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1시간 늘리면 연봉 5% 오른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3 10:00
  • 호수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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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시대…슬립 테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

블라인드와 커튼 등을 제조하는 영국의 힐라리스(Hillarys)는 최근 전 세계 트위터 사용자들을 표본으로 실시한 불면증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야에 불면증 관련 단어를 트윗하는 비중을 분석한 것인데 미국이 가장 높았고, 브라질·영국·멕시코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일본·한국 등이 상위에 올랐다. 야간 불빛과 SNS 등의 영향으로 ‘잠을 잊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이다.

야간 조명과 SNS 영향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슬립 테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CES 2019’에 선보인 수면 호흡 모니터링 제품 ⓒ 연합뉴스
야간 조명과 SNS 영향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슬립 테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CES 2019’에 선보인 수면 호흡 모니터링 제품 ⓒ 연합뉴스

SNS 등 영향으로 ‘잠을 잊은 사람들’ 증가

일본 닛케이BP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치매 발병의 원인이 된다. 공포나 슬픔 등의 감정도 해소되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특히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일 경우 면역력이 4.2배, 5시간 미만이면 4.5배 더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버클리대학과 도쿄의과대학이 공동 연구한 자료에서도 REM 수면 동안 감정이 제어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수면 전후를 비교하면 공포, 슬픔, 분노, 행복의 네 감정 중 공포, 슬픔은 현저히 감소하고 행복은 한층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면은 정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수면을 돕는 기술, ‘슬립 테크(Sleep+Technology)’가 최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 1월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 슬립 테크관이 생길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 산업으로 떠올랐다. 전시회 참여 기업의 주요 카테고리를 보면 숙면을 돕는 매트리스와 건강 추적기(health trackers), 숙면을 돕는 음악 등 다양했다.

먼저, 매트리스를 보자. ‘레스트베드(ReST Bed)’는 사용자의 자는 위치를 감지해 매트리스를 최적 위치로 맞추는 실시간 조정 기능을 갖췄다. 헤드나 숄더, 등받이, 엉덩이, 다리 등 5개 신체 영역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개인화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해 준다. 여기에다 수면의 질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점차 나은 수면방법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바보쿠시(babocush)는 아기를 위한 매트리스를 개발했다. 마치 엄마가 아기를 배 위에 안고 자는 듯한 모형이다. 부드러운 진동에다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도록 자궁의 분위기를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조산아는 역류와 복통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런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건강 추적기 중 한 분야인 수면평가 웨어러블 부문이다. 현재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호흡증(OSA)을 호소하는 만큼, 스타트업들의 도전은 시장 크기만큼이나 치열하다.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이 멈춰, 정상적인 산소 공급이 되지 않는 병이다. 코골이와 치매, 뇌기능 저하,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헬스 스타트업인 Beddr이 개발한 슬립튜너(Sleeptuner)는 우표만 한 작은 밴드를 이마에 붙이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로드해 동기화하기만 하면 바로 작동되는 구조다. 이마는 수면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이상적인 지점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통해 혈류 흐름, 산소 정도, 수면자세 등을 측정해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 보고서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요긴하게 쓰인다.

브레드심플(BreatheSimple)은 호흡을 스스로 훈련하도록 돕는 앱이다. 호흡 방식을 제어하는 것은 뇌라는 점에 착안했다.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 즉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통해 두뇌를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호흡 개선 효과를 얻게 된다.

이 밖에도 아기를 위한 수면 추적기인 Nanit Plus 기능도 흥미롭다. 오버 헤드 HD카메라가 아기의 수면 패턴, 부모 방문, 실내 환경 등을 추적해 과학적인 수면 가이던스를 제공한다. 아기 신체에 전자 장치나 센서를 부착하지 않고도 호흡과 동작을 실시간 추적 가능하기 때문에 아기 건강에 무해하다.

이번에는 숙면지원 음악을 보자. Adaptive Sound Technologies, Inc.(ASTI)가 개발한 수면 음향기기는 숙면을 위한 맞춤형 소음을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숙면을 위해서는 백색소음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제각각 다르다. 백색소음이란 라디오 주파수가 맞지 않아 나는 ‘지지직’하는 소리처럼 일정한 스펙트럼을 가진 소음을 말한다.

예컨대, 백색소음보다 주파수가 낮은 핑크소음은 강우나 바람소리가 대표적인데 진정 효과가 크며, 브라운소음은 집중력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백색소음은 집중력 47.7%, 기억력 9.6% 향상 효과를 가져다준다. 요즘 유튜브에서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이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슬립 테크 모델로 Somnox의 슬립로봇(Sleep Robot)을 빼놓을 수 없다. 기존의 바디필로우(body pillow) 같은 제품인데, 지능형 센서 네트워크를 사용해 수면주기에 따라 적절한 순간에 호흡 속도를 조절해 주는 로봇이다. 핵심 기능은 시뮬레이션된 호흡능력이다. 안고 있으면 마치 배로 숨을 쉬는 것처럼 팽창하고 수축한다. 즉, 호흡 동기화를 통해 숙면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수면호흡 모니터링 제품 ⓒ 연합뉴스
수면호흡 모니터링 제품 ⓒ 연합뉴스

불면증 환자에게 맞춤형 해결책 제공

2016년, 랜드유럽(Rand Europe)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3분의 1은 잠자는 시간이 7시간 미만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총 120만 일(day)을 손실하고 매년 약 2200억 달러의 미국 경제를 갉아먹는다고 보고했다.

CreditCards.com 보고서는 미국인의 65%가 돈 걱정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윌리엄스칼리지의 매튜 깁슨(Matthew Gibson)과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제프리 슈레이더(Jeffrey Shrader)의 2016년 연구에서다. 이 논문은 밤에 1시간씩 수면을 늘린 사람들은 임금이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야간 불빛과 SNS의 영향에다 돈 걱정까지 더해져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잠도 기술에 의존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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