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전범기업엔 ‘특혜’…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엔 ‘무관심’
  • 인천취재본부 구자익·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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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조례 2건 ‘유명무실’ 전락
미쯔비시·스미토모·아지노모토 공장부지 조성원가 제공

인천시가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은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조례는 사실상 ‘사문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4700여명의 강제동원 피해자 중 겨우 6명만 생활지원금을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투자자라는 가면을 쓴 일본의 전범기업들에게는 조성원가에 부지를 제공하고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면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에는 무관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도5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에 들어서 있는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의 송도공장 전경. ⓒ구자익 기자
송도5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에 들어서 있는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의 송도공장 전경. ⓒ구자익 기자

일본 전범기업 퍼주기…공장부지 시세차익·세제감면 ‘수십억’

26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현재 인천시 송도국제도시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들은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수입자본재에 대한 관세를 5년간 면제받는다. 또 외국인투자금액 규모별로 취득세는 3년~15년간 50~100% 감면해 주고, 재산세도 3년~13년간 50~100%를 면제해 준다. 공장부지 등은 일반 기업에 분양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조성원가에 공급한다. 

앞서 외국인투자기업들은 2018년 12월31일까지 외국인투자 누계액과 외국인투자 비율에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도 2년~7년간 50~100%를 감면받았다. 이런 혜택은 일본의 전범기업이 투자한 기업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대일항쟁기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기업들 중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와 ‘아지노모토제넥신’, ‘경신’ 등은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투자했다. 이들은 송도국제도시에 각종 제조시설을 설립하면서 적잖은 부지를 조성원가에 공급받았다.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송도국제도시에 엘리베이터 제조공장을 지어 2018년 3월에 입주했다. 투자비율은 미쓰비시전기가 54%이고 미쓰비시상사 20%, 미쓰비시전기빌딩테크노서비스 26%이다. 미쓰비시전기와 미쓰비시상사는 전범기업이고, 미쓰비시전기빌딩테크노서비스는 미쓰비시전기가 100% 출자한 승강기 보수담당 기업이다. 사실상 일본 전범기업의 자회사인 셈이다.

인천경제청은 2015년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에 송도5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의 공장부지 1만8220㎡를 3.3㎡당 213만4905원에 공급했다. 이 부지의 일반 분양가격이 3.3㎡당 247만131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18억5730만원이나 저렴하게 매매됐다. 

아지노모토제넥신은 송도국제도시에서 무혈청 세포배양배지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일본의 식품기업 아지노모토가 75%를 투자했고, 우리나라의 바이오벤처기업 제넥신이 25%를 부담했다. 아지노모토는 전범기업 명단에 올라 있다.

인천경제청은 2013년 아지노모토제넥신에 송도5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의 부지 1만1000㎡를 3.3㎡당 192만9106원에 공급했다. 이 부지의 일반 분양가가 247만131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18억700만원에 달하는 혜택을 준 셈이다. 

경신은 송도국제도시에 자동차부품 공장을 지어 2012년 12월에 입주했다. 경신홀딩스가 50%를 투자했고, 스미토모전기공업이 30%, 스미토모와이어링시스템이 20%를 부담했다. 스미토모전기공업은 일본의 전범기업이고, 스미토모와이어링시스템은 스미토모전기공업이 100% 출자한 자회사다. 사실상 일본의 전범기업이 50%를 투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천경제청은 경신에 송도4공구 지식정보산업단지의 부지 1만2006.6㎡를 3.3㎡당 158만2903원에 공급했다. 일반 분양가는 3.3㎡당 247만1310원이다. 이는 일반 분양보다 약 32억320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송도5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에 들어서 있는 아지노모토제넥신의 무혈청 세포배양배지 제조시설 전경. ⓒ구자익 기자
송도5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에 들어서 있는 아지노모토제넥신의 무혈청 세포배양배지 제조시설 전경. ⓒ구자익 기자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사업 ‘0건’…피해여성근로자 지원 6명 뿐

반면,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시늉’만 내는 수준이다. 인천시는 2018년 2월26일 ‘인천광역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등 사업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일본에 의해 군인‧군무원‧노무자‧위안부 등으로 강제동원 된 피해자를 추모하거나 지원하고 유족을 위로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천시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희생자 추모사업’과 ‘일제강제동원 피해와 관련한 문화‧학술 사업 및 조사‧연구 사업’, ‘위령탑 정비 및 증‧개축 등 추모‧기념공간의 조성사업’, ‘피해자 등 유족 복지사업’, ‘대일항쟁기 관련 국제협력 강화 사업’ 등에 대해 예산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조례가 제정된 후 현재까지 인천시가 예산을 지원한 사업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인천시는 2015년 11월16일 ‘인천광역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대일항쟁기에 강제로 동원된 여성근로자들에 대한 생활보조비 등의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2016년 1월부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들에게 매월 생활보조비 30만원과 진료비(본인부담금) 중 20만원 이내를 지원하고 있다. 또 사망 시 장제비 100만원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따르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로 결정된 국내 거주자는 남성 20만7896명과 여성 1017명 등 총 20만8913명이다. 이중 인천지역 거주자는 남성 4757명과 여성 19명 등 4776명이다.  

이들 중 인천시는 강제동원 여성피해근로자는 6명 만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들의 신청이 있을 때만 지원하고 있다. 이는 인천시가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들의 연령대를 감안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강제동원 피해자분들의 연령대는 적어도 80대 후반일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안내나 홍보 부족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의 주체는 아니지만, 현재의 지원금은 현실성이 떨어져 소외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아 1년에 한 차례씩 80만원의 의료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까지 4034명을 지원했다. 이는 전체 피해자의 약 1.9% 수준이다. 행안부는 또 강제동원 피해자들 중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유족에게 위로금 2000만원, 강제동원으로 장애가 생긴 피해자들에게 장애등급에 따라 최대 2000만원을 지급했다.

송도4공구 지식정보산업단지에 들어서 있는 경신의 전경. ⓒ구자익 기자
송도4공구 지식정보산업단지에 들어서 있는 경신의 전경. ⓒ구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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