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박광태, 광주형 일자리 대표 자질 논란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8.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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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 대표 전 광주시장 선임 두고 ‘갈등’
커지는 정치권·시민사회 사임·철회 촉구…광주시 ‘침묵’
박광태 대표 자격 논란, ‘올드 보이의 귀환’ vs ‘신의 한 수’

박광태 전 광주시장의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공장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 초대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의 강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듯했던 박 전 시장의 대표이사 취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얽혀들고 있다. 박광태 적임자론에 맞서 부적격론을 앞세운 시민단체와 지역정치권 등의 철회와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시민사회는 노·사·민·정 대타협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지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을 비리 전력에 자동차 전문가도 아닌 정치인에게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의 침묵 속에 박 전 시장은 “아무리 사양해도 떠맡겨 어쩔 수 없이 맡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강한 추진력 갖춘 최적임자” vs “전문·도덕성 결여 문제 인물”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2010년 6월 2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4기 시장 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2010년 6월 2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4기 시장 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와 현대차, 광주은행이 각각 1·2·3대 주주로 참여한 광주형 일자리 투자자들은 지난 20일 광주글로벌모터스 초대 대표이사로 박 전 시장을 선임했다. 1대 주주인 광주시가 추천한 박 전 시장은 3선 국회의원과 민선 3·4기 광주시장을 지냈다.

이용섭 시장은 광주글로벌모터스 출범식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한 추천 사유를 거론했다. 합작법인의 조기 안정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륜과 폭 넓은 인적 네트워크, 중량감 있는 인사가 대표를 맡아야 하고 바로 그 적임자가 박 전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이 세 번의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모두 산업자위원회에 있었다는 이유로 ‘산업 전문성’을 높게 평가했다. 중앙부처·경제계 등과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도 강점으로 꼽았다. 

광주시도 “박 전 시장이 의원 시절 국회 산자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자동차 산업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 법인을 조기에 안정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노·사·민·정으로부터 폭넓은 신뢰를 받고 있어 광주형 일자리 정신을 실현하고 중앙 및 경제계와 가교역할을 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경력이 자동차 전문가?

하지만 이용섭 시장과 광주시의 판단과는 달리 지역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발이 커지는 기세다. 지역사회의 이의에는 박 전 시장의 신설 합작법인 대표로서 적격성과 도덕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적임자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를 제대로 실현하고 합작법인을 조기에 안착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인물로 과연 적절하냐다. 광주형 일자리 ‘1호 취업자’격인 박 전 시장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43년생으로 올해로 나이가 70대 중반이 된데다 국회의원 시절 소관 상임위가 산자위였다곤 해도 ‘자동차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여기다 과연 박 전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다양한 지역사회 의견과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냐는 의문도 더해진다. ‘과거 정치인’인 박광태 대표의 한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광주시청 청소노동자 탄압, 불통 시정 등 ‘박광태 시장’으로 인한 광주의 ‘좋지 못한 기억’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을 염두에 둔 얘기다.

박 전 시장의 도덕성도 논란거리다. 그는 시장 재임 시절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업무추진비 카드로 145차례에 걸쳐 2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 깡’을 통해 생활비와 골프비용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광주형 일자리 1호가 박광태 전 시장이냐”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과연 박 전 시장이 적절하냐는 의문 부호는 광주형 일자리 자체에 대한 걱정어린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출범 이후 ‘박광태 대표’에 대한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온 것이다. 참여자치21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박광태 전 시장은 광주형 노사상생일자리 사업법인 대표이사를 사임하라”며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대표이사를 재선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박 대표는 자동차 비전문가에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이라며 “박 대표가 전임 시장 시절 보여준 일방적·독주형 시정 운영방식은 ‘노사민정’ 사회적 대타협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리더십을 꼬집었다. 전날(21일)에는 정의당 광주시당이 “광주형 일자리 1호가 박광태 전 시장인가”라면서 “‘상품권 깡’ 박 전 시장 선임을 당장 철회하고 노동존중이사를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표이사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선임 철회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시민단체에서 촉발된 비판은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뜸을 들이던 광주시의회로 파급됐다. 일부 광주시의원들은 박 대표이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사임을 촉구했다. 반재신·신수정·장연주·정무창 시의원은 28일 성명을 내고 “이용섭 시장의 추천사유를 시민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박 전 시장은 3선 국회의원과 시장을 역임했지만, 자동차 산업의 이해 및 전문경영 경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광주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많고 그래서 노사 상생의 사회 대통합 정신을 잘 실현할 수 있는 분’이라고 한 이용섭 시장의 추천 사유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신(神)의 한수냐 악수냐’ 시끌

이용섭 광주시장이 8월 20일 오후 시청 5층 브리핑실에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과 광주글로벌모터스 운영방향 관련 공동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이 8월 20일 오후 시청 5층 브리핑실에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과 광주글로벌모터스 운영방향 관련 공동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광주시

반면에 일각에선 성공적인 광주글로벌모터스 가동과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박 전 시장의 과거사는 사소한 흠집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적도 나온다. 그 이상의 적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의 업무추진·중재능력을 보지 않고, 과거의 일을 문제 삼는 것은 대승적 시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박 전 시장의 강한 추진력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편이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3선 의원 경력과 재선 광주시장 경력은 그의 대단한 자산이다. 그는 광주시장 재임 시절 특유의 뚝심으로 시정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했다. 전임 시장들이 아무도 나서지 못한 무등산 증심사지구 자연 환경 복원 사업을 무리없이 마쳤다.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유치, 김대중컨벤션센터 건립, 한전 유치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건설, 전국 최초의 노인건강타운 건립 등도 그의 공적이다. 국회 산자위원장 시절 광산업도 불모지 광주에 유치하는 등 뚝심을 보여줬다. 

그런 측면에서 박 전 시장이 앞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거친 파고(波高)를 풀어가야 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 호(號)’의 초대 대표로서 최적임자라는 것이다. 인맥이 넓고 친화형이어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쉽게 이끌어내는 한편 고비 때마다 벌어질 노사정 갈등을 잘 조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지역사회의 비판 여론이 일과성에 그칠지, 태풍이 될지가 변수이지만 지금까지 이 시장의 인사스타일을 고려하면 박광태 초대 대표이사 체제를 ‘고집’하는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에는 별 이의가 없어 보인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25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밝힌 이후 박 대표의 거취를 비롯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 중이다. 박 대표 역시 사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같은 날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려의 목소리 잘 듣고 있다”면서도 국회의원 3선, 8년 시정 운영의 경험 등을 들어 “광주형 일자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이용섭 시장이 광주글로벌모터스 수장에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점지한 것을 두고 ‘신(神)의 한수’란 평가까지 나온다. 이 시장은 선배 정치인이자 전임시장인 박 전 시장을 대표이사로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극구 사양했던 박 전 시장은 “광주를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해달라”는 이 시장의 간청을 물리칠 수 없어 고심 끝에 내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합작법인 성공을 위해 대표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지역사회로부터 지지나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는 점에서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는 시각 또한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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