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춘호 인터뷰⑤] “인생살이나 낚시나 부지런해야 성공한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8 14: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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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주년 특별기획 ] 대한민국, 길을 묻다(28)
'민주화 투사' 예춘호 전 민추협 부의장

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1)조정래 작가 (2)송월주 스님 (3)조순 전 부총리 (4)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5)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6)김원기 전 국회의장 (7)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8)박찬종 변호사 (9)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10)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11)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12)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13)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14)이종찬 전 국회의원 (15)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16)박관용 전 국회의장 (17)송기인 신부 (18)차일석 전 서울시 부시장 (19)임권택 감독 (20)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21)이문열 작가 (22)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교수 (23)역사학자 이이화 선생 (24)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25)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26)손숙 예술의전당 이사장 (27)한승헌 변호사 (28)예춘호 전 민추협 부의장

ⓒ 시사저널 고성준
ⓒ 시사저널 고성준

예춘호 전 민추협 부의장은 낚시 예찬론자다. 낚시 서적도 4권(《바람을 잡고 고기를 낚고》(1996년, 언어문화사 펴냄), 《낚시하는 마음》(1996년, 언어문화사 펴냄), 《바보들의 낚시예찬》(2006년, 일월서각 펴냄), 《사계절 낚시풍경》(2006년, 일월서각))이나 펴냈다. 다수의 낚시 블로그에서 예 전 부의장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가 낚시에 매료된 것은 고향인 부산 영도와 관련이 깊다. 젊은 시절 고민이 많을 때마다 낚시는 그에게 삶의 위안과 같았다. 정치와 이별한 뒤, 시간을 비교적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지혜를 터득해서다. 예 전 부의장은 “3선 개헌 무렵 1~2년가량 골프를 쳤는데 길을 가다 길가에 엄청나게 많은 옥수수를 1000원에 파는 사람들을 보고 그 길로 딱 끊었다. 당시 우리가 골프 치고 나오면 캐디한테 팁으로 500원씩 줬는데, 옥수수를 1000원에 파는 서민들을 보니 양심에 가책이 들었다”고 말했다.

낚시의 묘미를 묻는 질문에 예 전 부의장은 “물론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낚시의 진짜 묘미는 1박2일간 야영을 하며 남과 함께 물고기를 낚는 것”이라면서 “큰 물고기는 주로 새벽에 많이 잡히는데 그런 면에서 낚시나 인생살이나 부지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낚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그의 손에는 진한 손때가 묻은 견지대(얼음낚싯대)가 들려 있었다. 견지대에 대한 사연을 묻자 “이런 게 20~30개 있었는데 주위에 다 선물하고 이거 하나 남았다”면서 “이거 지금 팔아도 200만~300만원 받겠지만, 평생 내 손을 탄 이것만큼은 절대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낚시 이야기가 나오자 예 전 부의장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신의 낚시 철학을 설명했다. 그것도 모자라다고 생각해서인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취재진에게 자신이 쓴 낚시책 2권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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