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의 대권 레이스가 시작됐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1 09:00
  • 호수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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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권주자 15인, 文정부 임기 반환점 돌면서 차기 집권 플랜 가동

9월10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4개월이 지난다. 촛불 민심이 휩쓸고 간 뒤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권위주의 청산과 일자리 만들기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런 면에서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올 하반기는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다. 당장 내년 4월에는 대선 전초전 성격인 총선이 있다.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여권이나 가져와야 하는 야권 모두에게 내년 총선의 성적표는 당의 명운과 직결돼 있다. 결과에 따라 어느 쪽이든 정계개편이라는 격랑 속에 빠져든다. 한가위 민심 밥상에 오를 대권 기상도를 살펴봤다.

ⓒ 일러스트 신춘성
ⓒ 일러스트 신춘성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는 1951년생이지만, 어릴 적 두 형이 일찍 사망해 공식 호적은 1952년생으로 돼 있다. 유명 역술인의 “남쪽으로 가면 큰 행운이 온다”는 말을 듣고 전남지사에 도전해 성공했다는 일화도 있다. 언론인 출신인 이 총리는 정적이 많지 않은 정치인이다. 반대로 ‘팬덤’ 성향의 골수팬은 적다. 정부 출범 직후 총리에 내정됐을 때 여권 내에서는 그의 총리 선임에 대해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정상적으로 대선이 치러져 정권 교체에 성공했더라도 초대 국무총리는 ‘이낙연’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총리는 추석 전 개각을 통해 당으로 돌아오는 방안이 유력했다. 하지만 여러 현안이 맞물린 데다, 1987년 개헌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상징성 때문에 다음 개각을 통해 당으로 복귀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총리는 당초 내년 총선 때 서울 종로 출마가 유력하게 검토돼 왔다. 하지만 국회의장을 지낸 현 지역위원장 정세균 의원이 차기 총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데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종로 출마 의지가 강해 현재로선 도전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선거구 분구가 예상되는 세종시 출마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언론사 간부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이 총리는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평소 사석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한다”고 말한다. 이로 미뤄볼 때 자신이 도지사로 활동한 전남을 기반으로 호남계와 진보진영을 모두 아우르는 식으로 대권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당으로 복귀한 후 암중모색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당장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조만간 임 전 실장이 본격적으로 대권 도전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 많다. 본인이나 주변의 바람은 ‘원내 입성’이다. 희망지는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다. 이를 위해 임 전 실장은 최근 주소지를 종로구 평창동으로 옮겼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기에 국정 수행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 몸담아 박원순 사람으로 분류됐지만, 지난 대선 직전 광흥창팀에 합류해 세를 친문계로 넓혔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이라는 이력을 활용해 86세대(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울 종로에서 당선되면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올라간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권을 잡기 위해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내 자신의 세를 얼마나 키우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세 차례나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 시장이 시장직을 내던지고 직접 총선판에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럴 명분도 약하다. 그렇기에 박 시장은 당내에 자신의 우군을 많이 집어넣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당내에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동민, 남인순, 박홍근, 김영호, 권미혁 의원 등이 ‘박원순 사람들’로 꼽힌다. 이용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진성준 전 정무비서관도 박원순계로 분류된다. 박 시장으로선 낮은 지지도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9월초 리얼미터가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에서 박 시장은 지지율 3.7%를 기록해 전체 7위에 랭크됐다. 10년 가까이 서울시 행정을 경험한 것은 분명 박 시장의 강점이다. 그러나 대권을 잡기 위해선 여당부터 접수해야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권의 뜨거운 감자다. 진보 성향의 현역 광역단체장인 그의 쓴소리 대상에는 때로 ‘친문(親文)계’까지 포함됐다. 그 과정에서 친문계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도지사 당선 이후 발목을 잡아왔던 여러 송사가 마무리되면서 이 지사는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정치를 재개했다. 8월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가족 청문회 금도 넘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정치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그다음으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옹호하고 나섬으로써 친문계와의 정치적 화해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사의 지지층은 친문계와 겹치지 않는다. 차기 집권을 둘러싸고 두 세력이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부겸 의원

김부겸 의원은 여권의 동진정책 최선두에 서 있다. 여권에서 TK(대구·경북) 내 유일한 중진의원(4선)이다. 더군다나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맡아 행정경험도 쌓았다. 지역구도 타파라는 시대정신에도 맞아떨어진다. 김 의원의 대권 도전이 성공하려면 차기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에서 두 번째 당선되면 ‘대권후보’로 급부상한다. 실패하더라도, 지역구도 타파를 깨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를 얻는다. 김 의원이 최근 조국 후보자의 ‘셀프청문회’에 대해 당과는 다른 의견을 낸 것은 향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이 있어서다. 민주당엔 난공불락과 같은 TK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김 의원의 대권가도 앞에는 장애물이 없다.

김경수 경남지사

김경수 경남지사는 현 집권세력엔 ‘적자’나 다름없다. 친문의 정치적 스승인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 때문이다. 현 집권층의 정치적 고향인 경남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처음 도지사 자리를 따냈다. 하지만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지사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고 4월17일 법원이 보석신청을 받아들여 77일 만에 풀려났다. 항소심마저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김 지사에겐 정치적 사망선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본인 스스로 대권 도전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데다 친문계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공통점은 부정할 수 없다. 친문계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두 사람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 후보자는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혹독한 여론검증을 거쳤다. 그간 여러 차례 현실정치 참여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지만, ‘국민의 요구’라는 단서가 붙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는 유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 일러스트 신춘성
ⓒ 일러스트 신춘성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야권의 대권가도에서 선두주자다. 제1야당 대표이기에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지율은 정체된 모습이다. 9월초 리얼미터 조사에서 황 대표 지지율은 19.5%에 그쳐 25.1%를 기록한 이낙연 총리와의 간격이 더 벌어졌다. 황 대표 지지율이 정체된 사이 당 지지도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국 정국’에서 여권을 대차게 몰아붙였지만, 전통적 강세인 TK, PK(부산·경남)에서만 지지율이 올랐을 뿐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30~40대의 지지도는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황 대표의 머릿속에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반문(反文) 연대’가 그려져 있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황 대표의 역할이다. 당내 일각의 의견이지만 “황 대표 간판으로는 총선 못 치른다. 비대위라도 꾸리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마당에 보수 대통합 차원에서 황 대표가 어느 정도까지 기득권을 내려놓을지가 중요하다. 황 대표로선 당장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당내 공천 작업부터 성공시켜야 한다. ‘친박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는 당내 지형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대선가도 성공의 분수령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를 책임지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삼가는 눈치다. 그렇다고 홍 전 대표가 정치권과 계속 거리를 둘 거라고 보는 시각은 없다. 개인 유튜브 ‘TV홍카콜라’ 활동이 이를 말해 준다. 9월4일 현재 TV홍카콜라는 구독자 수만 32만7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당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하다 막판에 사퇴한 바 있는 홍 전 대표로선 내년 총선을 통해 다시 원내에 진입하는 게 급선무다. 당 지지도 하락으로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올수록 상대적으로 홍 전 대표의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리얼미터의 8월 4주 차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9.1%를 기록했다. 19대 대선에서 당 대선후보로 출마한 홍 전 대표가 받은 득표율은 24.0%로 지금의 당 지지율보다 낮았지만, 황교안 대표 지지도보다는 높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1년째 독일에 머물고 있다. 뮌헨의 막스프랑크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세력 간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당권파, 비당권파 양쪽 모두와 거리를 두고 있다. 당초 추석을 전후해 귀국할 계획이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야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시기를 미뤘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도식 전 비서실장이 안 전 대표와 수시로 연락하며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특정 계파와 손잡지 않고, 독자 세력을 구축할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를 보면서 독자신당으로 가닥을 잡아간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최근 정치적 내상을 많이 입었다. 손학규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현실적으로 한계에 부딪친 모습이다. 지금으로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유 전 대표가 거취를 결정할 경우 함께 동반탈당에 나설 수 있는 현역의원은 많이 잡아야 옛 바른정당계 의원 8명 정도가 고작이다. 현재로선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분당에 따른 정치적 명분이 약할뿐더러, 감행 시 바른정당 시절 겪은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로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마저 다음 총선에서 당선을 장담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유 전 대표는 개혁보수를 표방한 중도정당의 탄생을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당 내 비당권파가 유 전 의원을 포함시킨 보수대통합의 군불을 때고 있다는 점이다. 친박 강성파까지 함께하기는 힘들지만,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이 탄생한다면 그곳에서 다음 정치적 행보를 모색할 수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강성보수층을 끌어안으려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행보는 더욱 노골적이다. 정통보수를 표방하는 TK 지역 표심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김 전 지사는 8월20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미래와 보수통합’ 토론회에서 “한국당이 정신이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함께해 빨갱이에게 다 넘겨줬다”며 당내 비박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지사 측은 다음 총선에서 원내에 입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김 전 지사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지만 김부겸 민주당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 출마가 힘들다면 우리공화당으로 말을 갈아탈 수 있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현재 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다. 이 지역은 민주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이 다섯 번이나 당선된 텃밭이다. 오 전 시장은 다음 총선에서 여권의 거물 정치인인 추 전 대표를 꺾고 화려하게 원내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 전 시장의 강점은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또 앞으로 야권 지형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도 할 수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야권의 또 다른 잠룡이다. 원 지사 역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두 사람은 최근까지 정치적 행보도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때 중앙정치보다는 도정(道政)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당장 내년 총선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임기 이후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원 지사는 8월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보수통합을 강조하면서 “합치기는 모두 합치지만 주도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황교안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주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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