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골프여제’ 박세리-박인비 계보 잇는다
  • 안성찬 골프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4 16:00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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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브랜드’ 알리는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 고진영, 상금랭킹·평균타수·올해의 선수 모두 1위 달려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 고진영이 LPGA의 새 역사를 쓰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골프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보기(No Bogey)’ 플레이가 압권이다. 고진영은 8월2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의 마그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총상금 225만 달러)에서 4일 동안 72홀 ‘노보기’ 플레이로 정상에 올랐다. 고진영의 72홀 ‘노보기’ 우승은 2015년 박인비가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달성한 이후 4년 만이다. 고진영은 8월 메이저대회인 AIG 브리티시 여자오픈 3라운드 2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뒤 CP여자오픈까지 LPGA투어에서 106홀 연속으로 노보기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 여자 골프선수들의 세계 무대 경쟁력은 이제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 그 자체다. 이미 박세리와 박인비가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데 이어, 전인지·박성현·고진영·이정은 등 해마다 KLPGA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LPGA 무대마저 평정하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끊임없는 선전에 세계 골프팬들은 경외감을 느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연설에서 “올해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인 박성현이 우승했다. 세계적인 훌륭한 선수”라고 극찬한 바 있다. 당시 대회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트럼프는 박성현이 18번홀을 마치고 걸어 나오자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트위터에 ‘박성현의 US여자오픈 우승을 축하한다’는 글까지 올렸다. 

고진영이 8월25일(현지시간) LPGA투어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 연합뉴스
고진영이 8월25일(현지시간) LPGA투어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 연합뉴스

강한 멘털에 ‘송곳 같은 아이언’이 강점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고진영에 대해 외신들은 칭찬 일색이었다. “그의 경기는 무결점 플레이였다” “전혀 흠잡을 데 없었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한국 여자선수들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평가했다. 우승한 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한 것 같다. 보기를 한 번도 안 하고 우승을 했다는 것이 감격스럽다. 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한 주였다”며 우승을 자찬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LPGA 대회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에 ‘무혈입성’한 고진영은 지난해 데뷔전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호주에서 열린 LPGA 데뷔전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4라운드 연속 1위를 지키며 우승하는 것) 우승을 기록했다. 1951년 고(故) 베벌리 핸슨(미국)이 기록한 대기록을 무려 67년 만에 작성하며 대회 관계자 및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우승으로 고진영은 지난해 LPGA 신인상을 받았다.

고진영은 올 시즌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뒤,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과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이번에 CP여자오픈까지 우승하며 시즌 4승, 통산 6승을 기록했다. 고진영은 2016년 리디아 고(뉴질랜드),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이후 3년 만에 LPGA투어 시즌 4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아직 대회가 남아 있으므로 승수를 더 쌓을 가능성도 크다. 현재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은 2013년 박인비가 기록한 6승이다.

이렇듯 박세리에 이어 박인비가 달성한 각종 신기록 및 진기록을 고진영이 이어가며 LPGA투어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올 시즌 17개 대회에 출전해(8월29일 현재) 모두 본선에 진출한 데다 ‘톱10’에 10차례나 올랐다. 재미난 사실은 4번이나 연속해 진기한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2월 HSPS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공동 3위에 이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고, 기아클래식 공동 2위에 이어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했다. 또 7월 들어 다우 그레이트 레이디시 베이 인비테이셔널 공동 2위에 이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AIG 브리티시 여자오픈 3위에 이어 다시 CP여자오픈에서 곧바로 우승했다.

사실 프로골퍼들은 연속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한 대회에서 모든 체력과 정신을 집중해 쏟아붓기 때문이다. 이는 2018~19 시즌을 마감한 남자선수들의 PGA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랭킹 1위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각각 3승을 올리긴 했지만, 고진영처럼 연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고진영은 CP대회까지 드라이브 평균 거리 258.66야드(73위), 페어웨이 안착률 79.91%(10위), 아이언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 80.25%(1위), 홀당 그린적중 시 평균 퍼트수 1.74개(3위), 평균 퍼팅수 29.78개(36위), 샌드세이브 40.82%(103위)를 작성하며 평균타수 68.81타로 1위에 올라 있다. 또한 라운드당 언더파 50개(1위), 버디 284개(7위), 이글 5개(7위), 60타대 라운드 38개(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강한 멘털을 가진 고진영은 ‘송곳 같은 아이언’이 강점이다. 그린적중률이 높으면 그만큼 스코어를 줄이는 데 용이하다. 그의 아이언은 어깨가 충분히 돌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톱스윙에서 손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다. 여기에 어릴 때 줄넘기로 다져진 견고한 하체가 다운 및 폴로스루, 피니시 동작까지 완벽하게 잡아준다.  

 

‘무결점’ 상승세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

8월28일 현재, 올 시즌 CME 글로브(LPGA 각 대회마다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포인트) 3937점으로 1위, 총상금 261만8631달러(약 31억7000만원)를 획득해 상금랭킹 1위, 평균타수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면 고진영은 1979년 낸시 로페스(미국), 1980년 베스 대니얼(미국),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 2015년 리디아 고에 이어 역대 5번째로 신인상을 받은 이듬해에 올해의 선수에 오르게 된다. 여기에 고진영이 올 시즌 남은 대회에서 또 한 번의 우승을 차지하면 2007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12년 만에 시즌 상금 300만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1988년 고(故) 구옥희가 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우승 물꼬를 튼 이래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유소연 등 수십 명의 후배들이 이어받아 영광을 누리고 있는 LPGA투어. 고진영을 비롯해 박인비, 박성현, 이정은 등 코리아 낭자들은 지금도 매주 신바람을 일으키며 전 세계에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LPGA투어는 8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고진영의 ‘무결점’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는지 관심이 쏠린다. 

고진영이 달성한 진기록

LPGA 데뷔전에서 우승 : 2018년 2월18일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 2018년 2월18일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노보기 우승 : 2019년 8월26일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고진영이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기록

신인상 받은 이듬해 올해의 선수 수상(현재 올해의 선수 1위)

시즌 상금 300만 달러 돌파(현재 261만8631달러)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6승) (현재 4승)

개인타이틀 전 부문(다승·상금랭킹·올해의 선수·평균타수·CME글로브 등)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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