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불똥?…이수혁 주미대사 아그레망 난항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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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조치 후 미 국무부 기조 변화
미 고위 관료들 잇따라 우리 정부 조치 비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청와대에서 한미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청와대에서 한미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둘러싸고 한·미 간 파열음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 내정자의 아그레망(부임 동의)을 조기에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이 내정자의 아그레망을 신중히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외교관례상 무한정 아그레망 처리를 미룰 순 없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희망처럼 1개월 내 받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또다른 외교 소식통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여러 미국 고위관료들이 '한일 갈등으로 미국의 방위 체계가 훼손되선 안된다'는 의견을 보내왔는데, 이런 요구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 전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 전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러한 분위기는 8월29일 유성엽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임시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 대표는 "항간에 이수혁 내정자의 아그레망이 거부될 거란 이야기가 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소문의 출처에 대해선 밝히기 힘들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큰 것만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소미아를 둘러싼 한미간 갈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내정자는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수석대표), 주독 대사, 국정원 1차장을 역임한 정통 외무관료 출신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신임 주미대사로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를 낙점했지만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존 허드슨 미국 워싱턴포스트 외교안보 기자가 8월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수혁 주미대사) 지명은 미국이 문정인 특보의 워싱턴 대사 부임에 반대한다는 비공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뤄졌다"고 말하면서 기정사실화 됐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초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주미대사 내정자)이 2018년 5월24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초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주미대사 내정자)이 2018년 5월24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국회 외교통일위 관계자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8월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공개적인 불만 표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뒤 기류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 내정자가 '베스트 초이스'인 것만은 아니지만, 문정인 특보보다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고 판단해왔다"고 말했다. 참고로 조윤제 현 주미대사는 2017년 8월30일 내정돼 43일만인 10월13일 아그레망이 완료됐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내한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수혁 내정자를 만난 자리에서 '빨리 (주미대사로) 부임해 현안을 논의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면서 "미국 정부가 아그레망이라는 형식적 조치를 지소미아 항의표시로 활용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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