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송환법 공식 철회…홍콩시위 새 국면 맞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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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정부, 거세지는 시위에 부담감 느껴 송환법 포기
시위 동력 줄겠지만 일부 시위대, 5대 요구 끝까지 주장 할 듯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대규모 시위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의 완전 철회를 9월4일 공식화했다. 이로써 지난 3개월간 이어진 홍콩시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캐리 람 장관은 9월4일 TV연설을 통해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캐리 람 장관은 9월4일 TV연설을 통해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람 장관이 "우리 도시는 아주 낯설게 변했다"고 말했다. ⓒ 有線新聞 생중계 캡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법안의 철회를 선언했다. 람 장관은 연설에서 “두 달 넘게 발생한 일들은 홍콩사람 모두에게 충격과 슬픔을 줬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달부터 사회 각계각층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 정부가 거세지는 시위에 부담을 느끼고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람 장관은 앞서 7월 초 “송환법은 죽었다”며 법안의 무기한 연기를 시사했지만, 시위대는 법안의 완전 철회를 주장했다. 이후 시위는 점차 과격해졌고 지난 주말에는 시위대가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무력 충돌의 수위가 높아졌다. 또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거나 총파업과 동맹휴학 등을 전개하면서 경제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홍콩의 비상상황이 장기화하자 중국 중앙정부가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0월1일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앞둔 상태에서 세계 각국이 중국에 직접적 우려를 내비친 데다 미중 무역전쟁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 중국으로서도 수습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따라 시위 동력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캐리 람 장관이 시위대가 주장하는 5대 요구 중 체포된 시위대 석방 등 다른 요구사항에는 선을 그으면서, 향후 시위가 취소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국제공항 대중교통 운행 방해 운동과 대규모 행진이 예정돼 있었는데 취소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8월31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13번째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서고 있다. ⓒ EPA 연합
8월31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13번째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서고 있다. ⓒ EPA 연합

시위대가 주장하는 5대 요구안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이다. 특히 지난 8월31일 시위에서 무장한 경찰이 지하철 열차 안까지 들이닥쳐 시위대를 무차별 진입한 터라, 경찰에 대한 공분이 거세진 상태다. 현지 소식통은 “5대 요구 중 하나만 들어준다고 해서 만족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폭력을 종식시키고 법의 지배를 보호하며 사회의 질서와 안전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향후 시위가 계속될 경우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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