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분노케 한 ‘조국 논란’ 3대 키워드는?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2 10:00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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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라 쓰고 ‘위선’이라 부른다…위선·불공정·불신에 분노하는 20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바라보는 여권의 심정은 복잡하다. 지식인의 정당한 사회 참여라는 뜻의 ‘앙가주망(Engagement)’을 외치며 ‘폴리페셔(정치인+교수)’ 프레임을 단숨에 뛰어넘을 기세였던 조 후보자가 여론의 벽 앞에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다.

지금 누구보다 강력한 울분으로 조 후보자의 앞을 가로막고 나선 이들은 그를 ‘셀럽(셀러브리티의 줄임말)’인 양 추종해 온 20대여서 여권이 받은 충격은 더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솔직히 우리도 조 후보자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 2004년 총선 직전 정동영 의장(열린우리당)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지금 20대 분노를 잠재우지 못하면 내년 총선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조 후보자를 향한 분노는 고려대·경북대·부산대 등 대학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20대 청년들이 유독 조 후보자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는 3대 핵심 키워드는 위선, 불공정 그리고 불신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협의에 참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협의에 참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1. “법적으론 문제없다” 위선적 발언

지난 2015년, 20대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정서의 밑바닥에는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권위주의와 가부장주의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조국 후보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 그런 권위에 맞서 싸울 것을 주문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조 후보자에 대한 대중의 분노, 특히 청년들의 분노는 ‘위선적 지식인’에 대한 반감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의혹이 쏟아지던 초반, 미안한 기색 없이 “가짜뉴스에 불과하고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변명하던 모습에서 청년들은 큰 실망을 느꼈다는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입장문을 통해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하며 후안무치의 태도로 일관하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조 후보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말할 때 대중은 그를 멋진 로맨티스트로 기억했을지 몰라도, 공정한 법 집행을 신조로 삼아야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 세력의 새로운 시대 흐름으로까지 평가받았던 ‘강남좌파’의 이미지는 이제 와서 되레 조 후보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법학자에게 죄의 유무는 합법, 불법으로 나뉠지 몰라도 국민 감정으로 볼 때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20대는 위법 여부를 떠나 시험조차 거치지 않고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진학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이러한 반발의 기저에는 수시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현 대학 입시에 대한 불신도 있다”고 꼬집었다.

2. 공정한 게임의 룰을 스스로 깨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도서로 화제를 모았던 《90년대생이 온다》에서는 1990년대생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공정과 정직을 꼽았다. 책에서 저자는 최근 청년층에서 ‘공시족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공무원 채용이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20대들은 조 후보자 딸이 고등학생 때 교수 부모 인맥을 통해 마련된 2주 대학 인턴 활동으로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린 뒤, 대입 과정에서 이를 성과로 활용했다는 점에 분노한다. 자신감이 폭발하는 ‘중2병’보다 무서운 게 자신감이 바닥을 기는 ‘대2병’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대학가에 팽배한 마당에 국립대 교수를 부모로 뒀다는 이유로 조 후보자의 자녀가 갖은 혜택을 본 것은 비슷한 또래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나만 손해’라는 감정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또 여기에는 흙부모는 제아무리 노력해도 저임금의 흙수저 자녀를 키울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담겨 있다. 부의 대물림을 추구하던 조 후보자 가족의 행태는 가난의 대물림 때문에 한탄하는 이들의 가슴을 후려치고 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조 후보자 가정처럼 상류층으로 뛰어오르지 못한 이유는 교육과 스펙 경쟁에서 이겨낼 재간이 없어서다. 2003년 레온 페인스타인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가 ‘인지능력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좌우된다’고 주장한 것은 인정하기 힘들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20대가 말하는 공정의 의미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황상민 심리상담소 대표)는 “20대가 생각하는 이익 침해는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잠재적인 것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금의 분노를 ‘공정’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3. 386 주도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2016년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고 난 뒤인 12월17일, 100명의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민평의회에서 다수의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박근혜라는 개인에게 분노를 느낀 것이 아니라 죄의식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겨온 특권층의 민주주의 유린,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데 최적화된 국가 체제에 대한 총제적인 모멸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를 무너트린 당시의 분노는 지금 촛불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를 향하고 있다. 당시 시민평의회 투표에서 청년들은 헬조선의 요인으로 ‘불안한 미래’와 ‘경제적 불평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 사회에서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평등사회 구현’이 가장 많았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불평등과 모순투성이다. 신분 상승에 필요한 ‘사다리’는 내동댕이쳐진 지 오래됐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기성세대의 ‘하면 된다. 해 봤어?’라는 구호보다 ‘해도 안 된다’는 실망감만이 자리 잡을 뿐이다.

최근 화제작 《불평등의 세대》를 쓴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책에서 “386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더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가진 사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물질만 쫓다보니 경쟁 의식과 나만 잘돼야 한다는 가치관은 어느새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 비정규직은 늘어났고, 해고는 좀 더 유연해졌다. 그리고 이들은 그 중심에 386세대로 불리는 기성 세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공정성을 해친 조 후보자의 부도덕성을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검찰 개혁’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써가며 비호하는 집권층은 20대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었지만 뒤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산 386 기성 정치권은 20대들의 분노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도 “분노의 밑바닥에는 촛불로 밀어낸 권위주의 정권과 비교해 현 집권층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실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분노가 문재인 정권으로 향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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