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펄펄 나는 ‘손흥민 파트너’들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2 17:00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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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눈부신 데뷔골…권창훈.황희찬.이재성 등도 시즌 초반 인상적인 활약

절실했던 유럽행을 만 27세에 이룬 황의조(프랑스 1부리그 지롱댕 보르도 소속)가 3경기 만에 드디어 데뷔골을 터트렸다. 유럽에 진출한 아시아 공격수의 첫번째 장애물인 ‘빠른 데뷔골’을 통과한 것이다. 새로운 무대에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는 확실한 동력을 얻었다. 

유럽에서의 첫 골은 황의조다웠다. 보르도는 8월25일 열린 디종과의 2019~20 시즌 리그앙 3라운드에서 전반 11분 상대 공격을 막은 뒤 역습 상황을 맞았다. 황의조는 왼쪽 측면을 따라 60m가량 전력 질주했다. 황의조의 움직임을 확인한 팀 동료 새뮤얼 칼루는 긴 측면 전환 패스를 보냈다.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패스를 받은 황의조는 문전 정면으로 공을 치며 드리블한 뒤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손을 뻗었지만 그걸 피해 들어가는 궤적이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감아차는 패턴은 황의조의 전매특허다. 유럽에서도 속도·기술·결정력의 3박자를 갖춘 특급 공격수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플레이다.

황의조 ⓒ 연합뉴스
황의조 ⓒ 연합뉴스

‘아시아’ 편견 깬 황의조의 환상적인 골

지난 7월 이적료 27억원에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를 떠나 프랑스 리그앙의 보르도로 이적한 황의조는 파울루 수자 감독의 신뢰 속에 팀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포르투갈 출신인 수자 감독은 영입 과정에서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톈진 취안젠을 이끈 경험이 있어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한국 축구의 강점을 확인한 바도 있다. 톈진 시절 지도한 권경원은 그에게 아시아 축구, 한국 선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수자 감독은 일찌감치 황의조를 주전 공격수로 낙점했다. 지난 시즌 공격력 부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공격수 영입은 황의조가 유일했다. 미국에서 진행한 프리시즌에서도 황의조는 적응이라 할 것도 없이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을 맡았다. 그러나 앙제와의 개막전과 2라운드 몽펠리에전 모두 황의조는 침묵했다. 때마침 팀도 부진한 경기력으로 1무 1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 부진을 씻고 명가의 부활을 외친 보르도로서는 실망스러운 출발이었다. 잇달아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의욕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팀 플레이에 아직 녹아들지 못하며 계속 후반 중반에 교체 아웃됐다.

프랑스 일부 언론은 부진의 책임을 황의조에게 돌렸다. 아시아에서 온 선수에게 주전 공격수를 맡긴 데 대한 의문부호를 부풀리기 시작했다. 디종 원정에서 황의조가 선발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하지만 수자 감독은 황의조가 아닌 베테랑 지미 브리앙을 과감히 제외했다. 그를 대신해 나선 칼루가 황의조와 멋진 연계를 펼치며 득점을 만든 것도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에 진출했던 많은 아시아 공격수들의 성패는 데뷔골 시점으로 갈렸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는 아시아 공격수가 승리로 직결되는 골을 일찍 터트리지 못하면 편견의 불씨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기량과 성과로 그런 시선을 잠재워야 했는데, 황의조는 멋진 데뷔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너무나 중요한 타이밍에 터트린 유럽 무대 첫 골이었다. 수자 감독은 경기 후 “기술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다. 이 골로 자신이 가진 기량을 부담 없이 보여줄 것”이라고 칭찬했다.

황의조에게 필요한 건 팀에 녹아들기 위한 추가적 노력이다. 칼루와 함께 황의조를 2선에서 지원하는 공격수 니콜라스 드 프레빌은 의사소통에 대한 조언을 했다. 그는 “훈련을 통해 확인한 황의조의 기량은 훌륭하다. 경기에서 아직 최고의 모습이 안 나왔다”며 기량을 칭찬한 뒤 “황의조가 프랑스어를 하게 되면 그라운드 위에서 필요한 호흡이 더 완벽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추가했다. 

보르도 입단 확정 후 황의조는 익숙한 영어를 먼저 배우고 있다. 수자 감독도 포르투갈 출신이라 영어로 선수들과 소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다. 하지만 선수단의 70%가 프랑스어가 익숙한 자국, 혹은 아프리카 출신이니만큼 축구를 위한 중요한 의사소통은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할 필요가 있다. 경기장 안에서 기량을 증명하는 것 외에 밖에서의 노력도 중요해진 황의조다.

권창훈(왼쪽), 황희찬 ⓒ 연합뉴스
권창훈(왼쪽), 황희찬 ⓒ 연합뉴스

9월부터 월드컵 예선 시작하는 벤투호에 희소식

황의조가 첫 골을 터트리던 날, 프랑스에서의 성공을 등에 업고 독일 분데스리가로 향한 권창훈(SC프라이부르크)도 빠른 데뷔골로 웃었다. 디종에서 2년 반을 뛰다가 올여름 이적료 40억원에 프라이부르크로 팀을 옮긴 권창훈은 2경기 만에 이적 후 첫 골을 터트렸다. 파더보른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40분 교체 투입된 그는 5분 만에 3대1 승리를 확정 짓는 쐐기골을 만들었다. 볼 경합 상황에서 연결된 찬스를 영리하게 달려들어 왼발로 마무리했다. 

유럽에서 기량이 검증된 권창훈은 유럽 진출 당시보다 2배 이상 오른 이적료로 더 큰 무대로 향했다. 팀의 기대가 컸지만 개막을 앞두고 종아리 부상을 입으며 상황이 꼬였다. 마인츠와의 개막전에도 대기 명단에만 이름을 올리고 결국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파더보른전 교체 출전은 승기가 굳혀진 상황에서 경기 감각을 쌓게 해 주려는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의 배려였는데, 오히려 첫 골로 자신감이 더 올라갔다. 

오스트리아에서 뛰는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은 현재 유럽파 중 가장 돋보인다. 지난 시즌 독일 2부 리그의 함부르크SV로 임대 이적했지만, 잦은 부상과 각급 대표팀 차출(아시안게임, 아시안컵)로 득점력은 물론 장기인 돌파력까지 사라졌던 황희찬은 원소속팀으로 복귀해 절치부심했다. 두 시즌 동안 29골을 기록했던 익숙한 오스트리아 무대로 돌아온 황희찬은 안정을 찾았다. 개막 후 6경기에서 3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황소 같은 돌파에 감각적인 패스 플레이까지 더하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벨기에 1부 리그 스탕달 리에주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독일 2부 리그에 남은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3라운드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에 첫 승을 안겼다.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축구전문지 키커는 3라운드 전체 MVP로 이재성을 뽑았다. 유럽에서 2년 차를 맞는 이재성은 팀 적응을 마친 만큼 2부 리그에서 한 번 더 실력을 검증한 뒤 1부 리그로 가겠다는 목표를 잡으며 잔류했는데, 그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손흥민(토트넘)이 지난 시즌 막판 퇴장으로 인해 받은 추가 징계로 뉴캐슬과의 3라운드에야 출전한 상황에서 다른 유럽파들의 잇단 활약은 대표팀에도 희소식이다. 9월부터 월드컵 2차 예선을 시작하는 벤투 감독은 좋은 감각을 유지 중인 유럽파들을 불러 5일 조지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10일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장도에 돌입한다. 시즌 개막 후 득점포로 경기 감각과 자신감을 한껏 올린 선수들이 월드컵으로 가는 첫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강인(발렌시아)은 임대 이적과 잔류 사이에서 고민하다 팀에 남았지만, 2라운드까지 출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이강인의 기량에 신뢰를 보내며 대표팀 소집에 포함시켰다. 반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소속팀 입지가 줄자 벨기에 1부 리그의 신트 트라위던으로 이적을 앞두고 있다. 이강인, 백승호 등과 달리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이승우는 뛸 수 있는 환경으로 떠나는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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