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법조’ 조국 임명, ‘어차피’서 ‘어쩔 수 없이’로?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8 18:00
  • 호수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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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대통령이 조 후보자 못 버리는 3가지 이유…운명공동체·검찰 개혁·적극 투표층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서울대 후배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반대’ 집회 현장에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세력이 가담했다며 “물 반 고기 반”이라고 비꼬았다. 마스크를 착용한 모교 후배들에게 “당당하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엄호하기 위해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냈다. 논리적으로 후배들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현재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상황이다. 유 이사장이 이런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다. 알고도 그랬다면 왜일까. 정권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의 자녀 의혹으로 불거진 논란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역전시켰다. 부정적인 평가가 50%를 웃돌고 긍정 평가를 하락 추세로 바꿔 놓았다. 20대 응답자들이 이탈하는 비상사태를 지켜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여권 내에서 조 후보자에 대해 돌직구를 날렸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뭇매를 맞았다고 알려진다. 정부·여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상황을 조 후보자의 위기가 아닌, 문재인 정부의 결정적인 위기로 받아들이는 정서가 진영 내에 뚜렷해 보인다.

6월20일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 연합뉴스
6월20일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 연합뉴스

대통령 핵심 지지층은 ‘임명 찬성’ 우세

조 후보자와 관련된 여론 악화에 가장 결정적인 치명타는 딸과 관련된 의혹들이었다. 교육 문제라면 극도로 민감해지는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의학 관련 논문의 제1저자와 의학전문대학원의 6학기 연속 장학금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염장을 질러도 제대로 질렀다. 전반적인 여론의 부정적 기류에도 문 대통령은 임명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어법조’(어차피 법무장관은 조국)를 고수하는 셈이다. 다만 지명 초반 ‘어차피’에서 이젠 ‘어쩔 수 없이’로 바뀐 새로운 ‘어법조’(어쩔 수 없이 법무장관은 조국이다)로 해석된다. 거기엔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버리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운명공동체’ 때문이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난무하면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되었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난 정부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나 이완구 총리는 모두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여론에 무너졌다. 여론이 악화되면 임면권자는 상식적으로 사퇴 권고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악화된 여론을 그대로 둔다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여 가까이 조국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동안 문 대통령은 침묵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임명을 의미한다. 여론을 역주행하는 대통령의 결단이 국정수행에 부담이 될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향해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아닌 ‘흔들리지 않는 지도자’가 되어주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8월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임명 찬성’이 42.3%, ‘임명 반대’가 54.3%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여론은 사뭇 다르다. 40대는 절반이 넘는 53.1%가 임명 찬성 쪽에 손을 들었다. 진보층은 10명 중 7명 정도가 임명 찬성이다. 자녀와 관련된 의혹에 가장 크게 실망했을 법한 화이트칼라조차 찬반이 팽팽한 수준이다(그림2).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더 이상 조 후보자 개인에 대한 여론이 아니라 문 대통령에 대한 찬반으로 급변한 모양새다. 조 후보자가 문 대통령이고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다. 유시민 이사장을 비롯해 당 안팎의 친정부 인사들이 앞다투어 조 후보자를 지원사격하는 이유는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버리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검찰 개혁’ 때문이다.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국정수행 평가의 멍에를 벗지 못한다.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경제·북한·공약이다. 경제는 이미 희망의 빛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북한 문제는 너무나 극적인 널뛰기 국면이라 어떤 전망조차 어렵다. 남아 있는 지지율 반등의 희망은 공약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은 ‘검찰 개혁’이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8월26~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았다.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으로 국민 여론이 싸늘해졌던 지점이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를 넘는 결과로 나타났다. 위기 국면이다. 그렇지만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평가는 역시 낮아지지 않았다. 대통령 핵심 지지층은 검찰을 포함한 사법 개혁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지지층들이 보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 개혁은 조 후보자이고 조 후보자가 사법 개혁이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절대로 버리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선거 당락 결정은 ‘유권자’ 아닌 ‘투표자’가 해

세 번째 이유는 ‘적극 투표층’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특히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경우 심각한 여론 반발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 ‘조국 심판’ 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정치권의 예상이 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선거는 ‘유권자’의 축제이지만 당락의 결정은 ‘투표자’가 하는 것이다.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유권자지만 모두 투표자가 되는 건 아니다. 누가 적극 투표자들일까. 핵심 지지층이다. 조 후보자 논란과 악화된 국민 여론으로 미궁 속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지지율은 더 올랐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8월26~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직전 조사와 민주당 지지율의 변화를 분석했다. 조 후보자 논란의 위기 국면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조금이지만 올랐다. 특히 핵심 지지층인 40대와 호남 지역이 지지층 결집을 견인했다. 선거에서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투표하는 ‘탈이념층(정치성향이 없는 응답자)’에서 민주당 지지는 약 10%포인트 상승했다(그림3). 총선에 대한 이해득실을 따져볼 때 ‘적극 투표층’이 결집하는 상황이라 민주당에 ‘조국 논란’은 위기 국면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물론 마지막 열쇠는 조 후보자를 겨냥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달려 있다. ‘운명공동체’ ‘검찰 개혁’ ‘적극 투표층’으로 분석하면 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 카드를 접기 매우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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