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거포’ 기대되는 강백호, 최근 인성 논란으로 ‘성장통’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0 15:00
  • 호수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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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는 ‘새로운 스타’를 기다린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프로 스포츠에서는 스타 선수들의 끊임없는 순환이 필요하다. 팬들의 박수갈채를 한 몸에 받았던 스타도 세월은 이길 수 없는 법. 언젠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마련이다. 그 스타의 존재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가 사라질 자리를 메워줄 새로운 스타 발굴에 리그와 팀들은 주력한다.

지난 10년 이상 한국 야구를 이끌던 이대호·김태균 등 1982년생들의 쇠락이 두드러진 올 시즌, 이제 팬들의 마음을 채워줄 새로운 대형 스타의 등장이 요구되고 있다. 차세대 거포로 기대되는 많은 젊은 유망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이는 단연 KT 위즈의 강백호다. 20살의 2년 차 강백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향후 10년간 한국 야구의 타선을 이끌어갈 재목이란 평가도 있는 반면, 아직 보여준 것에 비하면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많은 미완의 선수란 평가도 있다. 성숙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자칫하면 국민타자로 성장하기도 전에 그저 한번씩 괜찮은 성적을 내는 ‘one of them’ 타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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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하체와 남다른 관찰력이 강점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강백호는 국내외 스카우트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학년 때부터 소속팀의 4번 타자로 활약했고, 투수로도 시속 156km의 공까지 뿌리며 투타를 겸비한 대형 스타감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3학년 때는 18세 이하 세계대회에서 0.375, 1홈런 8타점의 맹타를 휘둘렀고, 투수로도 2이닝 동안 무실점 4탈삼진으로 준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 위즈가 지명하며 화려하게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다.

신생팀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발굴이 절실했던 KT 입장에서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데뷔 첫해 강백호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0.290의 준수한 타율에 2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1994년 LG 트윈스의 김재현이 세웠던 신인 시즌 최다 홈런 기록(21개)을 가뿐히 갈아치웠다. 올해도 9월3일 현재 99경기에 출장, 0.339로 타격 3위에 올라 있다. 홈런은 12개, 타점은 55개다. 6월말 손바닥 부상을 당해 6주 이상 장기 결장한 탓에 홈런과 타점은 작년에 비해 다소 적지만, 타격에서 1위 양의지(0.364)를 맹추격하고 있다. 아직 차이가 적지 않지만 만약 역전에 성공한다면 만 20세 2개월 만에 최연소 타격왕에 오를 수 있다. 

그의 이런 활약의 배경으로 단단한 하체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KT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강백호의 허벅지 둘레는 보통 여성의 허리둘레를 연상시키는 29인치에 달한다고 한다. 과거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데뷔 당시 두터운 허벅지를 보고 현지 전문가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197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 강속구 투수이자 명예의 전당까지 헌액된 대투수 톰 시버의 허벅지를 연상시킨다고 극찬해 마지 않았다. 투수나 타자나 강한 하체는 몸의 균형을 잡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꼽힌다. 그런 면에서 강백호의 강한 하체가 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관찰력도 남다른 면을 보인다. 필자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어느 매체 연말 시상식에 그와 같은 테이블을 배정받아 잠시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그때 그가 필자에게 메이저리그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일반적인 질문이 아닌 나름대로 심도 있는 질문을 해 내심 놀란 기억이 있다. 그냥 습관적으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깊이의 질문이었다. 이런 관찰력은 슬럼프 탈출에도 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손바닥 부상에서 복귀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슬럼프 기미가 있자 당시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선배 양의지 타격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강한 타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양의지를 바라보며 타격이 힘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타석에서 준비 자세부터 힘을 빼고 기다리는 점이 눈에 들어왔고, 자신도 그렇게 해 봤더니 훨씬 공이 눈에 잘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긴 시즌 동안 슬럼프가 없을 순 없다. 결국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게 해답을 찾아내고 적용할 수 있느냐가 대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최소한 강백호는 이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8월13일 롯데와 KT 경기에서 강백호가 김원중의 패스트볼을 파울로 걷어낸 뒤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 SBS Sports 캡쳐
8월13일 롯데와 KT 경기에서 강백호가 김원중의 패스트볼을 파울로 걷어낸 뒤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 SBS Sports 캡쳐

지나친 승부욕 표출로 인성 논란도 

이런 영리함과 더불어 강한 승부욕도 플러스 요인이지만 때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8월1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때 4대4 동점인 1사 만루 공격 상황에서 강백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스리볼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회심의 스윙을 했지만 파울이 되고 말았다. 이 순간 그는 TV를 통해서도 들릴 정도로 큰 괴성을 지르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발로 흙을 차는 동작을 보였고, 이에 순간 롯데 김원중 투수 얼굴이 굳어지며 타석 쪽으로 움직이는 듯한 자칫 험악해질 뻔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동점 상황을 깨뜨릴 절호의 기회였고 본인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라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 빠른 볼을 놓친 것에 대한 강한 아쉬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온 것 같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지만, 상대팀과 선수를 필요 없이 자극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실 강백호는 취재기자들에게 ‘까칠한 선수’로 통한다. 일부에서는 데뷔 2년 차 선수가 지나치게 스타 코스프레를 한다고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반면 팬들에 대한 서비스는 확실히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어느 쪽의 강백호가 진정한 모습인지 헷갈린다는 평가도 있다.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팬들에게 강백호는 프로야구 차세대 스타로 인식되지만, 이제 갓 스무 살, 약관의 젊은이다. 아직 본인의 감정을 완벽히 조절하기에는 연륜이 부족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시대엔 젊은 세대가 자기 감정표현에 충실한 게 큰 흉이 되지도 않는다. 단 그라운드 안팎에서 상대 팀이나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본인이나 구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강백호뿐 아니라 성장하는 모든 젊은 선수들에게 다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필자는 지난 수년간 야구장에서의 활약상을 떠나 오히려 그 외적인 문제로 더 큰 타격을 받는 선수를 계속 보아왔다. 현재와 미래의 스타는 야구만 잘해서 인정받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선배들의 아쉬운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젊은 스타 강백호의 성장을 국내 야구팬들은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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