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문재인 정부 ‘공정사회’ 흔들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6 10: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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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기득권세력-진보 귀족일 뿐"...조국발 레임덕 올 수도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과 그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로 나누면 희한하게 잘 보인다. 진보라고 표방하면서 기득권 세력으로서 누릴 건 다 누리는 ‘진보귀족’들의 행동에도 거침이 없다. 자신이 챙길 건 철저하게 챙겨왔다. 당신은 전형적인 ‘진보귀족’으로 살아왔다. 당신이 귀한 딸을 위해 기울인 정성이 과연 김성태 의원의 그 정성에 비해 도덕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세간에서는 김성태 의원의 경우는 별것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판사 출신으로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진보 성향의 신평 변호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올린 글이다. 신 변호사가 언급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KT에 딸의 채용을 부정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이종현

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황태자

신 변호사는 8월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씨, 내려와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18년 봄 대법관 교체 시기에 당신이 나를 진지하게 밀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으며, 이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느끼고 있기도 하다”면서도 “어리석은 돈키호테니, 신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인간이니 하는 비난을 듣더라도 이 말을 해야겠다. 조국씨, 이제 내려오십시오”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아껴놨던 데스노트를 꺼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그동안 조 후보자는 위법이냐, 아니냐의 법적 잣대를 기준으로 의혹 사안에 대응해 왔다”며 “국민은 ‘특권을 누린 게 아닌가 그리고 그 특권은 어느 정도였는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30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대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며 “딸에 대한 의혹은 신속히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자타 공인 문재인 정부의 황태자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조 후보자를 초대 민정수석으로 낙점했고 연이어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당에서도 “굳이 왜?” “조국밖에 인물이 없나”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오히려 조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를 보여줄 뿐이었다.

민주당은 애초에 청문회 통과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웅동학원, 사모펀드 논란에 이어 딸의 부정입학 및 장학금 의혹이 터졌다. 조 후보자를 두고 강남좌파를 넘어 ‘강남양파’라는 말까지 나온다. 까도 까도 계속 의혹이 나오는 상황을 조롱한 말이다. 조 후보자는 “법적으로 문제없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는 장녀 문제에 대해 자신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지만 어떻게 자녀 입시 문제가 부모와 무관한가”라며 “실체적 진실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거짓말로 우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조원씨앤아이-쿠키뉴스의 설문조사(8월17~19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에 따르면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적합한 인물이냐’는 질문에 대한 부정평가는 46.4%로 긍정 41.7%를 넘어섰다. 지난 8월13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에서 긍정(49.1%) 의견이 부정(43.7%)보다 높았던 것과는 정반대다.

청와대와 민주당도 역풍을 맞았다. 리얼미터-t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1개월여 만에 40% 밑(38.3%)으로 떨어졌고,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도 9주 만에 부정평가(49.2%)가 긍정평가(46.7%)를 앞질렀다.

조 후보자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까지 열렸다. 조 후보자 딸의 모교인 고려대와 조 후보자가 재직 중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8월23일 촛불집회를 열고 “조국 STOP” “조국 딸은 제2의 정유라”라며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까지 흔들

여당에서도?걱정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21일 “딸 논문·입학 관련 의혹을 조 후보자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격차해소와 공정사회라는 기조가 후퇴 중”이라면서 “조 후보자 건을 잘 판단해야 할 기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는 “끝까지 조국을 지킨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 후보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여당 중진의원은 “조국은 VIP의 복심이다. 당이 반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예휘 정의당 부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에서 내놓은 ‘팩트 브리핑’은 (조 후보자 의혹은) ‘자유한국당이 유포한 가짜뉴스’ ‘마녀사냥’이라며 일말의 제대로 된 반박이라도 기대했던 이들을 한 번 더 분노케 했다”며 “조 후보자 딸의 논문 문제 본질이 해당 논문을 대학에 원문으로 제출했는지 여부인가. 장학금 문제의 핵심이, 돈을 연속으로 받았느냐, 띄엄띄엄 받았느냐의 여부인가. 조악한 변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조국발 레임덕이 올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조국이 무너지면 정권이 무너지는가”라며 “조국 지키기에 올인하는 순간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는 ‘스모킹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딸 논란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조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문제를 따라가면 기득권층이 권력을 이용해 어떤 식으로 자녀 교육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금수저 전형’만을 공략한 조 후보자 딸의 입시 과정은 특권층이 가장 희망하는 “강남 교육의 집대성”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웅동중학교(위). 경남 양산시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건물 ⓒ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웅동중학교(위). 경남 양산시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건물 ⓒ 연합뉴스

“조 후보자의 딸은 강남 교육의 집대성”

조 후보자의 딸을 둘러싼 논란은 초등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 후보자는 울산대 교수이던 1999년 10월7일 8살이던 딸과 함께 집주소를 부산에서 서울 송파구 아파트로 옮겼다. 이어 한 달여 만인 11월20일 딸과 함께 다시 부산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했다. 야당에서는 “딸의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송파구 아파트는 1998년 1월 경매로 2억5000만원에 낙찰받은 것이다. 당시는 IMF로 집값이 급락할 때였다. 조 후보자는 2009년 저서에서 “외환위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았다. 이 사태를 예견하지 않은 관료, 학자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가장 발 빠르게 나서 아파트를 헐값에 낚아챈 것은 조 후보자였다.

조씨는 중학교 시절인 2005년부터 2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후, 이듬해 한영외고에 진학했다. 조씨가 지원한 것은 ‘글로벌 인재’ 특별전형(영어능력우수자)으로 전형 총점 200점 중, 130점이 영어 논술과 인터뷰였다. 중학교 성적은 40점인데, 기본점수가 38점이어서 변별력이 없었다. 미국 유학으로 외고 입시를 단번에 해결한 셈이다.

한영외고 재학 시절에는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 단국대 의과대학 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을 한 후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논문의 제1저자가 됐다. 조 후보자의 딸은 정보 등록에서 박사로 표기되기도 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저 논문 제목의 뜻이 뭔지를 이해하는지 그 딸에게 묻는다. 그 덕에 그 딸은 이듬해 대학에 수시 합격했다”고 말했다. 단국대학교는 조 후보자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과정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조 후보자 측은 “인턴십 과정에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가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후보자 딸이 참여한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이 학교의 공식 프로그램은 아닌, 인맥을 가진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자기소개서 경력을 만들어주기 위한 ‘스펙 품앗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10년 고려대 이과계열에 수시전형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입학했다. 조씨는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대 논문 저자 등재 사실을 기재했다.

조씨는 2015년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가 반영되지 않고 별도 필기시험이 없는 자연계 학사학위 전형으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조씨는 입학 후 성적 미달로 두 차례 유급을 당했지만,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서도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조씨는 의전원까지 입시 과정에서 사실상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어학성적이나 면접점수 위주로 입학했다. 미국에서 살다와 영어를 잘한다는 점을 가장 잘 활용했다. 문과 계열인 외고를 졸업한 뒤 이공계열 대학을 징검다리 삼아 의전원에 진학하는 것은 강남 입시 코디네이터들의 전형적인 코스다.

조 후보자는 재산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 동생 부부는 2006년 웅동학원을 상대로 51억원의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웅동학원 이사장은 조 후보자의 부친이었으며, 조 후보자는 재단 이사였다.

그러나 웅동학원이 변론에 나서지 않으면서 조 후보자 동생은 무변론 승소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상대로, 동생이 형을 상대로 한 소송은 51억원을 조씨 일가에 안겨줬다.

그러나 웅동학원 운영에서 생긴 빚만큼은 국가의 몫이었다. 조 후보자 아버지는 자신이 운영하던 고려종합건설과 조 후보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고려시티개발에 웅동학원 공사를 맡겼다. 기술보증기금은 은행 빚 10억원의 보증을 섰다. 1997년 부도가 나면서 기보가 은행 대출금 전액을 대신 갚았다. 조 후보자의 부친이 사망하자 연체이자 등으로 52억원으로 불어난 채무는 조 후보자 일가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조 후보자 일가는 상속받은 재산만큼만 피상속인의 빚을 갚는 ‘한정승인’을 통해 사실상 채무 전액을 면제받았다. 주광덕 의원은 “조 후보자 동생 부부 등은 천문학적 금액을 웅동학원으로부터 받아내려 했다”며 “등기이사로 등재됐던 조 후보자가 이러한 과정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최악의 모럴해저드”라고 지적했다.

8월21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8월21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조국 일가 재산 문제도 도마에

사모펀드를 통해 자녀에게 불법 증여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에 10억여원을 투자했다.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10억5000만원을 납입한 조 후보자 가족 외에 3억5000만원을 나눠낸 3명이 있다. 2017년 2월28일 조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씨는 자신의 동생에게 3억원을 대여하는 금전 소비대차 계약서를 체결했다. 이때 정씨는 계좌이체 입금 및 출금표시에 ‘정경심KoLiEq’라는 메모를 남겼다.

정점식 의원은 “이 메모가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CO-LINK Private Equity)에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경심씨가 자금을 대여해 주고 동생 가족이 나머지 3명으로 3억5000만원을 출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 후보자 부인이 남동생 명의를 빌려 차명으로 3억원을 투자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차명 투자라면 불법증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중도 해지하면 환매수수료가 펀드 가입자 수익으로 배분돼 자녀들에게 각각 3억여원을 세금 없이 줄 수 있다.

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조 후보자의 일가라는 게 사실로 밝혀지면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조 후보자 측은 “조카 소개로 조 후보자 배우자가 해당 펀드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카가 펀드 운용에 관여한 사실은 일절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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