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에 실망한 美…“최대 피해자는 한국인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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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국방부 모두 “dissapoint(실망)”…아직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 안 밝혀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유감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해할 것이라던 청와대 측의 설명과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피해는 한국이 가장 크게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8월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폴란드 외무장관 ⓒ 연합뉴스
8월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폴란드 외무장관 ⓒ 연합뉴스

8월23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캐나다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현지에서 “한국이 지소미아에 관해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실망했다(disappointed)”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한국과 일본)가 관계를 맺고 대화를 이어갈 것을 촉구한다(urging)”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 데이브 이스트번은 좀 더 강한 표현을 써서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논평에서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대해 강한 우려(strong concern)와 실망(disappointment)를 표한다”고 했다.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부와 방위를 책임진 국방부가 결이 같은 소리를 낸 셈이다. 국방부는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한·일 양국이 신속히 협력하길 권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가 결정되자 한국 측에 불만을 표시했다. 

지소미아 연장 취소가 알려진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미국과는 충분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반박하는 미국 측 반응이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8월23일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소식통’을 빌려 “(미국이 이해한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주미 한국대사관)와 서울에서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한일 관계에 관여할 계획인가’란 질문에는 “공개적으로 하지 않을 뿐 이미 관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미국은 대화를 계속 촉구하는 것인가’란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지소미아 파기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건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정부 초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여론조사기관 넬슨리포트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는 이때, 지소미아 파기는 미국 안보에 직접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위협을 언급하며 “미국이 이끄는 동맹 체계가 분열되는 것은 재앙”이라고도 했다. 

과거 국무부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 있는 오바 민타로 백악관 연설문작가는 트위터에 “지소미아 연장 취소는 충격적일 만큼 어리석은 결정(stunningly stupid decision)”이라며 “이는 다른 누구보다 한국 스스로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썼다. 그는 “한국은 이번 결정에 관해 미국에서 매우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는 한·미 동맹에 건설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트위터를 인용하며 “가장 큰 피해자(the biggest losers)는 한국인들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현안마다 트위터로 입장을 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직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있다. 8월23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언급한 이슈는 △백악관 전 대변인의 춤 경연 프로그램 출연 △총기난사에 대한 회의 경과 △자신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책 소개 △공화당 정치인 지지 의사 △농구스타 훈장 수여 등이 전부였다.

미국 싱크탱크 국익연구소(CFTNI)의 해리 카지아니스 선임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젠 트럼프 정부가 한·일 갈등에 개입하고 중재해야 할 때”라며 “양국 사이는 나빠질 수밖에 없고 미국의 리더십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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