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면 접어든 한미일 군사동맹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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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일본과 군사정보 교류 안하겠다" 선언, 일본 "극히 유감"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포토

정부가 한일 군사비밀정보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 간 냉각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8월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회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하여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1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파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1차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합의점 찾지 못해

당초 정부 내에서는 완전 파기와 부분 파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주초까지만 해도 한미일 3국 방위동맹의 상징과 같은 지소미아를 깰 경우, 한미동맹의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완전 파기보다는 낮은 단계의 정보 제공 내지는 조건부 제공으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8월21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지소미아 연장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전략적 가치가 충분하고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 아니겠나. 도움이 안 되면 바로 파기하면 된다”고 답했다. 여권인 민주당 내 기류도 부분 파기 내지는 조건부 파기가 강했다. 

결국 이날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공식 결정한 것은 21일까지 포함해 3일 연속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연 한일 외무장관 회담 결과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해결할 해법을 찾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이 22일 귀국길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양국 해결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 진전이 없다는 면에서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고 밝힌 데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권 관계자는 “베이징에서 강 장관이 고노 외상과 계속 소통했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수출 규제 문제에서 입장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유근 1차장이 지소미아 중단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보복 조치를 언급한 것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 움직이는 역할 할 수도

이날 정부가 협정 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한일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소미아 중단은 미국이 구상하는 동북아 안보전략의 커다란 구멍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한·미, 미·일 동맹을 연결해주는 상징적 조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이번 결정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이 미국을 한일 갈등의 전면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던 미국이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계기로 적극적인 중재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미일 동맹이라는 동북안 안보축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예상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로서도 일본은 물론 미국에 대해서도 강력한 승부수 하나를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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