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다음으로 필요한 운동 ‘루두스(LuDuS)’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4 15:00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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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장수 위해서는 런지·덤벨·스쿼트로 근육량 늘려야

당장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5번 반복해 보자. 5번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초 이상이라면 근감소증을 의심해야 한다. 10개 정도의 계단을 쉬지 않고 오르기 힘들거나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 건널목을 건너기가 벅찰 때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쥘 때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거나 그 물건을 놓치는 경우가 늘어나도 그렇다.

근감소증이란 몸의 골격근과 근력이 정상보다 줄어드는 질병이다. 흔히 몸의 근력이 떨어지는 것은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의학계는 최근 이런 현상을 질병으로 보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6년 근육 감소 현상이 노화가 아닌 질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4년 전부터 근감소증을 진단명으로 지정했고 일본도 지난해부터 질병으로 등록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때 필요한 것이 근육의 강도라면 계단을 오를 때 필요한 것은 근력이다. 근력 감소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무병장수를 방해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근력이 튼튼할수록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심장학회 연구원인 클로우디우 길 아라우조 박사는 최근 근력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것이 생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6.5년 동안 41~85세 사이의 성인 3900명의 최대 근력을 평가했다. 이 기간에 남성은 10%, 여성은 6% 사망했는데 평균치보다 높은 근력을 가진 참가자의 생존율이 가장 높았고 근력이 가장 낮았던 그룹의 사망 위험이 10~13배 높았다. 아라우조 박사는 “근력을 가진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아산병원
ⓒ 서울아산병원

근감소증의 유일한 예방법 ‘근력운동’

현재 근감소증은 치료약이 없는 상태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에 운동으로 근육량을 키워두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근육량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 운동으로 의사들은 3가지를 추천한다. 이 3가지는 런지, 덤벨(아령), 스쿼트다.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루두스(LuDuS)’라고 기억하면 편리하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몸에서 에너지를 쓰는 부위는 주로 머리와 근육이다. 특히 근육량이 많으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난다. 근육량을 늘리는 것은 운동인데 운동은 근육 통증을 느낄 정도로 해야 효과가 있다. 그런데 무리하면 근육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운동할 때 무리하게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지는 한쪽 다리를 앞으로 뻗고 양 무릎이 90도가 되도록 구부리는 동작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앉거나 일어서는 동작을 할 때 필요한 근육(대퇴사두근·햄스트링·둔근)을 강화하는 데 좋은 운동이다. 한 번에 5~8회씩 5세트를 하거나 10회씩 3세트를 해도 된다. 이때 허리가 앞이나 뒤로 움직이지 않도록 유지할 필요가 있다.

덤벨(아령) 들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터럴 레이즈는 양손에 덤벨을 잡고 양팔을 옆으로 90도까지(바닥과 평행이 되도록) 들어올리는 동작이다. 어깨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한 번에 10~15번씩 3세트를 하면 된다. 팔을 들어올릴 때 양어깨가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좋다.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는 일상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 상체가 빈약한 편이다. 그래서 덤벨 들기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리하게 무거운 덤벨을 들지 말고 가벼운 것을 들기를 추천한다. 50세 이후엔 오십견이 많은데 상체 운동을 심하게 하다가 어깨를 다치기도 한다. 특히 여자는 1~2kg의 덤벨 무게가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쿼트는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서서 허리의 만곡을 유지한 채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의자에 앉는다는 생각으로 양 무릎을 60~90도 구부리는 동작이다. 넓적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한 번에 8회씩 5세트 또는 10회씩 3세트를 하면 된다. 양손으로 덤벨 1개를 잡고 하면 더 효과적이다. 덤벨 잡기가 어렵다면 양팔을 어깨높이로 올린 후 서로 포개서 팔꿈치를 겹쳐 잡아도 된다. 무릎을 구부릴 때 무릎이 발끝을 지날 정도로 너무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스쿼트 동작이 어렵다면 식탁 의자에 앉아 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리는 동작도 하체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무릎을 편 상태로 다리를 들고 발끝을 몸쪽으로 당긴 채 10초 동안 유지한 후 천천히 내린다. 5초 쉬었다가 반대쪽 다리를 들어올리기를 반복한다. 김 교수는 “여성이나 초보자는 40~50개를 목표로 삼으면 좋다. 15개씩 3세트만 꾸준히 해도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산소운동보다 근력운동이 중요

의사들은 지금까지 건강을 위해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걷기 운동을 한다. 이런 유산소운동도 근력이 있어야 지속해서 할 수 있다. 근육 힘이 약한 상태에서 무작정 오래 걷다 보면 발목이나 무릎에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걷거나 달리면 무릎과 발목 통증 때문에 운동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다.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은 근력 강화 운동을 먼저 시작하고 점차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근력운동을 하면서 유산소운동을 하면 지방도 더 잘 빠진다. 런지, 덤벨, 스쿼트 외에 허리 통증을 예방하는 운동이 필요하다면 복근 강화 운동을 추가로 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사람의 근육량은 30대에 최대치에 이른 후 40대엔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 분비가 떨어지면서 매년 1~2%씩 감소한다. 80대가 되면 최대 근육량의 60%, 100세에 이르면 40%밖에 남지 않는 셈이다. 유재욱 재활의학 전문의는 “80세 이후엔 암이나 고혈압보다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느냐가 건강의 지표가 된다. 독립적인 일상생활에는 근육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젊을 때 근육량을 충분히 확보해 두면 나이가 들어 근육량이 줄더라도 근육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20대엔 조금만 운동하면 근육량이 쉽게 늘어나지만 50대가 되면 운동을 많이 해도 근육량 증가가 더디다. 근육량을 많이 확보하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근육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팔·다리 근육량 늘면 당뇨병 위험 감소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근육과 당뇨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팔과 다리 근육량을 늘리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포도당으로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한다. 남은 에너지는 팔과 다리 근육에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근육량이 많으면 많은 포도당을 저장할 수 있지만 근육량이 적으면 그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남아도는 포도당은 혈액에 남는데 이것이 혈당 수치를 높여 당뇨병을 유발한다.

이는 연구로도 확인됐다. 김홍규 교수팀은 2007~14년 20~60대(평균 47세) 성인 1만7280명의 팔·다리 근육량과 당뇨병 발생률을 관찰했다. 평균 5.5년간 가장 이상적인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체형’을 그대로 유지한 사람은 주 3회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의 당뇨병 발생률은 연구 대상자 가운데 가장 낮은 2.2%로 나타났다. 체지방은 그대로인데 근육량만 줄어든 사람의 당뇨병 발생률은 4.8%로 집계됐다. 근육량은 그대로인데 체지방이 증가한 사람의 당뇨병 발생률은 3.6%였다.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량이 늘어난 사람의 당뇨병 발생률은 5.7%로 가장 높았다.

한마디로 청장년층 남성에서 팔·다리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결론이다. 지금까지 근육량 감소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비교적 젊은 20~60대 청장년층도 근육량이 적으면 당뇨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교적 젊은 사람이라도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려면 병원이나 스포츠센터 등에서 자신의 체성분과 팔·다리 근육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에 맞는 운동과 음식 섭취가 필요하다. 근력운동을 청장년기부터 꾸준히 하면 노년기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력운동을 하면 뼈와 관절 건강도 챙길 수 있다. 근육은 뼈와 관절이 부딪치지 않게 해 주고 척추를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근육이 약하면 등이 굽거나 척추측만증이 생기고 내부 장기의 위치까지 틀어질 수 있다.

근력운동은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호주국립대와 뉴사우스웨일스대 공동연구진은 60~70대 초반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수년간 체질량지수(BMI)와 뇌 수축 간 관계 등을 조사했다. 나이가 들어 BMI 지수가 떨어지면 이것이 신경조직 감소 혹은 뇌 수축과 관련돼 치매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수록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일반적인데 이는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체중을 유지하고 근육을 잃지 않도록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 런지

01 양손을 양 허리에 놓은 후 한쪽 다리를 앞으로 뻗고 양 무릎이 90도가 되도록 구부린다.

02 2~3초간 정지하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후 반대편 다리를 뻗어 동일한 방법으로 반복한다.

03 1세트에 5~8회씩 총 5세트를 반복한다.

※주의 사항

허리가 앞이나 뒤로 움직이지 말고 중립이 되도록 유지한다.

2 가벼운 덤벨(아령) 들기(레터럴 레이즈)

01 양손에 아령을 잡고 양발을 살짝 벌려 정면을 향해 선다.

02 허리를 곧게 편 상태로 양팔을 옆으로 벌려 90도 정도까지 들어올린다.

03 1세트에 10~15번씩 총 3세트를 반복한다.

※주의 사항

무거운 무게보다 가벼운 덤벨을 사용한다.

팔을 들어올릴 때 양어깨가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한다.

팔을 들어올릴 때 호흡은 내쉰다.

3스쿼트

01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서서 양팔을 어깨높이로 올린 후 서로 포개서 팔꿈치를 겹쳐 잡는다.

02 허리의 만곡을 유지한 채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의자에 앉는다는 생각으로 무릎을 60~90도까지 구부린다.

03 이 자세를 2~3초 유지하고 원위치로 돌아온다.

04 1세트에 8~10회씩 총 5세트를 반복한다.

※주의 사항

스쿼트 동작을 하는 동안 배에 힘을 주어 몸을 앞으로 숙이지 않는다.

머리, 목, 허리를 곧게 펴도록 한다.

옆에서 봤을 때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선이 오목한 아치 모양을 유지해야 한다.

무릎을 구부릴 때 무릎이 발끝을 지날 정도로 너무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한다.

근감소증 자가진단법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 건널목을 건너기가 벅차다.

10개의 계단을 쉬지 않고 오르기 힘들다.

앉았다 일어날 때 손을 짚어야만 일어날 수 있다.

수박 한 통을 카트에 담기가 힘들다.

눈꺼풀이 처진 듯한 느낌이 든다.

등이나 허리가 아픈 경우가 부쩍 늘었다.

최근 음식을 먹을 때 자주 사레가 든다.

허벅지가 가늘어지고 물렁물렁해진 느낌이 든다.

최근 3개월 동안 몸무게가 3kg 이상 빠졌다.

중립 주차된 차량을 혼자 밀기가 힘들다.

*위 10개의 문항 중 4개 이상에 해당하면 근육량 감소를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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