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가 빚어낸 총체적 난국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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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민주당의 애처로운 조국 후보자 구하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하루 전 “낡은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공정한 대통령이 되어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모든 국민에게 약속했다.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는 대선 선거 유세에서 원칙과 상식이 반칙을 이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교육부 결과 보고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가진 자들이 편법을 통해 교육 분야에서 각종 다양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라며 편법과 반칙은 사회적으로 퇴출해야 할 사항임을 다시 한 번 거론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경제와 외교정책에 대한 논란이 있고 정부 초기부터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다양한 이견들이 나왔을 때도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지지층은 변함없이 대통령을 믿고 기대를 보내줬다. 대통령이 언급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는 메시지는 현 정부의 핵심가치다. 이 핵심가치만 지켜져도 깨끗한 세상이 될 수 있으니 경제 및 외교에서 조금 시행착오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또한 교수 시절부터 편법과 반칙을 저지른 자는 무조건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여당과 청와대는 2년 전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기회, 과정, 결과에서 연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조국 후보자를 구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조국 후보자의 딸 논란에 대해 “보편적 기회, 열려있는 기회, 누구나 신청하고 노력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며 그를 엄호했다. “일반고교에도 인턴십 제도가 있고 학부모 중에 교수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일”고 밝혔다. 심지어 조국 후보자의 사모펀드 논란에 대해서도 “예금을 넣는 것보다 시장경제에 훨씬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민 의원의 발언이 조국 후보자의 심금을 울렸을지는 모르나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 온 수십만 수험생과 학부모는 더 큰 상처를 받아야 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예금을 넣어서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으로 가는 것보다 펀드에 넣어서 돈을 돌리는 것이 시장경제에 훨씬 기여한다고 언급한 김 의원의 발언은 열심히 생활해서 번 돈을 성실히 저축해 온 수백만 서민의 가슴을 도려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후보자의 딸 논문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정말 참다 못 해 한 마디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국 후보자와 그의 딸을 두둔했다. 학생이 교수와 전문적인 실습 과정이 끝나면 실습보고서 같은 것을 작성하는데 미국은 이를 ‘에세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딱히 그런 말이 없어 ‘논문’이라고 부른다는 점을 이 교육감은 근거로 내세웠다. “조 후보 따님은 교수의 지도 아래 현장실습을 마쳤고 그 경험으로 에세이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기에 이를 논문으로 고려한다면 당연히 제1저자는 그 따님”이라는 결론까지 도출했다.

한 나라의 교육감이 논문과 에세이를 제대로 구분도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학생이 실습 과정을 끝내면 제출해야 하는 실습보고서를 ‘연구보고서’라고 부르지 딱히 그런 말이 없다고 해서 ‘논문’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 논문은 주로 대학원생이 자신의 석․박사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학위논문을 작성하거나 학술지에 투고해 학문적 기여도를 평가 받으려고 교수나 연구원들이 작성한다. 에세이와 연구보고서, 논문의 형식과 그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조국 후보자의 딸을 강하게 두둔하는 행태를 보고 참다 못 해 한 마디 하는 말이다.

 

총체적 난국 스스로 불러온 조국 후보자

이번 사태는 유감스럽게도 조국 후보자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경향이 있다. 인터넷에는 ‘국회의원 자녀 전수 조사’ 등의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는데 필자는 정의와 공정을 강조한 정치인이 사실 생각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조국 후보자는 2004년 언론 기고부터 지금까지 15년째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의 필요성을 제일 많이 이야기했고 정치인들이 편법과 기회주의적 처세를 일삼는 행위에 대해 가장 강력히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은 불법적인 건 하나도 없었다고 후보자를 두둔하지만 조국 후보자는 과거부터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생한 편법의 부조리를 지적해왔다.

그는 2009년 펴낸 《보노보 찬가》라는 저서에서 주식, 부동산, 펀드를 가르치고 투자하는 등 돈이 최고로 인정받는 현 상황을 ‘동물의 왕국’이라고 비판했다. MB(이명박)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경제적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행동들을 편법과 반칙, 기회주의적 처세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민정수석으로 부임한지 두 달 후에 배우자 및 자녀들과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그가 그토록 혐오했던 펀드 투자에 그의 가족들이 앞장섰고 그토록 증오했던 고위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한 경제적 부당거래에 그도 참여했다는 사실에 대다수 국민은 분노했다.

조국 후보자는 경제보다 교육에 관해 누구보다 엄격함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너무나 많은 편법과 반칙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합법이기 때문에 자신의 반칙과 특권이 당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뻔뻔함을 나무랐다. 장학금이나 기타 입시에서 부모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부당거래를 행한 사람들이 공부만 열심히 해온 수많은 수험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모든 학생들의 출발선이 동일한 날이 올 때까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2년 전 한 강연에서 얘기했다.

당시 조국 후보자는 “자신의 주 고객인 20~30대가 사회적 문제에 침묵하고 있으면 세상은 타락하게 된다”며 “젊은이들은 사회적 부조리와 반칙, 특권에 침묵하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칙과 특권을 일삼았음에도 합법이라는 미명 하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을 향해 우리 모두 일갈(一喝)해야 한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지난 날 메시지와 강연에서 그가 그토록 증오하고 또 혐오한다고 밝힌 부조리한 관행을 그의 가족은 앞장서서 실행해왔다. 조국 후보자의 총체적 난국은 그의 언행 불일치에서 출발했고 확장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재직했을 때 그 어떤 잡음이나 문제도 나오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아내에게 백화점 출입을 금지하고 후배 및 동료, 친척과의 개인적 약속도 잡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조국 후보자는 자신이 가장 존경한다고 언급했던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의 언행과 너무도 거리가 먼 행보를 지금까지 보여 왔다. 조국 후보자를 과거에 열렬히 지지했던 2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충격과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청와대 및 여당은 그를 지키기 위해 ‘합법․불법’ 또는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 

조국 후보자를 지지했던 신평 변호사가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그의 유학 추천서를 써준 지도교수도 그의 사퇴를 재차 얘기하고 있다. 진보․보수 등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학계에서도 그의 자녀가 보여준 건 심각한 연구윤리 훼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의 부조리를 눈감는 순간 조국 후보자와 청와대, 여당은 더욱 더 심각한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특권을 통해 편법을 누린 이들은 과감히 퇴출돼야 한다고 조국 후보자는 지난 날 말했다.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그는 퇴출돼야 한다. 불평등한 기회와 불공정한 과정을 일삼은 이가 퇴출되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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