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촛불시위와 홍콩 시위
  • 홍콩=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8.30 14:00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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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에 더 이상 촛불은 없다”

2019년의 여름, 이역만리 타국에서 2016년 한국의 겨울이 호출되고 있다. 눈 내리는 밤거리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외쳤던 한국 국민처럼, 홍콩 시민들은 “홍콩을 되찾자”고 울부짖고 있다. 한국의 촛불시위와 홍콩의 시위는 어떤 점이 닮았고 어떤 점이 다를까.

8월28일 밤 8시경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홍콩인 수천 명이 운집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시사저널 조문희
8월28일 밤 8시경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홍콩인 수천 명이 운집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시사저널 조문희

1. 주도 세력 없이 집단지성에 의지

촛불시위와 홍콩 시위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결이 다르다. 촛불시위의 경우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으로 불리는 시민단체 연합이 20차례의 집회를 기획했다. 하지만, 홍콩 시위엔 특정한 주도 세력이 없다. 한국에선 ‘민간인권전선(Civil Human Rihts Front)’이라는 재야단체 연합이 홍콩 시위를 주관한다고 알려졌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이는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다. 민간인권전선에서 여는 시위의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시위대를 대표하진 않는다는 것.

어느 지역에서 어떤 집회가 열릴지는 주로 ‘LIHKG.com’이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정된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좋아요’를 받은 글이 실천에 옮겨지는 방식이다. 시위대가 주장하는 5대 요구(△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역시 이 사이트를 통해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시민들이 시위 관련 의견을 나누는 LIHKG 커뮤니티 화면 캡처
홍콩 시민들이 시위 관련 의견을 나누는 LIHKG 커뮤니티 화면 캡처

2. 폭력도 존중, “분열만 하지 말자”

촛불시위와 홍콩 시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폭력 유무다. 촛불시위에선 시민들이 폭도들을 자제시켰다. 홍콩 시위에선 폭력마저 하나의 방식으로 존중한다. 무력시위든 평화시위든, 각자 방식대로 시위하되 서로 다른 방식을 비난하지 말자는 식이다. ‘No Segregation’, 즉 내부 분열하지 말자는 것이 주요 키워드다.

홍콩 시위대가 분열에 민감한 이유는 2014년 우산혁명 당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위는 조슈아 웡(Joshua Wung) 등 지도부가 이끌었는데, 막판에 다다르자 이들의 주장이 과연 홍콩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었다. 결국 폭력시위가 바람직한지 여부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도부 구속이라는 결말을 맺었다. 그래서 이번엔 파격적으로 지도부를 두지 않되,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모두 존중하기로 했다. 다원주의의 ‘끝판왕’ 격이다.

3. 통일된 양식 없이 게릴라로 변모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다 보니, 홍콩 시위는 각개전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열리는 대규모 집회 이외에도 평일에 비정기적, 동시다발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위가 열리곤 한다. 또 대규모 집회의 공식 일정이 끝난 이후 일부 시위대가 늦게까지 남아 경찰과 대치하는 경우도 있다.

2016년 촛불시위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탄핵시키면서 끝이 났다. 홍콩 시위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세계의 눈이 홍콩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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