반토막'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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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일본 수출 규제 겹쳐 기업 실적 악화
제조업 부진에서 시작된 불황, 경남 경제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 우려

"창원 경제에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던 한 10대 그룹 재무담당 임원의 우려가 나온 게 지난 4월이다. 그 사이 경남 창원의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졌다. 국내에선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에 환경·안전 규제 강화 등이 '폭풍'이다. 더구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일본 수출 규제까지 겹쳐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춘 1.9%로 수정했고,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2.2%에서 1.8%로 내리면서 경기 둔화 우려는 창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직원이 터빈 발전기용 로터 샤프트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중공업 직원이 터빈 발전기용 로터 샤프트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래소 상장사 23곳, 작년보다 영업이익 47.5% 줄어 '충격'

8월21일 창원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창원지역 기업의 매출액은 10조7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0.5% 감소했다. 하지만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765억원으로 47.5%나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SD엔진, 무학의 실적이 악화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네 기업을 제외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2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창원지역 기업 23곳 중 14곳은 흑자기업이고, 9곳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6개 기업은 전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적자를 지속했고, 반면 STX엔진 등 7개 기업은 흑자 규모가 늘었다.

또 창원지역 코스닥 상장사 17곳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1조6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무려 3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부진…취업자 감소, 실업률 상승, 소비자물가지수 0%대 복합 악재로 작용

경남지역 제조업 부문 취업자 수도 감소세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7월에 전년 동기 대비 1만7000명이나 줄었다. 통계청이 8월14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 제조업 부문 취업자 수는 39만9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4.0% 감소했다.

제조업과 함께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전기·운수·통신·금융업 취업자 수도 감소했다. 제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들 직종은 전년 대비 1000명 줄었다. 조선업 등 제조업 전반의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경남지역 7월 실업률은 올해 2월, 4월과 똑같은 4.7%로 1999년 3분기 4.7%를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장년층을 중심으로 4만5000명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제조업 생산 둔화가 이어지면서 경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지수(계절조정 전기대비)는 지난해 1분기 -0.9를 기록한 이후 올해 5월 0.0, 6월 -0.2, 7월 -1.0으로 내려갔다.

제조업 부진은 제품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을 나타내는 제조업 재고율에서도 나타난다. 6월 경남의 제조업 재고율(계절조정)은 122.1%로 전월(121.3%)보다 0.8%포인트 올라갔다. 이 수치는 지난해 1분기 136.9%이 비해 낮아졌지만, 2017년 평균 120.6%에는 미치지 못한다. 재고율이 지난해보다는 개선되긴 했지만, 재고가 감소하는 흐름으로 전환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경남의 제조업 지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여파가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제조업 관련 지표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다. 창원의 한 공작기계 제조업체 재무담당 임원은 "수출규제가 이어지고 투자여력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제조업 생산능력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부진에도 내수 경기를 떠받쳤던 소비도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불황이 경남 경제활동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경남본부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했지만, 전월비로는 0.2% 감소했다. 2017년 1.6%, 2018년 1.7% 증가하던 경남의 소비자물가지수가 0%대를 기록하는 것은 올해 1분기부터 본격화됐다. 그만큼 올해 경남의 민간 수요 또한 극히 부진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지수가 0%대를 이어가는 배경을 소비심리 악화에서 찾고 있다. 경남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에 이어 기준치 100 아래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중이다.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 부진에서 시작된 불황이 경제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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