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韓기업’이라는 한국야쿠르트, 日 혼샤 야쿠르트 계열사 등재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9 10: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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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사 측 “통상적 표현으로 지배권 한국에 있다”…지주회사인 (주)팔도에 ‘최대주주’로만 표시 의문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설립됐다. 2011년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혼샤 야쿠르트(38.3%)였다. 오너 2세인 윤호중 부회장과 계열사 지분을 합하면 50%대 후반이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기업이었다.

2011년 한국야쿠르트는 (주)팔도를 설립해 라면 및 음료 사업부를 계열 분리한 후, 윤호중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삼영시스템과 합병한다. 삼영시스템은 플라스틱 용기 납품업체로, 매출 대부분을 한국야쿠르트 등 특수관계회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합병법인인 (주)팔도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40.83%)로 올라섰다. 윤 부회장이 (주)팔도를 통해 한국야쿠르트 등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2세 체제로 그룹 지배구조를 탈바꿈시킨 것이다.

일본 혼샤 야쿠르트의 경우 2대주주로 물러났다. 2012년부터 한국야쿠르트 감사보고서의 주주명부에도 회사의 이름이 빠졌다. 하지만 등기임원뿐 아니라 감사는 여전히 일본인으로 채워져 있다. 매년 거액의 배당금까지 일본으로 넘어가는 탓에, ‘한국야쿠르트가 일본 기업이냐, 아니냐’를 두고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근 불거진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노 재팬(NO JAPAN)’ 캠페인이 벌어지자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야쿠르트를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국야쿠르트 본사 건물 ⓒ 시사저널 고성준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국야쿠르트 본사 건물 ⓒ 시사저널 고성준

매년 거액 배당금 일본으로 넘어가

한국야쿠르트 측은 ‘일본 기업설’을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주)팔도로 경영권 역시 한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주주인 일본 혼샤 야쿠르트는 단순히 지분만 참여하고 있고, 일본인 등기임원 역시 비상근으로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야쿠르트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는 달랐다. 한국야쿠르트의 경영권이 완전히 한국에 있는지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우선 일본 혼샤 야쿠르트의 감사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에는 현재 한국야쿠르트(韓?ヤクルト)가 ‘계열사(?連?社)’나 affiliate(계열사)로 표시돼 있었다.

반면,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인 (주)팔도는 감사보고서에서 한국야쿠르트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역시 (주)팔도를 ‘지배회사’가 아니라 ‘최대주주(당사의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만 표시하고 있다.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의 저자인 박동흠 회계사는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란 말 그대로 20% 안팎의 지분이 있는 회사에 이사를 파견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도로 지배권이 입증되지 않을 때 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지분이 있거나 제휴 회사에 ‘계열사’라는 표현을 쓴다”며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정위의 기업집단포털에도 현재 한국야쿠르트가 지주회사인 (주)팔도의 자회사로 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를 (주)팔도의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표기한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현행법상 50% 이상 지분이 있어야 종속회사로 편입이 가능하다. (주)팔도의 경우 한국야쿠르트의 지분 40.83%만 보유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관계회사로 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현재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오너 2세인 윤호중 부회장도 16%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합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은 경영권 지분인 50.1%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속회사로 편입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경우 상법과 별도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상법과 달리 지주회사는 지배권이 없어도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계열사이면서 최대주주 요건만 맞추면 되는 만큼 자회사라는 표현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00원 숍’으로 잘 알려진 다이소(법인명 아성다이소)도 최근 일본 기업으로 찍혀 불매운동 초창기부터 소비자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아성다이소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박정부 회장이 지배하는 아성에이치엠피지만, 일본 대창산업이 34.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대창산업의 감사보고서나 홈페이지 어디에도 계열사라는 표시는 없어 한국야쿠르트 측의 해명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단독 해외 진출도 제약

한국야쿠르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가 현재 일본 혼샤 야쿠르트와의 계약 때문에 단독으로 해외 진출이나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라며 “확인은 안 되지만 일본 혼샤 야쿠르트와 체결한 모종의 제약 때문에 (주)팔도가 한국야쿠르트를 종속회사로 편입시키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국야쿠르트의 국적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18억원에서 299억원으로 70.6%나 감소했다.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에서 고배당에, 국적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팔도 및 한국야쿠르트는 비상장 기업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상장기업과 달리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한다”며 “이 기준에 따라 한국야쿠르트에 대한 (주)팔도의 지분율이 과반수 미만이고,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언급하는 지배력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관계기업으로 분류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팔도는 사업지주회사로 경영지배 목적으로 한국야쿠르트를 계열 자회사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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