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보조금이 주민자치위 ‘쌈짓돈’으로 전락
  • 경기취재본부 윤현민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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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심곡동 주민자치위서 주민 자필 동의서 위조…사업 견적서 문제 제기 묵살

주민자치위의 지방정부 보조금 유용 사태(시사저널 8월13일자 ‘부천 지역 주민자치위, 수천만원 나랏돈에도 군침’ 기사 참조)가 점입가경이다. 사업 신청 과정에서 주민 서명까지 허위로 꾸민 정황이 포착됐다. 또 관할 지자체는 내부의 사업비 과다청구 의혹 제기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일각에선 이들의 보신행정으로 나랏돈이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천시 청사 @부천시
부천시 청사 @부천시

허위 자필 동의서로 따복사랑방 사업 신청

26일 경기 부천시 등에 따르면, 심곡본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사업비 3200만원(도비 3000·자부담 200)을 들여 부천시 성주로 263-7 지층에 67.01㎡ 규모의 ‘따복사랑방’을 조성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15년 유휴시설 리모델링을 지원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신청대상은 10명 이상 주민 모임이며, 1곳당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접수는 사업계획서(견적서 포함), 모임 소개서, 구성원 자필 서명부 등 서류를 갖춰 관할 시·군을 통해 경기도에 제출한다.

심곡본동 주민자치위도 지난해 4월께 부천시에 신청서류를 냈다. 하지만 최근 이 중 구성원 서명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당시 심곡본동주민자치위원회 위원 A씨는 “따복사랑방에 대해선 어떤 사인조차 한 일이 없는데 이게 주민자치위원들 서명 동의를 받아 이뤄진 사업이란 얘기를 듣고 하도 어처구니 없어  시청으로 찾아가 서명부를 확인해 보니 내 이름 옆에 버젓이 엉뚱한 필체로 서명이 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자치위원 B씨도 “(따복사랑방) 서명란에 정자로 마치 내가 직접 서명한 것처럼 돼 있는 걸 보고 기겁했다”며 “여태껏 정자로 사인한 일은 한 번도 없거니와 따복사랑방도 사업신청 당시 (지난해 4월)가 아니라 이미 다 만들어진 후인 최근에서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라고 했다. 당초 서명 주인조차 없는 유령 동의서로 사업신청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정작 사업신청 대표자인 K 위원장과 실무자 J씨는 묵묵부답이다. 두 사람 모두에게 취재를 요청하는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답이 없었다.

 

“우리 동이면 사업비 집행 안 했을 것”

당시 관할 동이 제기한 사업비 과다청구 의혹도 반영되지 않았다. 해당 사업 견적서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가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대산동(당시 심곡본동) 관계자는 “3천만원이면 36평 아파트 창호까지 바꿀 수 있고, 올 리모델링까지 가능한 정도여서 만약 이 예산이 (시가 아닌) 우리 동을 통해 나가는 것이라면 집행 안했을 것”이라며 “시 담당자에게 수 차례 (따복사랑방) 사업견적서 내용을 다시 면밀히 들여다 봐 줄 것을 건의하고 준공검사 때에도 함께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결국 묵살당하고 준공검사도 우리만 빼고 이뤄졌다”라고 했다.

반면 시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관련자료 요청만 있었다며 한 발 뺐다. 시 마을공동체팀 관계자는 “당시 심곡본동에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예산 사용과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나와 따복사랑방 조성사업 추진과정도 알고 싶으니 관련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왔지만, 그건 (동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개별사업이니 그런 서류들은 (공식)절차 밟기 전까진 우린 못 준다고 거절하고 일단락 지었다”며 “그 땐 단순히 동과 주민자치위가 서로 사이가 안 좋아 벌어진 알력다툼 정도로 이해했지, 사실 확인이 필요할 정도로 이렇게 심각한 사안인지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나중에야 알았다”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자 당장 지역사회에선 보조금의 쌈짓돈 논란이 제기된다. 한 시민활동가는 “일선 동의 문제제기조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시 집행부의 보신행정이 결국 수 천만원의 지자체 보조금을 민간단체의 쌈짓돈으로 전락시켰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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