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무력진압’이 불가능한 시진핑의 시름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30 14:00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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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무역전쟁 중 군대 동원하면 엄청난 ‘역풍’일까 우려

지난 8월26일 중국 치안 총수인 자오커즈 공안부장이 광둥성을 방문했다. 광둥은 홍콩과 인접한 도시인 선전을 품고 있는 성이다. 같은 달 6일 선전에서 경찰 1만2000명이 집결해 시위 진압훈련을 벌였다. 그 뒤 홍콩 시위대에 대한 ‘중국 무력진압설’이 고조됐다. 자오 부장의 방문도 해외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자오 부장의 방문은 ‘조사와 연구’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오 부장이 언급한 내용은 예사롭지 않았다. 자오 부장은 “현재 정세와 위험의 도전을 명확히 인식하고 질서파괴, 폭력테러 등에 단호히 타격해야 한다”면서 “국가 정치안보의 ‘남대문’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남대문은 광둥을 가리킨다. 광둥은 중국 제1의 GDP를 보유한 세계의 공장이다. 또한 개혁개방 이후 최초로 대외개방했던 곳이다. 자오 부장의 발언을 두고 일부 한국 및 해외 언론은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 사태에 언제든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콩 시위 사태가 갈수록 격화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7월3일 중-터키 정상회담 모습 ⓒ AP 연합
홍콩 시위 사태가 갈수록 격화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7월3일 중-터키 정상회담 모습 ⓒ AP 연합

“경찰 대규모 훈련은 중국 정부 건재 과시용”

이런 분석은 한 달여 동안 계속되어 온 ‘중국 무력진압설’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중국 체제의 특성과 최근 정세를 잘 아는 이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10여 년 동안 중국 명문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 교수는 “중국 경찰의 대규모 훈련, 관영 언론의 홍콩 시위 사태 개입 가능성 시사 등은 홍콩 시위대에 경고하는 게 아니라 중국 내부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 3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가 끄떡없다는 걸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홍콩 시위 사태는 중국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홍콩이 중국 경제와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내 온라인은 이미 강력한 통제로 인트라넷처럼 변해 버렸다. 따라서 홍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중국인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홍콩인과 감정적인 반목을 쌓아왔기에, 홍콩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다만 홍콩 시위 사태는 시기상 중국 정부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경제가 극도로 침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2%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수출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수년 동안 금과옥조처럼 지켜왔던 환율의 마지노선인 ‘1달러당 7.0위안’도 깨졌다. 중국 정부가 연초에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내수 소비가 미진하면서 일어난 결과였다. 그로 인해 경기부양의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증시는 다시 하락세를 탔다.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가격은 더 이상 치고 올라갈 모멘텀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콩의 시위 사태는 중국 최고지도부에 엎친 데 덮친 격의 골칫거리였다.

무엇보다 오는 10월1일 건국 70주년을 앞둔 터라 더욱 곤혹스럽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에서 대규모 국경절 기념 열병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내적으로는 평탄한 상황에서 톈안먼(天安門)에 오르길 바란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는 국경절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중국인들의 최근 시국 반응이다. 과거와 달리 중국 언론이 일으키는 ‘관제 애국주의’에 무작정 휩쓸리지 않고 있다. 7월부터 홍콩인들이 시위 도중 중국 오성홍기를 훼손하는 사건이 줄지어 일어났다.

그에 따라 8월 들어 관영 CCTV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웨이보를 통해 각각 ‘오성홍기 수호자는 14억 명이다. 나는 국기 수호자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너희는 나를 때려라’라는 글과 사진을 공유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수많은 중국 연예인들이 SNS로 참여했다. 엑소 레이, 에프엑스 빅토리아, 갓세븐 잭슨, 세븐틴 준과 디에잇, 우주소녀 성소·미기·선의 등 K팝 출신 가수들도 공유했다. 게다가 8월13일에는 홍콩공항에서 환구시보(環球時報) 기자가 시위대에 붙잡혀 겁박당하자 “나를 때려라.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가열됐다.

그러나 SNS에서의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반인들의 참여가 예전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여 년 동안 중국에서 살고 있는 필자가 느끼는 최근 애국주의 바람은 미풍이었다. 극소수 중국인들만이 SNS에서 감상적인 애국심을 표출했을 뿐이다. 오히려 홍콩인들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시위를 벌이는지 진지하게 묻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선별한 정보만 전달하는 중국 현실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중국 언론이 일부 홍콩인들의 극렬한 시위 방식과 폭력 양상만 부각해 보도할 뿐, 시위 사태가 일어난 원인과 배경에는 침묵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의 시위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반대하기 위해 일어났고, 그 배경에 극심한 빈부격차 및 사회적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중국인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송환법은 중국인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데다, 중국도 홍콩과 똑같은 사회문제를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송환법에 대한 중국인들의 거부감은 상당히 크다. 40대의 한 중국인은 “중국의 사법체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공안당국의 범죄 혐의자 처우는 열악하다”면서 “해외에서 범죄 혐의가 생길 경우, 누구든 중국이 아닌 현지에서 재판받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권 수호’와 ‘외세 배격’ 여론몰이에 치중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중국 정부와 언론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국가 주권 수호와 외세 간섭 배격으로 초점을 돌리고 있다. 8월27일 교육부는 새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기술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티베트, 신장, 대만, 남중국해의 섬 등은 중국에서 뗄 수 없는 영토“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의 SNS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도 한 홍콩 대학 교수의 평론을 실어 “중국과 홍콩은 하나이고 주권과 치권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G7 정상들이 홍콩 자치를 지지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이렇듯 “중국이 조만간 홍콩을 무력진압할 것”이라는 예측은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단견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미국과 현재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이 군대를 동원해 홍콩 시위대를 진압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처럼 감상적인 애국주의에 기대기보다 중국인들이 근원적으로 공감하는 주권 수호와 외세 배격 여론몰이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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