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는 정신건강에 좋을까?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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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연구 결과, 스트레스 견디는 능력 키우는 것으로 확인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은 도시를 떠나 사찰에서 여유를 찾고 싶을 때가 있다. 흔히 템플스테이라고 하는 사찰 생활 체험은 정신건강에 이로울까. 이에 대한 과학적 해답이 나왔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템플스테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2014~15년 지리산 대원사의 3박4일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직장인 50명을 12개 그룹으로 나눠 33명은 사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7명은 자유롭게 생활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제공

연구 결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회복 탄력성이 상승했다. 이 효과는 잠시 나타나는 게 아니라 3개월 후까지 지속됐다. 회복 탄력성이란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기능성 뇌 자기공명영상(fMRI)과 확산텐서영상(DTI) 검사를 진행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대조군보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기능적 연결이 강화된 결과가 나왔다. 뇌는 다양한 부위가 함께 네트워크로 연결돼 신호를 해석하고 처리하는데 휴식을 취할 때만 활성화되는 뇌 부위들의 연합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다. 일을 하지 않을 때 의식의 초점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향하기 때문에 가장 초기 상태라는 의미에서 디폴트 모드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템플스테이가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것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 이상의 결과라고 추정했다. 

서울대병원=템플스테이 참가자는 대조군에 비해 템플스테이 수행 후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이루는 쐐기앞소엽(precuneus, 점선)과 내측상전두엽(실선) 부분의 강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할수록 강도 증가) 
서울대병원=템플스테이 참가자는 대조군에 비해 템플스테이 수행 후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이루는 쐐기앞소엽(precuneus, 점선)과 내측상전두엽(실선) 부분의 강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할수록 강도 증가) 

또 추가 연구를 통해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전두엽과 두정엽 사이 그리고 뇌의 좌·우반구를 연결해주는 백질 다발의 연결성이 더욱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 많은 연구자의 관심거리다. 이번 연구는 서양 주도의 명상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서울대병원=템플스테이 참가자가 대조군에 비해 연구 수행 후 유의하게 향상된 백질 영역 
서울대병원=템플스테이 참가자가 대조군에 비해 연구 수행 후 유의하게 향상된 백질 영역 

실제로 템플스테이는 좌선, 입선, 행선, 와선 같은 다양한 형태의 명상뿐 아니라 예불, 발우공양, 운력, 차담 등 여러 명상활동, 신체활동, 지적 활동으로 구성돼 서양의 그것에 비해 더욱더 통합적이고 입체적이다. 권 교수는 “요즘처럼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에 자신의 정신건강을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으로 템플스테이가 매우 유용하다. 향후 회복 탄력성을 증가해 정신질환의 발병을 예방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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