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저요? 컴맹에 손편지 쓰는 아날로그 감성”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31 14:00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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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으로 돌아온 그녀, 김고은

그녀는 잘 웃었다. 몸을 배배 꼬며 웃기도 하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박장대소하기도 했으며, 앙증맞게 웃기도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그 모습이 특별해 보이는 건, 아마도 또래의 성공한 스타들과는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김고은은 특별했고, 그래서 예뻤다. 그녀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상대 배우는 정해인. 그러니까 지금 가장 핫한 두 배우가 커플로 호흡을 맞춘 영화다.

영화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남녀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레트로 감성의 정통 멜로다. 1994년 10월1일 시작, 2007년 4월15일까지 KBS FM을 통해 13년간 방송된 동명의 라디오를 배경으로 그 시절 소중했던 추억과 가슴 아픈 첫사랑,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명곡들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이 영화가 김고은에게 특별한 건, 데뷔작 《은교》(2012)의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김고은은 데뷔작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정 감독은 지금의 김고은을 만든 은인인 셈이다.

ⓒ BH엔터테인먼트
ⓒ BH엔터테인먼트

주연배우로서 영화를 본 소감은.

“뭐랄까, 약간 괴로운 상태에서 봤어요. 순간순간에 아쉬움이 보이니까요. 언론 배급 시사회는 늘 괴로운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2000년대가 배경이다. 스스로 아날로그에 가까운 성향인가.

“제가 컴퓨터도 할 줄 모르고, 휴대폰도 잘 활용하지 못해요. 그리고 손편지 쓰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 생일이나 가족, 특별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일이 아닐 때 손편지를 써요. ‘오늘 무슨 날이야?’ ‘아니 아무 날도 아니야.’ 그럼 받았을 때 기분이 더 좋잖아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본인의 첫사랑은 어땠나.

“제 첫사랑요? 그분, 잘 지내시려나(웃음)? 영화 속 첫사랑은 첫사랑에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사랑이에요. 저의 첫사랑은 이들에 비하면 아픔이 크지는 않았어요. 귀엽고 풋풋한 사랑이랄까요. 근데 첫사랑의 기준이 뭐예요?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정지우 감독과는 데뷔작 《은교》를 같이 했다. 그리고 7년 뒤에 재회했다. 어땠나.

“《은교》 때는 제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오히려 감독님이 저를 더 조심스럽게 대했던 것 같아요. 뭐랄까, 유리구슬 다루듯 대해 주셨어요. 처음이라 이것저것 위치도 확인해야 하고 시선도 어색했는데, 감독님은 그런 것들이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셔서 배려를 많이 해 주셨어요. ‘고은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여. 우리가 쫓아갈게’ 하고요. 그때는 다 그렇게 촬영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회를 거듭하고 여러 작품을 찍으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사실 감독님과는 그동안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뵙고 사는 얘기, 고민 등 내 상태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지냈어요. 7년 만에 처음 만났다면 낯설었겠지만 그동안의 관계가 있기에 오히려 더 친근해지고 편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게 됐어요.”

친분이 있는 사이라 캐스팅 비화도 궁금하다.

“작년 초였나? 툭 던지듯 ‘대본 보내줄 테니 한번 읽어봐’ 하셨어요. 서로 그동안 교감도 있고, 대본과 모니터링도 종종 해 주었던 터라 그런 개념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조금 지난 다음에 감독님이 얼굴을 한번 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늘 그렇듯 부담 없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는데, ‘시나리오 어떻게 봤어? 그거 내가 한번 해 보려고’ 하시는 거예요. ‘고은이가 하는 건 어때?’ ‘저요? 저는 뭐 감독님이 하시면 잘할 수 있죠.’ 그렇게 짧은 대화가 오가고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죠. 감독님이 지금의 저를 담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작보고회 때 눈물을 보였다.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정 감독이 “처음 김고은을 봤을 땐 ‘호기심 천국’으로 똘똘 뭉친 아이 같았다. 이후 여러 기회로 얼굴을 종종 보게 됐는데 고민 많은 어른이 됐다는 게 느껴지더라. 일상 속 고민이 영화에 잘 나왔다”라고 전하자, 김고은이 순간 눈물을 쏟았다.)

“그날 감독님이 일련의 시간에 대한 질문을 받으시는 순간, 촉이 왔어요(웃음). 그동안 저는 감독님에게 주저리주저리 속마음 얘기를 많이 했어요.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고, 이런 작품을 하고 있고, 요즘 이런 고민이 있어요, 하고요.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가 이제는 어른이 된 것 같다, 는 말씀을 하는 순간, 지난 7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어요. 늘 제 이야기를 묵묵하게 들어주시던 감독님의 표정이 떠올라 눈물이 나왔어요.”

우리가 모르는 슬럼프를 겪기도 했나.

“이쪽 일을 계속하다 보면 한 번씩 찾아오는 그런 거겠죠? 그럴 때 저는 스스로에게 야박했던 것 같아요. 힘들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이고, 자기 학대를 했어요. ‘넌 운이 진짜 좋은 거야’ ‘감사할 줄 알아야지’ 하고요. 그렇게 그 시기를 보내고 난 뒤엔 자존감이 무너지더라고요. 드라마 《도깨비》를 끝내고 쉬고 있을 때가 그 시기였어요. 그리고 영화 《변산》을 찍으면서 극복했고요.”

그 과정을 다 겪은 지금은 어떤 감정 상태인가.

“솔직히 말하면, 아직 그 과정에 있어요. 예전에 저는 스스로 자존감이 강하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쉽게 멘털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했죠. 근데 겪어보니 오만이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특별히 멘털이 약하거나 쉽게 흔들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왜 그런 걸로 상처를 받아?’라고 했던 것들, 이제는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공감능력이 높아졌어요. 쉽게 사람을 판단하지 않게 됐죠. 한 번 무너지는 건 쉬운 데 다시 쌓는 건 어렵고 또 방법도 모르고 시간도 걸려요. 그걸 겪었고, 그 성장통 속에 지금도 있고요. 저는 이 일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에요.”

캐릭터 해석은 어떤 방법으로 하나.

“그 인물의 전부를 이해해야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계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받아들여요. ‘왜 이러지?’ ‘이해가 안 되는데?’ 하고 파고들기보다는 ‘이 인물은 이렇고 상황은 이렇구나’ ‘그래서 지금의 감정은 이렇구나’ 하고 제 생각을 빼는 작업을 해요. 그러면 어느 순간 그 인물과 가까워지고 있더라고요.”

실제 연애를 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

“연애 전에는 소극적, 시작하면 적극적인 편이에요. 이상하게 그런 면에는 쑥스럽더라고요. 한데 막상 시작하면 부끄러움이 사라져요. 솔직한 편이에요. 아니, 솔직해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정확하게 말해요. 쌓아두지 않고 매일매일 충실하게 마음을 표현해요. 밀당도 안 해요.”

흥행이나 관객 수에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인가.

“얼마 전부터 받기 시작했어요. 흥행이 안되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저 목말라 있어요. 많이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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