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력거꾼‧복고양이 조형물, ‘짬짜미 계약’ 의혹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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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도로표지판 업체에 쪼개기 발주…중국음식점 업주가 제작
국유지 도로 점용 허가 없는 ‘불법 설치물’…예산 160만원 들여 철거

인천시 중구가 대일항쟁기의 고단한 역사를 가진 ‘인력거꾼 조형물’을 즐거운 관광시설물로 설치했다가 눈총을 산데 이어 이번에는 ‘짬짜미 계약’ 의혹에 휩싸였다.

지하도상가에서 각종 장식물(액세서리)을 판매하는 업체가 인력거꾼 조형물 제작을 수주한데다, 이 조형물을 중국음식점 업주가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인력거꾼 조형물 인근에 설치됐던 일본풍의 ‘복고양이 조형물’은 국유지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설치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중구는 지난 8월30일 인력거꾼 조형물과 복고양이 조형물을 철거했다.

인천시 중구가 지난 8월30일 오후 7시30분쯤 인력거꾼 조형물을 철거했다. 인력거꾼 조형물 철거 전·후의 모습. ⓒ이정용 기자
인천시 중구가 지난 8월30일 오후 7시30분쯤 인력거꾼 조형물을 철거했다. 인력거꾼 조형물 철거 전·후의 모습. ⓒ이정용 기자

‘인력거꾼·복고양이’ 조형물, 중국음식점 업주가 제작 

인천시 중구는 2014년 4월에 인력거꾼 조형물과 복고양이 조형물을 발주했다. 인력거꾼 조형물은 인천시 신포동 지하도상가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업체가 수주했고, 복고양이 조형물은 중구청 인근에 들어서 있는 도로표지판 제작업체가 맡았다.

인력거꾼 조형물의 발주가격은 약 1900만원이고, 고양이상 조형물은 약 800만원이다. 인천 중구가 예산을 들여 조형물 제작과 무관한 업체에게 조형물 제작을 맡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조형물 제작업체와 제작 단가를 비교하는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조형물은 신포동 지하도상가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업체 대표의 남편 A씨가 직접 제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액세서리 판매업체 대표는 자신의 남편에게 인력거꾼 조형물 제작을 맡겼고, 도로표지만 제작업체도 A씨에게 복고양이 조형물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15년 5월부터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A씨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은 이들 조형물 발주업무를 담당한 공무원 B씨의 부인이 소유하고 있는 5층짜리 상가건물에 들어서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2000만원 이하의 공사·용역·물품에 대해서는 발주처가 임의로 계약 상대자를 선정하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이는 공무원이 조형물의 제작단가를 2000만원 이하로 낮춰 수의계약 조건을 갖춰놓고, 조형물 제작과 무관한 업체를 임의로 선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B씨는 “조형물 제작자가 아내 명의 건물의 임차인인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형물 수의계약 과정이 적절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중구청사 입구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시 중구청사 입구 전경. ⓒ이정용 기자

복고양이 조형물, 국유지 도로 ‘불법 점용’

인천 중구는 국유지에 복고양 조형물 2점을 설치하면서 도로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상이 설치됐던 ‘인천 중구 중앙동 1가 25’의 도로는 국유지다.

현행법상 국유지에 조형물 설치하는 등 사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로 점용 허가서를 제출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인천시 중구가 2014년 6월에 설치한 복고양이 조형물이 그동안 불법 설치물이었던 셈이다.

인천시 중구 관계자는 “복고양이 조형물을 설치할 때, 국가기관과 협의된 사안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도로 점용 허가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부서와 논의를 통해 불법 설치물이 맞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중구는 지난 8월30일 오후 7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지게차 등을 동원해 인력거꾼 조형물과 복고양이 조형물을 철거했다. 여기에는 예산 160만원이 투입됐다. 인천시 중구 관계자는 “청사 앞에 설치된 일본풍 조형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지속되자 빠르게 철거를 결정한 것”아라며 “철거한 조형물은 재활용을 감안해 중구시설관리공단 창고에 보관해 뒀다”고 말했다.

앞서 인천 중구는 역사학자 4명에게 이들 조형물들의 철거와 유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역사학자들의 의견은 철거와 유지가 2대2로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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