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근혜 탄핵 반대집회 사망에 “국가가 배상하라”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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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에 다쳐 숨진 김아무개씨 유족에게 ‘3100여 만원 배상’ 판결…‘국가 책임 20%’ 제한 적용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선고를 한 날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던 중 숨진 참가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8월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김태업 부장판사는 당시 집회에서 숨진 김아무개씨의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31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2017년3월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에서 탄핵을 반대하며 헌재 방면으로 행진을 하는 시민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 뒤엉켜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2017년3월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에서 탄핵을 반대하며 헌재 방면으로 행진을 하는 시민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 뒤엉켜 있다. ⓒ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온 2017년 3월10일 김씨는 서울 지하철 안국역 4번 출구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도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이날 집회는 과격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시위를 하던 한 참가자가 급기야 경찰버스를 탈취해 수차례 경찰 차벽을 들이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충격으로 인해 경찰버스 옆에 세워져 있던 소음관리차가 흔들렸고, 차 지붕 위의 대형 스피커가 김씨의 머리와 가슴 쪽으로 떨어졌다. 이후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김씨의 아들이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관은 집회를 적절히 통제해 국민의 인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참가자가 경찰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도록 내버려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격으로 대형 스피커가 추락할 위험에 직면했음에도 이를 하강시키는 등 조치를 하지 않았고, 차벽 틈으로 집회 참가자들이 소음관리차 주변에 오도록 내버려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스피커 추락 직전 위험지역으로 들어왔음에도, 경찰관 중 누구도 피난하게 하는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런 경찰관들의 잘못은 김씨 사망의 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충돌로 생긴 차벽 틈을 이용해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본인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국가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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