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목소리 “조국 딸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2 10:00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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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논란’에 분노하는 20대 청년 20인의 목소리
“우리가 알던 조국 맞나? 그래서 더 실망스럽다”

8월28일 저녁 서울대학교 캠퍼스광장. 서울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퇴진 촉구 촛불집회엔 수업을 마친 20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8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집회의 모든 순서는 20대 재학생들의 목소리로만 채워졌다. 캠퍼스 곳곳엔 조 후보자를 향한 대자보들이 즐비했고, 정제된 문장 속엔 ‘적폐’ ‘원칙 훼손’ ‘배신감’ 등 날이 잔뜩 선 단어들이 가득했다.

이른바 ‘조국 논란’을 향한 20대의 분노는 비단 캠퍼스에만 머물지 않았다. 조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찬반을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반대 응답 비율이 약 70%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8월23~24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무선 전화걸기 방식. 응답률 15.2%에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그간 공직자들의 인사 과정에서 보여온 극도의 ‘무관심’과는 전혀 상반되는 적극적 의사표현이다. 조 후보자를 향한 20대들의 거부감은 그의 딸과 관련한 입시 특혜 논란이 터지면서부터 가속페달을 밟았다.

“사모펀드·웅동학원 관심 없다. 우리의 분노는 딸 의혹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20대들은 자신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크게 두 가지로 지목한다.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와 부산대 의전원에서의 연속 장학금 수령이다. 일각에선 3년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사태와 오버랩하기도 한다. 비슷한 듯 다른 두 사건엔, 비교적 최근 입시 경쟁을 통과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공통으로 관통한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예쁘고 따뜻한 개천을 만들자’던 조 후보자에 대해 20대는 ‘수저 계급론’까지 다시 꺼내들며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사저널은 ‘조국 논란’에 대한 대한민국 20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취재했다. 대학과 거리에서 만난 이들은 조 후보자 딸의 특혜 의혹에 대해, 자신의 입시 경험을 빗대어보며 일제히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퇴진과 관련해선 찬반 의견이 나뉘기도 했다. 일부 기성세대들은 ‘조국 논란’에 유난히 분노하는 20대들을 향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보다 감정만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영 불문 대한민국 청년들이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역린’을 조 후보자가 제대로 건드렸기에 당연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대·고려대·부산대 등은 필요에 따라 조 후보자의 퇴진을 촉구하는 추가 집회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8월27일 검찰이 조 후보자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서면서 ‘조국 논란’은 더욱 가파른 길로 치닫고 있다. 검찰 수사와 함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20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현장 중계한다.

 

[20대 20인 인터뷰 정리]

*표시는 요청에 의해 가명 처리

최동범* (남) | 26 | 연세대 로스쿨 재학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후보자가 평생 몸 담아온 법을 방패 삼아 기득권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크다. 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몇 년을 투자하고, 학자금대출로 학비를 마련하고 있는 학생들 입장에서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경민 (여) | 23 | 학생부종합전형 거친 대학 4학년
“교육의 공정, 기회의 평등에 관해 그가 해온 발언들이 지금의 의혹과 완전히 대치하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일반고에서 학종을 거쳐 대학에 입학했다. 사회적으로 비판 여론이 많아도,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높여주는 전형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며 부모의 지위에 따라 학생의 활동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 이번 의혹과 같은 고위직들의 자녀 특혜 의혹이 터질 때마다 보통의 20대들은 굉장한 불평등, 상대적 박탈감을 반복적으로 느끼곤 한다.” 

박차람 (남) | 26 | 특목고 졸업 후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친구들이랑 만나면 조국 딸 얘기만 한다. 처음엔 관심 없었는데 논문 문제 터지고 나서 다 등을 돌렸다. 여러 논란 중 객관적으로 가장 큰 잘못이라고 볼 순 없지만 우리 세대에겐 가장 피부로 와 닿는 문제다. 고등학교 때 수시로 대학 가려는 애들은 교내외로 스펙 쌓으려고 엄청나게 경쟁했다. 논문도 쓰고 ‘모의유엔 대회’ 같은 데 경쟁적으로 나가는 등 별별 프로그램이 다 있었다. 그런데 문과생이 의과 논문을 쓰는 건 보지 못했다.”

정승현 (남) | 23 | 서울대 수학과 재학(촛불집회 스태프)
“이공계에서 논문은 정말 민감한 문제다. 이공계에서 인턴을 하고 논문을 썼다는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제1저자로 등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핵심은 SCI에 올라가는 수준의 논문에 저자로 등재됐다는 게 문제다. 대학원 다니는 형들도 ‘나는 몇 년째 논문 하나 못 쓰고 있는데’하며 토로한다. 조 후보자 딸이 아니었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도정근 (남) | 23 | 서울대 총학생회장
“딸 관련 의혹은 공정, 정의 사회 가치를 정확히 배반했다. 우리의 비판을 진영논리로 자꾸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공정 가치 훼손을 우려하고 지적하는 학생들의 행동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한다. 청문회 개최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

백윤희* (여) | 26 | 라디오 방송국 아르바이트
“이 건과 관계는 없지만, 과거 KT에 지원해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내가 부족한 탓이었겠지만, 김성태 한국당 의원 딸 채용 의혹이 터지자 미움의 감정이 들더라. 지금 20대들은 공정이라는 가치가 훼손된 점에 분노하고 있다. 집회를 여는 학생들이 20대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보진 않지만, 그 분노엔 대부분 공감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조 후보자도 결국 중대사에 있어 지위를 활용한 ‘기득권’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그의 말처럼 ‘안이한 아버지’여서 자녀의 입시 과정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조영훈* (남) | 27 | 특목고 졸업 후 한의사 수련의 생활 중
“유복한 가정에서 원하는 만큼 사교육을 받으면서 입시 준비를 했다. 성적이나 여러 기회 면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부모의 능력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은 경험상 수시, 정시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조 후보자 딸 역시 여러 특혜를 누려왔으리라 본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딸의 논문 사태는 충격이긴 했다. 지금 우리는 정의를 강조해 온 조 후보자의 이중잣대에 분노하고 있다. 정유라 사태를 비판하던 촛불의 힘으로 세워진 정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말이다.”

서영훈* (남) | 27 | 특목고‧SKY대 졸업 후 IT업계 재직
“오로지 내 노력으로 특목고에 진학한 사람으로서, 조 후보자 딸이 실제 얼마나 부모의 도움을 받았는지 확언하긴 힘들다.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인턴, 논문 제1저자 등의 스펙을 보면서 ‘빽이 좋았구나’하는 생각은 분명 들었다. 결국 팔이 안으로 굽었구나, 그 위선에 대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지방대, 전문대 학생들은 이번 사태에 더 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 같다.”

강가람* (여) | 26 | 외고 졸업 후 일반 기업 사무직 재직
“외고 졸업생이지만, 이공계 진학은 종종 봤어도 고등학교 시절 논문을 작성해 세계 선도자 전형으로 지원한 동창은 본 적이 없다. 청렴결백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배신감이 크고 스스로 적폐임은 인정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이런 일로 퇴진하면 우리나라 정치인 다 자진사퇴해야 할 거다. 그럼 정치는 누가 하나. 아, 그리고 의대는 수능으로만 뽑길. 의전원은 부의 세습 수단인 듯하다.”

박아름* (여) | 26 | 무역업계 입사 2년차
“일반고 졸업해 4년제 대학 나와 취업한, 전형적인 ‘흙수저 테크’를 탔다.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나라가 그렇지, 금수저 집안이 그렇지’ 허탈했다. 조 후보자가 샐러리맨이었다면 딸이 그런 입시를 거칠 수 있었을까. 이런 일이 보수 쪽에서 일어났으면 이 정도 충격은 아니었을 거다. 그런데 그간 이들을 앞장서 비판하며 청년을 대변해주던 사람이, 전형적인 적폐에 눈 감아왔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나 좌절감이 든다. 그러나 지금 대학가의 촛불 집회는 일부 정치색이 가미돼 있으며, 분위기에 휩쓸린 면도 있어 공감하진 않는다.”

유하나* (여) | 27 | 유학 중인 대학원생
“학부에서 석사까지 5년 동안 영국 대학에서 한 분야의 학문에 몰두했다. 맘 편히 밥 먹고 여가생활을 즐긴 적 없이 밤낮으로 컴퓨터 모니터와 책만 보며 씨름해왔다. 그랬던 만큼 조 후보자 딸의 경우가 납득이 안 된다. 스펙만 봐선 ‘천재’에 가까운 그의 딸이 대학에 가서 유급을 했으며, 격려 차원으로 장학금을 받았다는 여러 상황들이 모순투성이다. 정의는 ‘약자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고, 자본주의를 미워했던 사람 아니었나.”

김혜연* (여) | 29 | 외국계 기술컨설팅 회사 재직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올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다름’을 기대했는데…. 일반고 출신이라 외고의 입시 경쟁을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인턴 한 곳 합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고등학생 때 의료원 인턴을 지냈다고 하니 일반 학생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싶다. ‘부모가 스펙’이라는 말이 딱이다. 이것저것 의혹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는 중인데 빨리 청문회 열어서 정확한 해명을 더 들어봤으면 좋겠다.”

김지은* (여) | 28 | 외국 대학 휴학생
“외국 대학으로 진학하기 전 한국에서 예체능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부모가 교수와 친분이 있는 경우, 실기시험 전 미리 심사 교수 정보를 파악하는 등 여러 특혜들이 난무했다. 입시문제는 모두가, 특히 20대들이 ‘내 문제’라고 여기는 아주 예민하고 밀접한 사안이다. 이 의혹이 해명되지 않는 한, 조 후보자의 다른 어떤 주장들도 다 변명으로 들릴 것 같다.”

문가람 (여) | 29 | 동국대 졸업 후 사무직 재직
“조국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번 사태를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 학벌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위 공직자의 자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입시제도와 교육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김재준 (남) | 29 | 대학교 교직원 재직
“본인에겐 철저했을지언정 자식에겐 그렇지 못했던 게, 자녀 교육과 입시에 취약했던 여느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어 보여 실망스럽다. 그의 딸이 서 온 출발선이 과연 여느 학생들과 동등했는가 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모든 의혹에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답변으로 미루는 모습이 상황을 더 키우고 논란을 만드는 것 같다. 과거 과오 캐내기에 몰두돼, 법무부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자질과 역량을 검증할 분위기 자체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주다연* (여) | 24 | 광운대학교 이공계 재학 중
“어릴 때, 고액과외를 받는 친구들을 보며 ‘불평등’을 느낀 적 있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특혜를 볼 때마다 분노 반 부러움 반이었다. 조 후보자 딸은 고등학생 때부터 교외에서,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는 ‘오버스펙’을 쌓았다. 그간 애써 외면하던 수저계급의 현실을 목격하게 됐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정말 옛말이 됐음을 다시 실감했다. 이게 과연 조 후보자 딸뿐일까. 책임 있는 위정자들 다 조사해봐야 한다.”

정세진 (여) | 29 | 기자 지망생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의 조국 퇴진 집회는 진정성이 의심된다. 그간 해당 학교 출신 공직자들의 편법이나 위법 의혹이 드러난 게 한두 건이 아니었는데, 유독 조국을 대상으로 이러는 게 의아하다. 법학자로서 공정성에 대해 줄곧 얘기해 온 것과 달라 실망을 느끼지만, 퇴진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상철* (남) | 28 | 미디어 관련 중소기업 입사 2년차
“지겨우리만큼 터지는 입시 비리, 그 주인공이 조국이라는 데 조금 놀랐을 뿐. 외모나 언행이나 신뢰를 가졌던 인물인데, 사모펀드‧웅동학원 등 의혹들에 그의 도덕성을 근본부터 의심하게 됐다. 진보든 보수든 기득권들은 다 똑같다.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땐 흙수저가 대부분이라 위화감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계급차이’를 많이 체감했다. 금수저들은 눈 깜짝할 새 어디 입사해 있고 외국 나가 있더라. 우리나라에서 입시와 병역 비리는 누구든 용서받기 힘들다. 그의 이미지가 과연 얼마나 회복될지 모르겠다.”

이채영 (여) | 23 | 대학 4학년 취업준비생
“정치에 관심이 없어 조 후보자는 얼굴과 소속만 대충 알고 있었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이런 의혹을 받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떨어졌다. 문과 고등학생이 의과에서 인턴을 하다니, 직접 압력을 넣진 않았더라도 그의 딸이 아니었다면 하기 힘들었을 거다. 대학입시가 막 끝났을 무렵 정유라 사건이 터졌었다. 아주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유사한 사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의 분노가 괜히 떠오르기도 한다.”

김유진 (여) | 24 | 서울여대 저널리즘 전공 4학년
“정의로운 인물로 생각했는데,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모두 ‘이미지메이킹’이구나 싶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조 후보자를 두둔하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이었다. 큰 문제없다는 발언들이 ‘자유한국당’스러웠다. 기회와 과정의 공정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 정유라 사태 때 20대들이 분노했던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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